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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타인의 해석: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기사 작성일 2020-09-02 09:28:19 최종 수정일 2020-09-02 09: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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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낯선 사람과의 성공적인 상호작용의 길

     

    "타인을 신뢰하는 우리의 본성이 모독을 당하는 사태는 비극적이다. 하지만 그 대안, 즉 약탈과 기만에 맞서는 방어 수단으로 신뢰를 포기하는 것은 더 나쁘다."(397페이지)
      
    왜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 대해 잘못된 인상을 갖게 되는가? 다른 이들에 대한 예측은 왜 빗나가는가? 이러한 오류는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 심리학자들에게 심리학에 대해 강연을 하는 작가인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이 나왔다. 제목은 『타인의 해석(Talking to strangers)』으로, 제목만으로는 언뜻 무엇에 대한 책인지 잘 와닿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 글래드웰은 우리가 깊게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 판단과 예측을 할 때 저지르는 잘못에 대한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이전의 책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는 자신의 논지를 펼치기 위해 미국과 쿠바 간의 첩보전, 메이도프의 폰지 사기 사건, 히틀러와 체임벌린의 회담 등 역사적인 사례뿐 아니라 직접 인터뷰를 통해 얻은 생생한 1차 자료를 사용하고 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부분에서는 저자가 생각하는 타인 파악에서의 오류의 원인을 상술하고 있다. 저자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첫째, 사람들이 남을 쉽게 믿어버리는 경향은 모르는 사람이라도 일단 신뢰하는 것이 기본값(default)이기 때문이다. 둘째, 사람들은 서로에게 투명하지 않다. 즉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우리의 내면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셋째, 다른 이에 대해 판단을 할 때는 그 주변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이 세 메시지를 좀 더 정리하자면 다른 이들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기억하고 주의해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 사회심리학에서의 많은 연구에 의하면, 남들이나 자신에 대한 판단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혀 왔다. 이러한 부정확성이 생기는 이유는 사람들이 사람에 대한 판단을 할 때, 단순화된 도식을 따르기 때문이다. 인간 마음에 대한 이러한 단순한 모형을 대중심리학(folk psychology)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매우 복잡한 동물이기 때문에, 단순한 모형을 가지고 몇 가지 정보만을 사용해서 판단을 할 경우 오류를 저지르게 마련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남들에 대해 이렇게 단순화된 도식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대부분의 일상적인 상황(이 책에서 소개하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에서는 단순한 도식에 의한 판단도 상당히 정확할 수 있으며, 또한 틀리더라도 그에 대한 결과가 많은 비용을 초래하지 않거나 결과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남들에 대해 생각하는 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고 어느 정도는 정확한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인간에 대한 판단까지도 대체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만, 그런 미래에도 인공지능의 활용은 공적 영역에 머무를 것이며 개인 간 관계와 같은 사적 영역에서는 여전히 남들을 파악하는 데에 우리 자신의 머리가 이용될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모든 사람들이 곱씹어보고 염두에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른 이들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우리가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기억하며 겸손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 책은 부담 없이 주말에 읽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여러 전작들을 통해 증명되었던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글래드웰의 서술 방식은 여전하다. 하지만 독자에게는 400쪽이 넘는 분량이 부담이 될 수 있다. 글을 좀 더 간결하게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소개되는 몇몇 일화들은 내용이 장황하고, 핵심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독특한 글쓰기 방식 때문인지 의미가 분명하지 않고 모호해서 여러 번 읽어야 하는 대목도 많다. 마지막에 책의 내용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고 갑자기 끝난 느낌도 들었다. 무엇보다 번역에 문제가 많아서 저자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아쉬운 점이다. 

     

    저자: 말콤 글래드웰(저널리스트)
    역자: 유강은
    출판사: 김영사
    출판일: 2020. 3.
    쪽수: 471
    서평자: 박상희 충북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미국 버클리대학교 심리학 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니컬러스 에플리 지음
박인균 옮김 
을유문화사, 2014
335 p.
    니컬러스 에플리 지음 / 박인균 옮김 / 을유문화사, 2014 / 
    335p

     

    토머스 길로비치, 리 로스 지음
이경식 옮김 
한국경제신문 : 한경BP, 2018
425 p
    토머스 길로비치, 리 로스 지음 / 이경식 옮김 / 한국경제신문 : 한경BP, 2018 / 4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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