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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엘리트 세습: 중산층 해체와 엘리트 파멸을 가속하는 능력 위주 사회의 함정

    기사 작성일 2021-04-21 10:38:56 최종 수정일 2021-04-21 10: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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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능력주의의 실상을 비춰주는 거울

     

    "능력주의에 따른 불평등은 중산층의 경제사정뿐 아니라 마음과 생각까지 공격한다. 임금 정체라는 경제적 타격을 입히는데 그치지 않고 중산층 근로자를 쓸모없는 존재로 선언함으로써 도덕적 모욕까지 퍼붓는 셈이다."(89페이지)

     

    21세기 들어서 불평등은 경제학 내에서 가장 열띤 주제 중의 하나가 되었다. 대표적으로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 앤서니 엣킨슨의 『불평등을 넘어』가 경제학자들에 의한 불평등 분석서들이다.

     

    최근 사회제도와 규범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불평등 심화의 원인을 진단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대니얼 마코비츠의 『엘리트 세습』은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의 원 제목은 『능력주의의 함정: 어떻게 미국의 건국 신화가 불평등을 낳고, 중산층을 해체하고, 엘리트를 집어 삼켰나』이다. 이 책의 저자가 미국 능력주의 체제의 정점에 있는 예일대 법대 교수라는 점에서 이 책은 미국의 능력주의에 대한 내부 비판서이다.

     

    『엘리트 세습』의 핵심적인 주장은 1980년대 강화된 능력주의가 미국인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 핵심적인 요소라는 점이다. 능력주의는 미국 엘리트들에게 고액의 연봉을 가져다주었지만, 그들에게 불안을 내면화시키고, 경제적으로 배제된 중산층에게는 좌절감과 상실감을 주어 미국인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능력주의는 좌절감에 사로잡힌 중산층이 엘리트에 대한 반발로 트럼프의 포퓰리즘을 지지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엘리트 세습』에 의하면, 경제학자들이 불평등 심화의 원인을 세계화, 기술 편향적 테크놀로지의 발전, 노동과 자본의 수익률 격차, 노조 약화 등을 들고 있지만, 이는 보다 심층적인 원인을 놓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불평등 심화는 바로 엘리트의 규범인 능력주의의 산물이라고 보았다.

     

    능력주의는 태어날 때의 신분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의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나 사회의 원리이다. 즉 능력주의가 사회발전을 촉진시키는 기관차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능력주의는 능력 있는 소수 엘리트의 경제적 독점을 낳았을 뿐만 아니라, 성공한 엘리트조차 늘 불안감을 갖고 살아가게 만들었다. 저자는 경제적 분배에서 배제된 평범한 중산층이 엘리트들에 의해 독점된 부와 기회에 대한 불만과 엘리트 지배에 대한 적대감을 갖게 되면서, 능력주의는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미국의 질병'이 되었다고 보았다. 그는 미국 엘리트들이 "미국인 대부분을 인정사정없이 배제하는 동시에 배제되지 않는 사람들까지 무자비하게 망가뜨리는 과정을 통해서 지위를 얻는다"고 비판한다. 

     

    『엘리트 세습』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새로운 귀족 엘리트의 탄생과 중산층이 처한 냉엄한 현실을 다루고 있다. 과거 엘리트는 태어날 때부터 지위가 결정되지만, 신흥 엘리트는 능력과 노력의 성과를 보여주어야 하는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능력주의가 지배할수록, 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능력에 대한 보상은 더욱 더 커졌다. 엘리트 계층과 중산층의 교육격차는 극복하기 힘들 정도로 커졌고, 교육수준이 낮은 다수의 중산층은 무시와 경멸의 대상이 되었다.

     

    2부는 능력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을 다루고 있다. 노력문화와 엘리트 세습 현실, 중산층 공동화, 일과 여가를 모두 상실한 미국의 중산층을 다루고 있다. 오늘날 미국 엘리트는 과거 유한계급과 달리 근면과 과로를 통해서 고소득을 올린다. 법률, 경영컨설팅, 의료, 금융, 경영 종사자들은 수십만 달러의 소득을 올리지만, 노동 강도와 노동시간은 계속 길어지고 있다. 최상위의 1%를 차지하는 직업 종사자의 노동시간이 늘어나면서, 중간관리자 일자리가 줄어들어 중산층 공동화가 나타났다고 보았다.

     

    3부는 능력주의 결과로 나타나는 극단적인 불평등과 새로운 귀족제의 등장을 다루고 있다. 과거, 미국의 엘리트는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지리적으로 중산층과 통합되었지만, 20세기 후반의 엘리트와 중산층은 분리되어 다른 성향, 관행, 세계관을 갖는 사회계층이 되었다. 이들 간의 공통된 관심사나 연대의식도 사라졌다.

     

    이와 비슷하게도, 철학자 마이클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2020)에서 능력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는 실력이 없거나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풍조를 만들어냈다고 비판한다. 마코비츠와 샌델은 공통적으로 능력주의가 공공선의 파괴로 불평등 심화와 사회분열을 낳았다고 보았다. 엘리트의 성공은 능력이 있기 때문이며, 중산층의 실업과 빈곤은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사회문제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제거해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트럼프의 포퓰리즘이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엘리트 세습』은 미국의 능력주의를 분석하고 있지만, 한국 능력주의의 폐해를 인식하게 한다. 미국보다 더 심한 교육경쟁과 확대되고 있는 임금소득격차는 한국도 바로 이러한 능력주의의 덫에 걸려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저자: 대니얼 마코비츠(예일대학교 로스쿨 교수)
    역자: 서정아
    출판사: 세종서적
    출판일: 2020. 11.
    쪽수: 502
    서평자: 신광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위스콘신대학교 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와이즈베리, 2020 
418 p.
    마이클 샌델 지음 /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2020 / 418p

     

    마이클 영 지음
유강은 옮김
이매진, 2020 
319 p.
    마이클 영 지음 / 유강은 옮김 / 이매진, 2020 / 3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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