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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니체의 삶: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 니체의 진정한 삶

    기사 작성일 2020-10-07 09:58:59 최종 수정일 2020-10-07 1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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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인간의 병든 실존을 치유하고자 했던 한 철학자의 삶과 숨겨진 이야기

     

    "모든 생명은 고통 받는 상태라는 명제는 만성 질병에 시달리며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통증을 견뎌야 하는 그(니체)의 상태와 잘 들어맞았다. 모든 생명은 당연히 이상적 상태를 갈망했고, 그도 '진정한 자신'이 되기를 원했다. 그것이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그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웠다."(89페이지)
      
    인용된 위의 글은 니체의 철학적 여정의 시작에 길잡이가 되어 주었던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로부터 받은 영향을 잘 담고 있다. 쇼펜하우어가 모든 생명을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이상을 갈망하고, 그 욕망을 의지함으로써 영원히 고통 받는 존재로 보았다면, 니체는 고통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니체에 의하면 고통이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지 간에, 그것은 존재를 구성하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내가 나의 삶을 행복하다고 말할 때에는 내 삶에 불행이 부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불행에 매몰되지 않을 만큼 내 삶을 행복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니체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고통 자체가 아니라, 고통으로부터 얻게 되는 실존의 지혜인 것이다. 

     

    니체는 행복과 불행, 건강과 병, 현세와 내세 등 인간이 사유하고 경험하는 삶의 모든 조건들을 형이상학적-종교적으로 이원화하지 않았다. '진정한 자신'이 되기 위해서 인간은 마땅히 이원화된 삶의 모든 현상들을 자기 자신을 구성하는 존재론적 조건으로 일원화할 수 있어야만 한다. 니체가 자신의 철학에서 삶의 조건들 중 그 어느 것도 부정하지 않은 이유는 이것들 중 어느 하나라도 배제된다면, '진정한 나'가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니체는 '어떻게 진정한 내가 될 수 있는가?'라는 혼란스러운 물음에 이렇게 답함으로써 자신만의 고유한 철학의 세계를 열어갔다.

     

    니체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철학을 통해서 무엇을 주장하고자 했는지, 그 주장을 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를 알아야만 한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니체의 병이 심각해졌거나 혹은 다시 건강해진 사실들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니체라는 한 인간에게 있어 건강과 병은 그의 삶의 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요인이었지만, 한 철학자로서의 니체에게 있어서는 그의 사상의 특징과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했다.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면서 니체의 육체적-정신적 상태에 대한 내용을 자주 만나게 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렇듯 니체는 건강과 병을 오가는 삶 속에서 철학을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이 경험을 철학적으로 확장했다. 고통은 분명히 한 사람의 일상과 이를 넘어서 삶 전반을 뒤흔드는 사건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고통에 좌절한 채 형이상학적 진리 혹은 종교적 신을 찾고, 또 어떤 사람은 고통의 의미를 전환하여 삶의 소중함을 부각시키는 디오니소스적 시도를 한다. 전자는 자기 자신을 신의 피조물로 보고, 후자는 온전히 지금 이곳의 자기 자신을 사유한다. 인간들이 단 하나의 절대적 진리와 존재(영혼/내세)를 추구하는 한, 그들의 비진리(육체/현세)는 가치론적으로 부정될 수밖에 없다. 이제 니체는 형이상학적 진리와 종교적 신에게 삶의 주권을 위임한 속박된 정신과 나약한 의지의 인간들을 '병든 동물(624페이지)'이라고 진단하며, 그들의 병든 실존의 치유를 시도한다.

     

    결론적으로 형이상학과 종교, 그리고 이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강요된 도덕에 대한 니체의 강한 비판과 해체의 시도는 '어떻게 인간은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치유의 시도 과정에서 시작된 것이다. 니체는 자신의 철학적 성찰의 정점에서 이 질문을 향하여 '신의 죽음(Got ist tot/God is dead)'으로 답한다. 그리고 신이 부재하는 세계에서 오직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삶을 살아가는 인간 유형으로 '위버멘쉬(Ubermensch/Overman)'를 제시한다. 위버멘쉬는 생물학적으로 기존의 자신을 초월하는 유형이 아니라, 실존적 관점에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인간유형을 의미한다. 위버멘쉬로서의 삶을 살 것인지의 여부는 이 책을 읽고 니체의 철학을 삶의 지혜로 받아들이는 우리의 몫이다. 니체에게 있어 실존적 건강은 내가 진정한 나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시도로부터 시작된다.  

     

    "이제 남은 과제는 철저히 현대인의 몫이다. 그가 답을 주지 않으려 했던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답이 있다면 그 답은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하고, 의미가 있다면 그 의미도 우리가 직접 찾아야 한다. 그것이 위버멘쉬를 이뤄내는 진정한 길이다."(625페이지)

     

    이 책은 한 편의 소설처럼 주인공의 생애를 잘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마치 니체가 허구의 존재라고 하더라도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처럼, 독자를 그의 삶과 철학에 끌어들이는 힘과 재미가 있다. 특히 이 책의 마지막 부분, 니체가 이탈리아의 토리노에서 졸도하기까지의 이야기와 이후 그의 여동생이 니체의 저작들을 어떻게 나치즘으로 이용하는지의 이야기는 큰 장점이자 매력으로 작용한다. 저자의 문학적 스토리텔링은 니체라는 철학자의 비밀스러운 수수께끼를 생생한 이야기로 풀어준다. 물론 이 책은 전문적인 학술적 연구서가 아니다. 하지만 니체 연구자도 이 철학자에 관심을 가진 독자도 이 책으로부터 충분히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 그리고 철학적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수 프리도(소설가 겸 전기 작가)
    역자: 박선영
    출판사: Being : 로크미디어
    출판일: 2020. 6.
    쪽수: 692
    서평자: 이상범 원광대학교·전북대학교 철학과 강사(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철학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뤼디거 자프란스키 지음 
오윤희, 육혜원 옮김
꿈결, 2017
511 p.
    뤼디거 자프란스키 지음 / 오윤희, 육혜원 옮김 / 꿈결, 2017 / 511p

     

    레지날드 J. 홀링데일 지음
김기복, 이원진 옮김
북캠퍼스, 2017
503 p.
    레지날드 J. 홀링데일 지음 / 김기복, 이원진 옮김 / 북캠퍼스, 2017 / 5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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