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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언어의 역사: 말과 글에 관한 궁금증을 풀다

    기사 작성일 2020-09-23 16:46:25 최종 수정일 2020-09-23 16: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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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언어와 문자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약간씩의 이야기

     

    "통신 약어가 '새로운 언어'라는 말은 옳지 않다. 영어 문자메시지에서 흔히 등장하는 약어는 거의 대부분 오래전부터 언어에 편입되어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언어에도 적용된다. 'laughing out loud(큰 소리로 웃음)'를 대신하는 'lol'이나 'be right back(곧 돌아올게)'을 대신하는 'brb'의 경우처럼 완전히 새로운 약어는 극히 드물다."(325페이지)
      
    이번 서평에서 다루는 책은 영국 언어학자 David Crystal 교수가 집필하여 2010년에 출판한 『A Little Book of Language』를 전문번역가 서순승 박사가 우리말로 번역하여 『언어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2020년에 출간한 것이다. Crystal 교수는 1941년생으로, 1960년대 초부터 전문적 언어연구와 대학 강의를 수행해 왔고, 교수 퇴직 후 Bangor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Crystal 교수는 주로 영어의 억양과 문체론을 연구해 왔으며, 언어자료와 이론을 교육, 종교, 임상 분야에 응용해 왔다. 언어학 전문서적과 언어학 백과사전 등과 함께 일반 대중을 위한 서적을 다수 집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책은 일반대중서로서 언어와 문자에 대한 거의 모든 면에 대해서 약간씩을 다룬 것이다. 번역서의 제목이 원제와 약간 다른데, 이는 원전이 Little Histories 시리즈의 일환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영어 어휘 history는 우리말의 '역사(歷史)'라는 뜻에 더해 '이야기'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영어의 history는 story와 어원이 동일하며, 라틴어 historia에서 유래한 것임을 생각해 보면 번역서의 제목이 더 좋은 것일 수도 있겠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언어의 다양한 현상을 다룬다. 여기서 '언어'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한국어, 영어, 마오리어 등의 개별언어를 뜻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의미로 영어 어휘 language는 가산명사로서 관사 a/the나 복수접사 's가 필요하다. 다른 의미는 인간이 이러한 개별언어를 습득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저의 언어능력, 보편적 인간언어인데, 이때 영어의 language는 관사나 복수접사 없이 사용된다. 이 책은 언어의 이 두 측면을 다 고려하며 그 다양한 양상을 다룬다. 대표로 영어의 구체적인 예를 들지만, 이들 현상은 영어뿐만 아니라 모든 언어에서 유사하게 일어남을 말하며 언어 일반에 대한 고찰과 사유를 제시한다.

     

    책은 총 40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번역본에서 각 장은 10쪽 내외로 되어 있다. 전체적인 주제는 영유아의 언어습득, 문자와 철자법, 문법과 어휘 및 발음의 변이, 언어의 기원, 언어의 역사적 변천, 언어의 사멸, 언어의 사회적 변이, 사전과 어원, 언어의 다양한 기능, 언어 사용의 정치적 올바름성, 컴퓨터 시대의 언어사용 양상, 문체, 언어학 연구 등이다. 내용적으로 장과 장 사이가 자연스레 이어지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전체를 순서대로 읽으면 좋은 것은 말할 나위가 없지만, 각 장을 독립적으로도 읽을 수 있다.

     

    이 책이 견지하는 언어에 대한 관점은 기본적으로 기술문법(descriptive grammar)적이다. 언어의 양상을 다루는 현상적 입장을 취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언어 정책이나 규범적 언어관 등 당위적인 관점이나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은 지양하고 있다. 이는 과학의 입장에 부합하는 것이다. 현상을 받아들이고 이를 분석하고 체계화하여 이론을 도출하고, 그 이론을 추가 자료에 적용, 확장하여 더욱 일반화하고,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더욱 많은 것을 다루고 설명할 수 있는 방식으로 최대한 일반화되고 포괄적인 이론을 규명하는 것이 소위 '과학적 연구방법(scientific method)'인 것이다.

     

    언어에 다양한 양상과 관점이 있기에 이에 대해 자연과학에서만큼 일반화된 이론을 규명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책 전체에서 그러한 관점을 놓지 않는다. 제34장 '정치적 공정성'의 끝부분에서 "그런 날이 도래하느냐 마느냐는 것은 내 소관이 아닌 듯하다. 정치적 공정성이 어떤 상황으로까지 치달을지는 다음 세대에 속한 여러분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이다"고 쓴 말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여기에서도 '다음 세대'는 다음 세대의 언어학자나 정치가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언어 사용자를 지칭하는 것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도래로 상당히 달라진 언어사용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예전의 언어사용과 현상적으로 다른 점과 근본적으로 동일한 점까지 간파하고 있다.

     

    저자는 제40장에서 사멸해 가는 언어, 소수언어, 언어와 방언의 다양성,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갖을 것과 많은 언어와 다양한 어투와 문체를 습득할 것을 제언한다.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방언이 있고, (얼마 전 공용어로 인정받은)한국수어가 소수언어로 있으며, 거의 사멸에 이른 제주어가 있는 등 위의 제언에 직접적으로 해당되는 상황에 있다. 일반인을 주된 대상으로 하지만, 언어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소개한 책으로서 언어학 전공자나 전문 언어학 연구자에게도 도움이 될 책이다. 나아가, 영어가 익숙한 이들은 제시된 영어 표현을 재미있게 즐기며 읽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영어 공부도 겸할 수 있어 실용적으로도 유용한 책으로 평가할 만하다.

     

    저자: 데이비드 크리스털(언어학자)
    역자: 서순승
    출판사: 소소의책
    출판일: 2020. 6.
    쪽수: 438
    서평자: 정인기 서강대학교 국제인문학부 영문학과 교수(미국 커네티컷대학교 언어학 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 문미선 ; 신효식 옮김 
동녘사이언스, 2008
668 p.
    스티븐 핑커 지음 / 김한영, 문미선, 신효식 옮김 / 동녘사이언스, 2008 / 668p

     

    조숙환 지음 
한국문화사, 2013
161 p.
    조숙환 지음 / 한국문화사, 2013 / 1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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