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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아인슈타인의 전쟁: 상대성 이론은 어떻게 전쟁에서 승리했나

    기사 작성일 2021-05-07 09:38:08 최종 수정일 2021-05-07 09: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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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아인슈타인의 상대론과 과학의 정치적 이용

     

    "우리는 방정식과 가설들이 비물질적이고 초월적이며, 국경이나 검문소 같은 세속적인 문제에 의해 제한받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인슈타인은 이게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어려운 방법으로 배웠다.…상대론이 배우기 어려웠던 이유는 무시무시하게 어려운 수학 때문이 아니라 과학과 전쟁이 깊고 복잡하게 뒤얽혀 있었기 때문이었다."(261~262페이지)

     

    인류 사상 최고의 과학자 3인을 꼽으라면 단연코 아리스토텔레스, 뉴턴, 아인슈타인일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론을 내놓은 지, 10년 만인 1915년에 일반상대론을 발표한다. 상대론은 뉴턴의 아성을 뒤흔든 일대 사건이었다. 그의 이론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다. 아마 상대론이 올바른 이론으로 인정받는 과정만큼 극적인 경우는 없을 듯싶다. 천재의 놀라운 성취, 전쟁의 광기, 반전주의, 적국 과학자의 노력, 행운의 관측, 전후 이성의 회복 등은 아인슈타인 주위에 어른거렸다. 이론은 1914년에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발표되었다. 독일의 주 적국인 영국은 유명 과학자들의 정권에 대한 지지는 기본이며 적국 과학자의 업적은 무조건 깎아내리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물리학계에서는 뉴턴 이론을 뒤집는 것 같은 독일의 아인슈타인 이론에 대해 논문 열람을 금지했다. 영국은 위대한 뉴턴이 그들의 영광이고 게르만인에게 영광의 자리를 내놓을 의향은 눈꼽만치도 없었다.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과학자 대부분이 민족주의를 내세워 전쟁을 찬양하고 실제로 많은 유명 과학자가 전장에서 죽어 나가기도 했다. 

     

    영국의 천문학자 에딩턴은 반전주의자로서 과학적 진실을 쟁취하기 위하여 과학의 정치화 반대의 선봉에 섰다. 당시, 특수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있었던 몇 안 되는 과학자였던 그는 영국에서 유일하게 일반 상대론을 이해한 당사자이기도 했다. 에딩턴은 상대론이 뉴턴 물리학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요한 업적임을 간파하였다. 특히 일반 상대론이 뉴턴 물리학으로 맞추지 못하는 수성 근일점의 세차운동을 정확하게 계산하여 예측할 수 있음에 주목하였다. 상대론이 뉴턴 물리학을 넘어선 새로운 중력 이론이라는 것을 알아챈 에딩턴은 일반 상대론의 또 다른 예측인 중력에 의해 빛의 경로가 휘는지를 관측으로 검증하고자 하였다. 

     

    관측은 오직 개기일식 때만 가능하다. 일식이 일어날 때 태양이 가려지므로 태양 주위의 별이 보이게 된다. 만약 상대론이 맞는다면 태양의 중력으로 태양 주위의 별의 위치가 태양이 없을 때의 별의 위치와 차이를 보일 것이다. 에딩턴은 실험적으로 검증할 연구비를 얻기 위해 영국 정부를 설득했는데 아무도 독일 과학자의 이론을 검증하는데 도와주지 않았다. 결국 에딩턴은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틀렸음을 검증하여 영국 과학의 높은 지위와 전통을 보존하려고 관측을 한다는 묘안을 짜내었다. 에딩턴은 내심으로 일식 원정은 평화주의와 국제주의가 애국심과 전쟁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과학계에 보여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일식 실험은 단 몇 분 동안에 측정을 끝마쳐야 하므로 매우 어렵고 측정 장소의 날씨가 맑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1919년에 있었던 개기일식의 경로는 아프리카에서 남아메리카로 남반구를 가로지르는 활 모양이었다. 영국은 아프리카와 브라질 두 곳에 팀을 파견하여 독립적으로 측정하게 하여 관측 결과의 신빙성을 높이려 하였다. 결국, 일반 상대론의 예측이 실험값의 오차 안에서 바르다는 것이 밝혀졌고, 아인슈타인은 일약 세계적인 학자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상대론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든 상관없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회자되었으며, 더 나아가 인류사에 가장 영특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일반 상대론이 뉴턴 이론을 뛰어넘는 과학적 성취일지라도 정치적으로 진실이 오도되는 일은 비단 아인슈타인의 경우만이 아니다. 진실이 존재하더라도 잘못된 것으로 오인되어 잘못이 진실이 되는 일은 인간 사회에 흔한 일이다. 마치 둘 다 진실인 것처럼 통용되는 이율배반적인 사고는 한 사회에 동시에 존재하기도 한다. 두 개의 가치는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환경 하에서만 한 개의 가치로만 남는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에딩턴은 적국 과학자의 실재적 진실을 위하여 애국의 탈을 뒤집어쓴 정치와 맞선 용기 있는 행동과 반체제 인사로서의 어려운 시대를 극복한 아인슈타인에게 찬사를 보냈다. 둘은 일식 실험이 끝날 때까지 편지 교환을 한 적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아인슈타인은 1921년 영국을 방문하여 에딩턴을 만났다. 둘은 과학의 진실 앞에 항상 용감했던 사람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하여 매우 많은 자료를 수집하였을 것이다. 당시의 사회적 상황과 함께 두 주인공의 고뇌가 잘 녹아있는 책이다. 책에 나오는 물리학자들과 수학자들 에피소드는 이야기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구성 또한 치밀하여 매우 잘 쓰여진 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 매튜 스탠리(뉴욕대학교 갤러틴 개별연구대학 교수)
    출판사: 김영서
    출판일: 2020. 11.
    쪽수: 624
    서평자: 김동희 경북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시라큐스대학교 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피터 갤리슨 지음
김재영, 이희은 옮김
동아시아, 2017 
483 p.
    피터 갤리슨 지음 / 김재영, 이희은 옮김 / 동아시아, 2017 / 483p

     

    오드라 J. 울프 지음
김명진, 이종민 옮김
궁리출판, 2017
309 p.
    오드라 J. 울프 지음 / 김명진, 이종민 옮김 / 궁리출판, 2017 / 30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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