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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

    기사 작성일 2020-08-12 09:41:39 최종 수정일 2020-08-12 09: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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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불확실성의 시대, 모두 함께 만들어 나가는 품위 있는 삶

     

    "품위란 다른 이들과 기본적인 연대 의식을 느끼는 것이며, 우리 모두가 생을 공유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라고. 또한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크든 작든 모두 동일하게 중요하며, 이를 일상의 모든 상황 속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208페이지)
      
    전 세계 곳곳에서 차별과 혐오로 인한 각종 사고사건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 미디어 상에서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대한 도가 넘는 표현과 욕설들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음에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인해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유럽이나 북미 등지에서는 동양인을 상대로 한 차별이나 폭력 관련 사례가 다수 보고되었고, 한국에서는 중국인, 신천지, 대구, 성소수자들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로 인한 피해가 초래되기도 했다. 차별과 혐오의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 지구촌에는 최고 수준의 경고등이 켜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정치인이나 언론에서 사회적 소수자나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2017년 초,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배우 메릴 스트립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유세 도중 신체장애를 가진 기자의 모습을 대중 앞에서 대놓고 흉내 냈던 일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96페이지). 우리나라의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지난 2019년 국회의장과 각 정당대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 정치인들의 혐오표현을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목도되는 일련의 상황들을 "품위가 상실된 언행과 현상들"(12페이지)로 지칭하면서, 인간으로서 품위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찾아나간다.

     

    저자는 놀랍게도 이처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천박함이 도처에 널려 있는"(13페이지) 상황이 전개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세계화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대를 지목한다. 수천 년 넘는 인류 역사에서 인간은 본래 "예측이 가능하고 신뢰가 깔려 있는 익숙한 사람들"(161페이지)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데 적합하도록 진화해왔다. 이에 전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편입되면서 마주치는 잘 알지 못하는 타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인간은 "계획 가능한 삶과 통제 가능한 생활환경"(58페이지)을 추구하고자 하는 본능적 욕구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현대인들에게는 급속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주어진다.

     

    인간의 본성과 배치되는 변화·개방·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선택하는 전략은 각자 "확실성이 보장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그 안에서 안정을 누리는 것"(141페이지)이다. 저자는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외국인을 혐오하는 사람, 인터넷 게시판에서 독선적인 어투도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는 사람, 심지어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나 과격한 동물보호운동가들 모두에게서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된다고 말한다. 이들은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예측이 불가능하며 통제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확실하고 안전한 세계로 들어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161페이지). 자신만의 안전한 세계로 숨어들어간 사람들은 나와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들을 공격하고 비난함으로써 스스로의 존재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사람들이 종종 세계를 간단명료하게 해석하며 "내가 여러분들을 위해 다 해결하겠다"고 말하는 지도자의 거짓 선동에 쉽게 휩쓸리는 것 또한 바로 이러한 안정과 통제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관련되어 있다(154페이지).

     

    책은 크게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2개의 장에서는 '무례함'과 '품위'의 의미에 대해 논하고 각각에 해당하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다음 2개의 장에서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와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발견되는 타인에 대한 위협과 모욕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것이 타인으로부터의 관심을 갈망하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힌다. 다음 3개의 장에서는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안을 모색한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이 시대의 복잡함과 난해함을 견디지 못해 나 자신만의 단순한 세계로 숨어들지 않기를, 나아가 공동체 안에서 다른 이들과 연대하며 함께 의미 있는 삶을 꾸려 나갈 것을 당부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인간의 내면에 깊이 자리한 자기중심적인 ‘기본 설정 값’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관심을 기울이고자 노력하는 것이 품위 있는 삶의 핵심임을 재차 강조한다.

     

    사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도 이 책을 통해 저자가 규정하고 있는 '품위'의 정의나 품위 있는 삶을 위한 대안이 무엇인지는 그다지 명확해지지 않는다. 어쩌면 불확실성과 모순으로 가득 찬 오늘날의 사회에서 품위 또는 품위 있는 삶의 의미를 하나로 규정하고자 하는 시도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가 던지는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는 품위는 특정한 종류와 계층의 사람들에게만 발견되는 특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열린 대화를 통해서라면 나와 다른 모든 유형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진 당신이라면 충분히 품위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저자: 악셀 하케(저널리스트)
    역자: 장윤경
    출판사: 쌤앤파커스
    출판일: 2020. 5.
    쪽수: 255
    서평자: 김형렬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Social Sciences and Comparative Education 철학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김지혜 지음 / 창비, 2019 / 2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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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롤린 엠케 지음 / 정지인 옮김 / 다산초당 : 다산북스, 2017 / 2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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