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물 및 보고서

    홈으로 > 국회소식 > 발행물 및 보고서

    [서평]금리의 역습: 금리는 어떻게 부의 질서를 뒤흔드는가

    기사 작성일 2023-07-05 09:31:31 최종 수정일 2023-07-05 09:31:31

    •  
      url이 복사 되었습니다. Ctrl+V 를 눌러 붙여넣기 할 수 있습니다.
    •  
    635. 금리의 역습.jpg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저금리 시대의 그림자: 한국 사회에 전달하는 메시지

     

    "불평등과 금리 관계는 원인-결과라기보다는 쌍방향 관계다. (중략) 즉, 저금리는 불평등을 낳고, 불평등은 저금리를 낳았다."(346~347쪽)

     

    높은 주택가격과 임금 격차 등으로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경제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은 경제에 대해 잘 이해하기 위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종종 물어보곤 하는데, 나는 이때마다 항상 경제학 원론 교과서를 읽어보라고 권한다. 그런데 만약 원론 수준의 경제학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금융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볼 만하다. 저자는 금리가 금융 시장을 통해 가계와 기업, 정부에 이르는 경제주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5천년에 이르는 금리의 역사로 시작하여 독자들의 관심을 환기한다. 금리가 자본주의가 탄생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매우 자연스러운 존재이고, 이것이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강조한다. 특히, 역사적 일화나 경제 이론 및 실제 사례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금리의 변화와 그에 따른 결과를 설명한다. 또한, 고대 문명에서 현대 경제에 이르기까지 금리가 어떻게 사회를 형성하였고,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으며, 금융 및 자산시장에 거품을 촉발하였는지 흥미롭게 서술한다.

     

    저금리가 몰고 올 공포가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 가장 흥미롭다. 저자는 정상적인 금리 수준에서는 파산했을 기업의 좀비화가 자원 배분의 비효율을 가져오고, 이것이 생산성의 하락으로 이어짐을 경고한다. 코로나로 인해 금리가 낮을 때 많은 기업이 부채로 연명하였고, 금리가 오른 상황에서 부채상환 시기가 다가오자, 이제는 원리금 상환유예 등을 통해 기업의 생존을 지속하고 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이는 더 파괴적인 화재가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는 데에 불과하다.

     

    저금리는 저축과 투자의 기대 수익률을 감소시켜 연금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이미 저출산 고령화가 뚜렷한 한국 사회에서 낮은 금리는 예상보다 빠른 연금의 고갈을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기존 세대는 은퇴 이후에도 강제로 경제활동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젊은 세대는 연금으로 편안한 노후를 즐기려는 꿈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 과도한 보험료 납부로 세대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는 구절에서 재정 전문가가 노부부의 딸에게 했던 충고 내용을 인용하는데, 그 구절이 다음과 같다. "당신의 어머니는 죽어야 한다." 상황이 더 심각한 한국 사회에는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만드는 대목이다.

     

    저금리로 인해 불평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 심화한 한국 사회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저금리 상황에서 '빚투', '영끌'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의 화두였다. 낮은 금리로 대출받아 주식, 코인, 주택 등에 투자하여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러나 자산 가격의 거품이 꺼졌을 때의 상황을 생각해 보자. 금리의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의 부담 증가와 자산 가격의 하락은 부와 소득의 불평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더 쉽게 바라볼 수 있는 한국에서 이러한 불평등은 사회의 갈등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중앙은행과 그들의 저금리 정책을 '악의 축'과 같이 강도 높게 비판하고, 마치 저금리가 금융과 사회의 모든 불안의 원인인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 주류 경제학의 모형과 그들의 현실 설명력은 경제를 예측하는데 유용하지 않으며, 지나간 사건들을 설명하기 위한 꿰맞추기식의 논리라고 비판한다. 이는 경제와 금융을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기 위해 독자들이 비판적으로 보아야 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매우 시의적절하게 출간되어, 가까운 미래의 한국 사회에 일어날 일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안타깝게도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이러한 메시지를 무시하고 살아간다.

     

    저자: 에드워드 챈슬러(전 GMO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자: 임상훈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23. 1.
    쪽수: 615
    서평자: 박의환(한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생생한 국회소식' 국회뉴스ON

     

    • CCL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코리아 표시
      라이센스에 의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 저작자 표시저작자 표시 : 적절한 출처와 해당 라이센스 링크를 표시하고 변경이 있을 경우 공지해야 합니다.
    • 비영리비영리 : 이 저작물은 영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 저작권 표시 조건변경금지 : 이 저작물을 리믹스, 변형하거나 2차 저작물을 작성하였을 경우 공유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