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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파묻힌 여성: 여성의 눈으로 본 선사시대, 젠더 고고학의 발견

    기사 작성일 2023-08-09 10:10:45 최종 수정일 2023-08-09 10: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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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고고학자의 파묻힌 여성 제자리 찾기

     

    "선사시대에 여성이 차지했던 진정한 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고고학자들이 상상이나 가설이 아니라 사람 뼈 등을 비롯해 발굴로 찾은 유물과 후기 구석기시대(호모 사피엔스)의 '예술가들'이 남겨놓은 '이미지', 특히 여성을 표현한 것을 근거로 해야 할 것이다."(123쪽)

     

    저자는 구석기시대부터 현대까지 고고학 자료와 역사적 사실에 나타난 '여성의 존재'를 찾아서 남성 중심의 사회적 선입관을 반박하고 있다. 선사시대와 고대 및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와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 더 기울어진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통찰하고, 서구에서 여성이 투표권과 노동권을 획득하게 되는 20세기 이후까지의 긴 여정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선사학'의 태동이 서구에서 여성의 투쟁이 시작된 시점과 거의 비슷하다는 데 주목했다. 선사학이 활발하게 연구된 것은 20세기 들어와서이지만 그 뿌리는 '프리드리히 엥겔스'에 있다. (엥겔스는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서 인간사회 최초의 '가정'은 가족이 아닌 '모계' 사회라고 주장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가부장제는 다른 체제로 대체되어야만 한다. 이제 남녀가 함께 그것을 만들 일만 남았다"는 소견으로 자신의 생각이 선사학의 태동을 이끌어 낸 선학들과 맞닿아 있음을 밝혔다.

     

    3장과 4장에서는 선사시대 고고학 자료를 사회적 맥락에서 읽어내고 있다. 1974년 아프리카에서 발굴된, '루시'라고 알려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인류화석에는 '인류의 할머니', '아프리카의 이브'라는 별명이 있다. 2000년대 선사학에 도입된 DNA 분석법으로 생긴 '미토콘드리아 이브' 가설은 결국은 파기되었는데, 아프리카의 이브와 같은 맥락으로 남성중심적 사고관에 젖어 있는 연구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선사시대 여성의 자리를 제대로 찾기 위해서는 실제 존재한 것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실제 유물, 사람 뼈, 혹은 후기 구석기시대 예술가들이 남겨놓은 여성의 이미지를 근거로 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후기 구석기시대 동굴에 그려진 채색 벽화, 새겨진 암각화, 여성 형상물 등을 예로 들고 있다.

     

    구석기시대 동굴벽화보다 더 이른 시점인 3만 5천 년 전에 만들어진 여성 형상물은 19세기 말에 발견되던 순간부터 '부도덕한 비너스'라는 이름이 붙여져서 남성 중심적이고 서구 중심적인 시각으로 연구되었다. 20세기 초 로셸에서 발견된 '뿔을 든 비너스'로 불린 유물은 19세기 내내 유럽의 주요 국가에서 논쟁이 되었던, 특히 흑인 여성이 '열등한 종족'이라는 당시 믿음의 기준이 되어 버렸고, 이는 인종 서열화를 파생시킨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도 활동 중인 저명한 선사학자 앙리 델포르트가 구석기시대 예술가가 '남성'이었다는 고정된 시각 아래에서 구석기시대 작품 속 여성을 ‘어머니 혹은 쾌락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여성 형상물들은 영국에서 시베리아까지 주로 후기 구석기시대 유적에서부터 확인되고 있다. 대체로 벗은 모습으로 나타나고, 여성성이 매우 강조되었다. 바위 그림과 동굴 그림에는 여성의 음부가 강조되거나 혹은 여성의 성기만이 표현된 것도 상당수 존재한다. 그러나 벗은 몸이 아닌 옷을 입은 유물도 있고, 특정 신체 부위를 훼손시킨 행위 등도 확인되어 모든 여성 형상물이 같은 맥락에서 제작된 것은 아니다. 남성 형상물은 여성보다 뒤늦은 시점인 1만 5천 년 전에 남성 성기가 강조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저자는 구석기시대 예술가들의 작품이 성(性)을 금기시하지 않고 오히려 드러내고자 했고, 상징적 의미를 나타내려 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파묻힌 여성들부터, 르네상스 화가들의 미술 주제가 된 여성들, 프랑스 혁명기의 여성들까지 여성들이 억압되어 온 역사를 끝낼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제도를 꿈꾸고 있다.

     

    특히 필자는 '호텐토트의 비너스' 사라 바트만의 비극적인 이야기에서 여성, 남성을 떠나서 한 인간으로서 참을 수 없는 모독감을 느꼈다. 사라 바트만은 가슴과 둔부가 지나치게 강조된 로셸의 여성 형상물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19세기 제국주의 국가의 저속한 지식 욕구의 희생양이 되었던 인물이다. 저자가 구석기시대 예술가를 바라보는 태도와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인 경전, 성스러운 문서, 지식인들의 글들이 남성중심적 사고관에 따라서 쓴 글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필자는 여성과 남성의 개념 자체를 '자연스럽지' 않다는 결론에는 동의할 수 없음을 밝혀둔다.

     

    저자: 마릴렌 파투-마티스(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책임자)
    역자: 공수진
    출판사: 프시케의숲
    출판일: 2022. 12.
    쪽수: 415
    서평자: 김재윤(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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