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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인섹타겟돈: 곤충이 사라진 세계, 지구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

    기사 작성일 2023-06-14 09:03:48 최종 수정일 2023-06-14 09: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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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2. 인섹타겟돈.jpg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주인을 잃은 곤충의 행성, 지구: 인류세 몰락의 시작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작은 생물에 대해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오늘 오후에는 밖에 벌레가 많네요. 밖에 나가지 말아야겠어요.' 하지만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것은 곤충이고, 인간에게는 곤충이 필요합니다."(140쪽)

     

    인섹타겟돈(Insectageddon)은 곤충을 뜻하는 인섹트(Insect)와 인류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Armageddon)의 합성어로, 곤충 멸종 사태를 과학자들이 부르는 말이다. 올리버 밀먼은 이 책에서 곤충이 사라지고 난 이후의 지구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하나의 예를 들자면, 당신은 스마트폰이 없어진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가? 인간과 사물과 전 세계를 연결해 주던 작은 장비가 없어지고 이를 대체할 무엇인가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아마도 인간 사회에는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만일 지구라는 행성에서 곤충이 사라진다면 어떨까? 스마트폰이 없어지는 정도와는 비견될 수 없는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곤충은 식물을 비롯한 수많은 생물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식물과 곤충의 관계에서 화분(꽃가루)의 매개는 연구 주제로 많이 다뤄져 왔다. 식물과 화분 매개 곤충의 관계는 꽃이 화려한 속씨식물(현화식물)이 본격적으로 출현한 백악기 말기 무렵부터 이어지고 있으며, 오랜 시간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발전시켜온 공진화의 산물이다. 흔히 식물을 먹는 곤충을 해충이라 부르지만, 식물을 먹는 곤충이 식물을 공격하는 걸로 끝난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항하여 식물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방어 기술을 발전시켰고 곤충은 이를 극복하여 왔다. 이런 관계가 수 천만년에 걸쳐 이어져 왔으며 곤충의 다양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 원인 중 하나다.

     

    곤충은 전 지구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생물 종의 4분의 3인 100만 종(아마도 그 이상)이 기록된 가장 다양성이 높은 분류군이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곤충이 사라진다면? 올리버 밀먼이 묘사한 곤충이 사라진 세계는 암울함을 떠나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 책은 곤충에 의존하는 많은 식물이 종 보전에 위협을 받고 있음을, 그리고 식물을 이용하는 무수히 많은 동물 역시 연쇄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고 멸종이라는 단계로 향해 가고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많은 생물의 멸종 또는 멸종 위협의 원인은 인간에 의한 서식지 파괴, 살충제(농약) 사용, 침입종, 기후변화가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첫 번째로 언급된 서식지 파괴의 경우,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른 자연 서식지의 감소, 파편화 등은 생물다양성 감소 현상의 주범이다. UN은 2017년 기준 도시에 사는 인간은 지구 인구의 55%를 상회하며, 2050년대에는 지구 전체 인구의 70%가 도시에 살 것으로 예측하였다.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므로 도시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고 자연생태계의 훼손 역시 필연적일 것이다. 두 번째로 언급된 농약은 어떤가? 농약과 비료의 사용은 인구의 증가를 뒷받침한 기술 중 하나로 농업생산량의 안정과 증대에 기여하였다. 그러나 과도한 농약의 사용은 결국 대상 해충의 농약 저항성 발달에 기여한 반면, 벌류와 나비류를 비롯한 많은 곤충의 감소를 유발하고 있다. 세 번째로 거론된 침입종은 교통수단의 발달에 따른 글로벌화로 무역량의 증가와 인간의 이동이 활발해진 것에 기인한다. 종의 침입 그 자체는 매우 자연적이지만, 과거에 비해 그 빈도와 양이 절대적으로 증가한 현재 상황은 자연생태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 인류가 당면한 과제인 기후변화는 가속도가 붙은 것처럼 보일 정도다. 국내 기준으로 연평균 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의 상위 10위권에는 2015~2016년, 2019~2022년이 포함되어 있다. 즉 최근 10년 이내의 기록이 6회나 차지한다. 기온의 상승은 곤충의 분포나 발육 속도의 변화, 곤충과 식물 관계의 비 동시성 증가 등 많은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을 높이고 이 영향은 고스란히 인간에게 전해질 것이다.

     

    어릴 적 나는 자연이 지금처럼 훼손되지 않았던 시절에 곤충을 많이 접하였고 그 신비로움에 매료되어 곤충학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토록 원하던 박사학위를 받고 주변을 돌아보니 많은 곤충이 위협에 처해 있음을 실감한다. 곤충의 보전을 위해 연구해 왔던 나에게 있어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곤충을 보호해야 인간이 살 수 있다.'

     

    저자: 올리버 밀먼(미국 <가디언>지 환경 전문 기자)
    역자: 황선영
    출판사: 블랙피쉬
    출판일: 2022. 12.
    쪽수: 267
    서평자: 정종국(강원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웬디 윌리엄스
옮긴이: 이세진
그러나, 2022
332 p.
    웬디 윌리엄스 지음 / 이세진 옮김 / 그러나, 2022 / 332쪽

     

    프라우케 피셔, 힐케 오버한스베르크
옮긴이: 추미란
북트리거, 2022
289 p.
    프라우케 피셔, 힐케 오버한스베르크 지음 / 추미란 옮김 /
     북트리거, 2022 / 2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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