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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사이언스 블라인드: 우리는 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

    기사 작성일 2020-09-16 09:16:36 최종 수정일 2020-09-16 09: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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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6.사이언스 블라인드.jpg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지식의 재구성, 과학적 이해로 가는 여정

     

    "일단 항해를 시작하면 선원들은 그 배에서 벗어날 수 없듯이, 인지적 동물들은 일단 세상을 관찰하고 세상과 교류하기 시작하면 특정 사고들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항해 중 부딪힌 어려움들에 맞서기에 그들의 배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해서 바다 한가운데서 배를 처음부터 다시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배를 이루고 있는 부분들을 다른 용도로 사용함으로써 배를 재구축할 수는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면서 부딪힌 어려움들에 맞서기에 우리의 지식이 적합하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고 해서 처음부터 지식을 다시 구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지식을 구성하는 개념들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서 지식을 재구축할 수는 있을 것이다." (342페이지)
      
    우리는 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 과거 어린 시절부터 믿었고 지금도 은연중에 믿고 있는 직관적 이론들은 누구나 갖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직관적 이론이 과학의 이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어, 사이언스 블라인드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직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설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가 이러한 직관적 이론에서 과학 이론으로 넘어가는 여정을, 저자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와 실험을 통해 소개한다. 그리고 이러한 여정은 '새로운 종류의 개념'을 필수 요소로 한다. 잘못된 '개념'을 교정하고 다듬고 보충하는 집중적 훈련을 통해 직관적 이론을 효율적으로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물리 세계의 직관적 이론 여섯 가지 사례와 생물 세계의 직관적 이론 여섯 가지 사례를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저자가 소개하는 대표적인 직관적 이론 중 하나는 소리가 빈 공간을 채우는 물질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다. 과학적으로 소리는 에너지의 한 형태이고 물질(매체)의 진동을 통해 전달되는 것이지만, 직관은 매체가 없으면(예컨대 우주) 소리는 더 빨리 전달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나 벽 너머 들려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귀에 닿을 때까지 통과할 수 있는 빈틈을 찾아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열 역시 과학적으로는 물리적 시스템 내의 분자들의 총 에너지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의 직관은 열을 일종의 물질로 여긴다. 즉 열이 물질처럼 이동한다고 말하고(예, "온탕에서 열이 다 빠져나갔다") 한정된 공간 안에 가둘 수 있다(예, "열이 못 들어오게 문을 꼭 닫아라")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직관을 극복하고 과학적 이해에 기초한 답변을 내는 과학자들의 뇌를 관찰한 결과이다. 이 때 과학자들의 뇌는 통제 및 갈등 감시와 관련된 뇌 영역의 혈류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이는 과학지식과 충돌하는 직관을 통제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고 설명된다. 즉, 아무리 과학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직관들을 우리의 뇌에서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려운 사실을 함께 보여준다는 것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또 다른 사례는 기후 변화에 대한 예시이다. 일반인의 직관은 기후를 날씨와 동의어로 간주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실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중들의 수용도를 조사하기 위한 여론 조사 결과는 날씨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었다. 비정상적으로 따뜻했던 해에는 비정상적으로 시원했던 해보다 여론 조사 결과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대중의 수용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러한 직관적 이해와 지구가 영원하다는 우리의 인지 오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실제 기후 변화에 대한 태도가 2008년부터 현재까지 거의 동일한 수준에 그치고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이와 관련하여, 과학적 이론에 기초하여 지구 온난화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을 구체적으로 제공 받은 그룹은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지구 온난화에 대한 수용도가 증가된 실험 결과를 보여주며, 심리적 공감보다는 과학적 이론에 기초한 올바른 개념 형성이 지구 온난화 해결에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임을 강조한다.  

     

    균과 병의 관계 역시 동서양 문화권을 막론하고 많은 직관이 존재하는 분야로 소개된다. 가장 쉬운 예로, 면역학자들은 한 세기에 걸친 연구를 통해 추위와 감기는 상관성이 없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우리는 추위에 노출되는 것만으로 감기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이해한다. 저자는 바이러스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개념을 이해한 아이들이 '안면 마스크를 만지지 마라'는 새로운 규칙을 도출해 낸 실험을 소개한다. 기존 독감 예방 프로그램에서 '안면 마스크를 만지지 마라'는 규칙이 따로 언급되지 않았음에도, 위험 요소 영상을 찾아내는 과제에서 안면 마스크를 만지는 행위를 위험 요소로 꼽아냈다고 한다. 

     

    저자는 저서를 마무리하며, 현대의 삶의 방식은 과학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과학적 이해가 중요하며, 이를 가로막는 장애물, 즉 직관적 이론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교육 설계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특히나 직관적 이론은, 스스로의 이해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인 '설명적 깊이에 대한 착각’과 직관적 이론이 가진 놀라운 회복력('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것보다 이전의 아이디어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이스의 발언으로 설명된다)으로 인해 과학 이론으로 옮겨 가는 여정이 순탄치 않음을 지적한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 이론의 개념적 영역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학습자들이 가지고 있는 과학적 개념의 교정, 부정확하고 불완전한 개념의 보완과 보충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개념적 변화를 위해서는 지식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기존 구조를 없애고 다시 만드는 '재건축'보다는 '팔림프세스트'(고대 문서 작성에 재활용된 양피지)와 같이 기존 글자 위에 새로운 글씨를 덮어쓰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살균되지 않은 우유가 박테리아의 온상임을 몰랐던 탓으로, 우유를 먹인 아기들이 모유를 먹인 아기들에 비해 사망할 확률이 몇 배나 높았던 것이 불과 백 년 전의 일이라고 한다. 지금도 우리가 당연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수많은 직관적 이론으로 인한 리스크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열두 개의 직관적 이론은 개인적 경험과도 쉽게 연결해 볼 수 있는 주제들이기에, 독자분들도 과학이라고 이해하고 있던 직관의 실체를 만나보는 신선하고 흥미로운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아가 과학적 이해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하는 저자의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 앤드루 슈툴먼(미국 캘리포니아 옥시덴탈 칼리지 심리학과 교수)
    역자: 김선애, 이상아
    출판사: 바다출판사
    출판일: 2020. 6.
    쪽수: 423
    서평자: 이지은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UC Berkeley School of Law 법학 석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김민형 지음
인플루엔셜, 2020
447 p
    김민형 지음 / 인플루엔셜, 2020 / 447p

     

    마커스 드 사토이 
옮긴이 : 박병철
반니, 2019
595 p. .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 박병철 옮김 / 반니, 2019 / 5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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