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물 및 보고서

    홈으로 > 국회소식 > 발행물 및 보고서

    [서평]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기사 작성일 2020-12-09 09:19:07 최종 수정일 2020-12-09 09:19:07

    •  
      url이 복사 되었습니다. Ctrl+V 를 눌러 붙여넣기 할 수 있습니다.
    •  
    507.인간 무리.jpg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무리지어 살아야 하는 존재의 숙제

     

    "어쩔 수 없이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타인 중에 짜증나고, 혐오스럽고, 불쾌하고, 무서운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모든 걱정스러운 사회적 조종(social navigation)과 고통스러운 언쟁에도 불구하고 진화적·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우리가 이렇게 태평하게 뒤섞일 수 있게 된 것은 아주 대단한 일이다."(580페이지)
      
    "자연의 질서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자신의 업이라고 밝힌 저자 마크 모펫은 최근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는 미국사회의 한복판에서 '사회의 덧없음'을 실감하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은 사실상 인간이 왜 무리지어 사는가에 대한 원인을 파고든다기보다는, 무리지어 사는 사회적 동물들의 '우리'와 '그들'로 편 가르는 특성에 집중한다. 사회성 곤충의 대표주자 개미의 세계에서 호모사피엔스의 세계까지 소상히 톺아보는 기나긴 여정은 이들 세계에서 발견한 질서가 인간의 공존 능력을 강화시키는데 있어 요긴한 가이드가 될 수 있으리라는 바람으로 마무리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얼마나 생산적으로 존속할 수 있는가, 하는 번민의 소산이라 하겠다. 

     

    모펫은 집단을 이루어 살면서 상호작용을 통해 소속성을 느끼며 안도하는 속성을 '사회성'이라고 규정하고, 사회는 생명체의 자연스런 욕구의 산물이라고 하였다. 또한 사회성 동물들 중에 유난히 거대하게 성장한 종에서 발견되는 핵심 동력으로 '익명성'을 제시한다. 서로 잘 알고 있는 구성원들끼리만 무리를 이루는 집단은 규모의 한계를 갖지만 낯선 개체들과도 무리를 이룰 수 있는 익명사회에서는 협동과 분업이 가능해지고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류가 특별히 거대하게 팽창할 수 있었던 것은 몇몇 낯선 개체들을 받아들이는 수준을 넘어 다른 사회 출신 집단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가능해졌다고 본다. 물론 그 과정이 개방성에 바탕을 둔 환대는 아니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식민지배, 노예사냥 등을 통해 강제적으로 집행된 민족과 인종의 혼합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어떤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다양성이 사회를 풍성하게 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가르치고 있지만, 사회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비난하고 공격할 대상으로, '우리'라는 무리와는 어떤 식으로든 구별되는 이들을 표적으로 삼는다. 모펫은 그것이 권력자들의 전략임을 상기시킨다.

     

    모펫이 극단적 국수주의자로 지칭하는 개미군집의 사례를 보자. 이들 개미들은 정체성 지표인 냄새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자기 문화를 오염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배척한다. 자기 공동체의 안전과 이득을 지키는 데에만 강박적으로 몰두하며 다양성에 의구심을 품는 이러한 집단들은 당장은 단단한 결속력과 유대감으로 굳건해 보이겠지만, 그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오늘날 끝없이 쇄도하는 낯선 것들과의 상호작용에 직면한 인간들에게 개미 사회는 어떤 사인을 주는가?

     

    자연과학 특히 생물학적 지식을 발휘하여 인간 사회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었다. 신체와 같은 하나의 유기체로서 사회를 바라보거나 동물의 세계에서 발견한 질서를 적용해 인간의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려는 그러한 시도는 학문의 경계를 따질 것 없이 매우 당위적이고 자연스럽다. 우리가 학문을 하는 목적이 절대적 진리의 추구이든 사회의 개혁이든 결국 인간의 삶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자연과학 분야의 통섭적 시도를 환영하면서도 노파심에 몇 마디 보태본다.

     

    인간은 문화라는 열매를 먹은 후에 다시 에덴동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존재다. 사회과학에서 진전시킨 '사회'라는 개념을 들이대는 것이 여기서는 의미가 없기에 묻고 가더라도, 우리가 문화라고 지칭하는 개념의 중요한 속성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를 느낀다. 인간은 원시적 단계에서 가졌던 감각적 한계를 극복하고 문화적 적응양식을 발전시켜 가면서 세계를 확장시켜왔다. 물론 곤충들도 자신들의 문화를 지니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반론할 수 있다. 그러나 신체 기관의 감각적 진화와 문화적 적응양식의 발전은 다른 차원이라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배제와 차별 그로 인한 불화라는 인간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에 접근하려는 의도라면, 좀 더 정교한 설명력이 요구된다. 인간의 사회는 무수한 상징과 메시지, 물질과 이데올로기로 범벅이 된 구조 속에 구축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순 덩어리인 사람이 행위하는 장이다. 흔히 광대한 우주의 역사를 하루의 시간으로 환산할 때 해가 진 이후에 등장한 인류라는 존재는 여타 동물들과 별 차이가 없는 미물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어쨌든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발버둥 쳐야하는 것이 인간무리의 숙명이다. 호모사피엔스는 배타적이고 적대적이고 늘 불화를 일으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을 해소하려 노력하면서 공존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종이다. 현장 생물학자이자 인간무리의 한 개체로서 그것을 너무 잘 알기에 모펫은 우리 사회를 향해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 마크 모펫(스미스소니언 협회 연구원)
    역자: 김성훈
    출판사: 김영사
    출판일: 2020. 8.
    쪽수: 737
    서평자: 정선기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베를린자유대학교 사회학 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피에르 부르디외 외저 
김주경 역
東文選, 2000-2002
3책
    피에르 부르디외 외저 / 김주경 역 / 東文選, 2000-2002 / 3책

     

    한국문화인류학회 엮음
일조각, 2006
398 p.
    한국문화인류학회 엮음 / 일조각, 2006 / 398p


    '바르고 공정한 국회소식' 국회뉴스ON

     

    • CCL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코리아 표시
      라이센스에 의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 저작자 표시저작자 표시 : 적절한 출처와 해당 라이센스 링크를 표시하고 변경이 있을 경우 공지해야 합니다.
    • 비영리비영리 : 이 저작물은 영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 저작권 표시 조건변경금지 : 이 저작물을 리믹스, 변형하거나 2차 저작물을 작성하였을 경우 공유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