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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이슈브리프]코로나19와 국제정치의 구조적 변화

    기사 작성일 2024-03-26 13:49:32 최종 수정일 2024-03-29 08: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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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배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상배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3월 팬데믹 위기 상황을 선언하고 2023년 5월 이를 해제하기까지 3년 2개월 동안 코로나19는 세상의 구조를 크게 변화시켰다. 예외 없이 국제정치 분야도 코로나19가 몰고 온 구조적 변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국제정치학의 안보 연구 관점에서 볼 때, 코로나19는 획기적인 사건 중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냉전 질서에서 탈냉전(Post-Cold War) 질서로의 변환을 겪었고,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면서 근대 질서에서 탈근대(Post-modern) 질서로의 변화가 나타났다면, 2020년 코로나19 사태는 '인간 중심 국제정치'에서 '탈인간(Post-human) 국제정치'로 변화하는 시대극의 서막을 열었는지도 모른다.

     

    국제정치경제 연구의 관점에서 보아도, 코로나19 사태는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나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에 버금가는 충격을 가했다. 1997년의 동아시아 금융위기는 주로 동아시아 국가들과 관련된 국지적인 파장을 낳았고, 2008년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주로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 발생한 위기여서 국제협력의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코로나19로 야기된 경제위기는 팬데믹이라는 외생 변수에 의해서 유발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제협력의 양상도 그리 신통치 않아서 그 여파는 더 컸던 것으로 평가되었다.

     

    코로나19는 국제질서 구조기 더 크게 변화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페스트의 창궐은 동로마 제국의 쇠락을 앞당겼고, 스페인 군대가 전파한 천연두는 16세기 중남미 제국을 멸망시켰으며, 100여 년 전의 스페인 독감은 세계대전보다 더 큰 충격을 주며 팍스 브리태니커 질서의 종식에 방점을 찍었다. 팬데믹의 형태로 엄습했던 고대와 중세 및 근대의 감염병이 국제질서의 변동은 물론 문명사적 변환을 추동했던 것처럼, 코로나19도 미국이 주도했던 20세기 세계질서의 지평을 넘어서는 새로운 문명의 도래를 앞당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비가역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는 국제정치 분야에서 얼마나 깊고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는가? 코로나19로 인한 구조적 변화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국제정치 행위자들의 경쟁과 협력의 양상은 어떠한가? 이 글은 코로나19가 초래한 국제정치 변화를 글로벌 패권을 놓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의 전략경쟁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았다. 특히 양국이 벌이는 기술경쟁, 체제경쟁, 담론경쟁의 양상에 주목하여 그 결과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는 국제정치의 구조적 변화를 글로벌 권력구조와 글로벌 거버넌스 및 글로벌 정치질서의 세 가지 차원에서 살펴보았다.

     

    코로나19 사태는 미시적 단계에서 거시적 단계로 창발하는 신흥안보의 위험이 단순히 이론적 상상 속의 허구가 아니라 우리 삶을 실제로 위협하는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케 하였다. 코로나19의 위험은 아직 끝난 것도 아니고, 다시 되풀이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아직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코로나19가 초래한 양적·질적 피해가 어느 정도일 것이냐에 따라 코로나19가 불러온 구조적 변화를 보는 시각은 달라질 것이다. 시간적으로도 향후 이 전염병의 지구적 만연이 어느 정도 새로운 파급효과를 낳을 것이냐에 따라 그 국제정치적 충격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의 발생이 주기적 현상일 수도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에 이어 3-4년을 주기로 새로운 팬데믹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음도 명심해야 한다.

     

    한국의 입장에서도 코로나19 사태는 개인 각자의 건강관리 문제를 넘어서 국민건강과 국가안보를 논하게 하는 큰 위험이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곤욕을 치렀던 한국에 코로나19는 과거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한 또 다른 위기였다. 초기 대응과정에서 다소 혼란이 있었고 특정 집단의 발병으로 한때 위기가 고조되었으나, 보건의료인의 헌신적 노력과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코로나19의 위기를 어느 정도 관리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특히 한국 정부의 신속검진 정책과 질병정보의 개방성, 투명성, 대중접근성 원칙이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으로 질병확산을 통제할 수 있는 모델로 주목받았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여 새로운 기회를 모색한 한국의 행보는 이른바 'K-방역'이라는 말로 평가받기도 했다.

     

    외교 분야에서도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사례는 중견국(middle power)으로서 한국의 역할을 제고할 기회로 인식되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미중과 같은 강대국이 나서서 위기를 해결했던 과거의 모델이 훼손되는 상황에서 중견국들의 리더십 연대 모델이 관심을 끌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서 미국 리더십의 약화는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났으며 예전과 같은 패권국의 역할을 수행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아직은 중국이 그 빈자리를 메우면서 약진하여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리라는 신뢰를 얻지는 못하기도 했다. 이렇듯 글로벌 리더십의 공백을 우려케 하는 상황에서 강대국 주도의 글로벌 거버넌스를 넘어서는 새로운 모델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과 같은 중견국들의 역할이 시험을 받았다.

     

    * 김상배는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정보혁명과 국제정치, 사이버 안보, 미래 전쟁 등이다. 주요 저서로는 『미중 디지털 패권경쟁: 기술-안보-권력의 복합지정학』(2022), 『버추얼 창과 그물망 방패: 사이버 안보의 세계정치와 한국』(한울, 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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