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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삶을 위한 말귀, 문해력, 리터러시

    기사 작성일 2020-08-05 11:00:02 최종 수정일 2020-08-05 1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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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삶을 위한 리터러시에 이르는 길

     

    "리터러시가 글자와 단어의 사전적 의미만을 읽는 게 아니라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라면, 그게 바로 윤리가 발생하는, 그리고 윤리적 주체가 되어가는 지점이거든요."(181페이지)

     

    모처럼 밑줄을 긋고 포스트 잇 간지를 꽂아가며 책을 읽었다. 대담은 진행보다 준비가 더 치밀해야 하는데, 이 책의 유려한 심도를 보면 그 준비가 어떠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매우 폭넓게 쓰이는 리터러시는 그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까닭에 이야기하기 어려운 분야다. 모두 다섯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리터러시의 문제를 매우 유연하고 개방적인 자세로 접근한다. 교조적인 관점이나 개념은 가볍게 돌파하며 오히려 '지금 이곳'의 콘텍스트에 주목한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상이한 전공의 두 연구자가 서로의 말을 요약하고 경청하는 대화 방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상호 이해와 소통에 이르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데, 이것은 이 책이 말하는 진정한 리터러시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리터러시는 단지 문자를 읽어내는 능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와 타자에 대한 태도, 즉 삶의 태도와 연관된 문제이다. 리터러시는 타자와 세계에 대한 주도적 읽기이며, 동시에 읽음을 통한 다름의 인정이고, 그 다름의 가치에 주목함으로써 상호 소통의 이유와 방식을 내재화하는 역량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읽을 수 있는 자와 읽지 못하는 자, 읽을 것을 정하는 자와 읽어야 하는 자, 읽는 자와 보는 자를 나누고, 우열을 가리어 서열을 매기는 교조적인 리터러시가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그것이 갖고 있는 가치에 주목하여 상호 소통과 이해에 이르는 열린 리터러시에 주목한다. 리터러시는 단지 문자만을 해독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생각하고 판단하는 일련의 자기화 과정이며 주도적인 체험과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유와 성찰에 이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근대를 구현한 리터러시 역량이 시민과 개인의 탄생을 가져왔지만 그와 동시에 리터러시 하지 못하는 자들을 대상화하여 배제하고, 리터러시 언어, 가능 여부, 수준 등에 따라 서열화함으로써 그 자체로 권력이 되었다고 비판한다. 현재의 우리도 자유롭지 못한 리터러시의 권력화는 리터러시의 가장 큰 미덕인 상호성에 기반한 세계에 대한 통합적 이해 능력을 가로막는 까닭이다. 더구나 글로벌화에 따라 각기 다른 문화와 이해관계라는 상이한 맥락을 지닌 타자와 세계에 대한 이해가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 디바이스, 콘텐츠의 등장으로 인해 다중문해력(Multiliteracies)을 요구하는 시점에 구분, 배제, 우열을 가르는 리터러시는 폭력적이다.

     

    탁월한 유연성, 경제성, 추상성의 미덕을 지닌 텍스트가 유튜브 영상에 돌이킬 수 없을 지경까지 압도됨으로써 사회 전반의 리터러시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었다. 저자들은 이러한 텍스트 리터러시 능력 저하가 세계를 인지하는 방식은 물론 의미 구성 방식까지 변화시켜 놓았다고 지적하며, 따라서 리터러시 능력은 개인 역량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 역량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감이라는 듣기 좋은 '언어의 반복'의 이면에는 구분과 배제의 질서가 있다. 반향실 효과(Echo Chamber Effect)에 갇힌 소셜 미디어는 '우물에서 세상을 보는 일'과 같으며 성찰에 이르지 못하는 자기 강화일 뿐이라는 지적은 매우 적실하다. 또한 외로움에 갇혀 성찰의 고독에 이르지 못하는 한계에 대한 비판은 뼈아프다.

     

    저자들은 리터러시가 타자와 세계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지향한다면 반드시 윤리적 책무가 발생할 것이고, 이를 전제로 한 다리 놓기의 리터러시를 제안한다. 타자와 세계에 대한 이해와 리터러시를 통한 성찰은 자기만의 의견과 생각에 대한 부단한 되물음을 요구한다. 상이한 언어와 각기 다른 관점을 전제로 권력과 서열을 넘어설 수 있는 상호성과 그에 따른 윤리적 책무에 이르는 이 책의 논리는 설득력이 강하다. 다만, 다소 아쉬운 것은 책의 제목이다. 도발적인 효과는 있지만 자칫하면 제목이 책의 내용과는 동떨어진 선입견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책의 제목보다 훨씬 넓고 깊은 리터러시의 성찰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모처럼 좋은 책을 신나게 읽었다. 밑줄을 긋고, 더 좋은 내용은 형광펜으로 표시해두었다. 좋은 책을 보면 주변에 자꾸 권하게 되는데 우연한 자리에서 이 책을 이야기하다 책까지 주고 말았다. 아마도 그는 나와 다른 관점에서 더 깊고 넓게 읽어낼 것이다. 다음에 만나게 되면, 그도 나처럼 신나서 이 책을 이야기할 것이다.

     

    저자: 김성우, 엄기호
    출판사: 따비
    출판일: 2020. 4.
    쪽수: 295
    서평자: 박기수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매리언 울프 지음 / 전병근 옮김 / 어크로스출판그룹, 2019 / 359p
    매리언 울프 지음 / 전병근 옮김 / 어크로스출판그룹, 2019 / 359p

     

    폴 블룸 지음 / 이은진 옮김  / 시공사, 2019 / 347p
    폴 블룸 지음 / 이은진 옮김 / 시공사, 2019 / 3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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