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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집단 착각: 인간 본능이 빚어낸 집단사고의 오류와 광기에 대하여

    기사 작성일 2023-12-20 09:38:47 최종 수정일 2023-12-20 09: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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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사회적 압력을 넘어선 자유의 여정

     

    "자존감은 내밀한 경험이다. 인간 존재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가가 중요하다. 자존감의 궁극적인 근원은 오직 내면으로부터 비롯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이 아닌 나 자신의 행위에서 나온다. 자존감을 외적인 것에서,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반응에서 찾는다면, 우리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291쪽)

     

    『집단 착각』이라는 책의 제목 때문에 집단지성과 관련된 경영학 서적이나 정치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고 있는 책일 것이라는 인상을 받고 책을 접했는데 이 책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 내면에 관한 것이다.

     

    책의 도입부인 1부 '순응의 함정'에서는 다양한 실증 사례와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집단 착각이 얼마나 흔하게 관찰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집단 착각이 일어나는 배경은 소속감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다수를 따라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밝혀 준다.

     

    2부 '사회적 딜레마'에서는 이러한 집단 착각이 더욱 조직화한 사회구조와 더불어 최근 새롭게 부상한 SNS 인프라와 결합하면서 어떻게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사회를 예전보다 더 양극화하는지 그 폐해를 다루고 고발한다.

     

    2부까지는 여느 사회과학 서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마지막 3부 '회복력 수업'에서 두 명의 중요한 인물이 등장하면서 책의 초점이 사회적 이슈에서 개인의 내면을 향하기 시작한다. 유능한 젊은 경찰이었던 밥 델라니는 FBI로부터 조직범죄 수사를 위해 위장 근무 요원으로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범죄조직을 지원하는 트럭 운전사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모범 시민이었던 밥 델라니는 자신의 정체성과 동떨어진 거친 불량배 역할을 3년 동안 충실하게 수행하면서 내적 긴장감 속에 힘든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 결과 3년간의 임무를 마친 밥 델라니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는데, 체중은 13㎏이 늘었고 전에 없던 폭력적 성향이 몸에 뱄으며 예전의 일상생활을 되찾지 못했다. 자신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거짓된 삶을 오랜 기간 살면서 경험한 삶의 부조화가 밥의 일상을 망가뜨려 버린 것이었다.

     

    밥의 사례는 1, 2부에서 살펴본 집단 착각으로 인한 사회적 딜레마가 우리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밥과 같이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사회적 압력에 의해 우리의 깊은 내면적 본질과는 맞지 않는 관습이나 문화, 규범, 혹은 바깥으로 보이는 우리의 이미지를 신경 쓰면서 오랜 세월을 견디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상황이 밥 델라니의 사례와 무엇이 다른지 고민해 보자는 제안이다.

     

    밥에 이어 이 책의 저자인 토드 로즈가 직접 등장한다. 그는 ADHD로 인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베이글 가게에서 최저 시급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내와 어린 아들을 부양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나다니엘 브랜든의 『자존감의 여섯 기둥』의 문장(위 '책 속의 한 문장')을 접하고 깨닫게 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신경 쓰고 있었고, 정작 스스로는 자신을 불신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날 이후 그는 일기를 쓰면서 자기 내면과 대화하기 시작했고,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입학하여 하버드대 박사가 될 수 있었다.

     

    토드 로즈가 자신의 사례를 제시한 이유는 분명하다. 집단 착각은 외부의 시선에 대한 우리 자신의 굴복에서 비롯하는데, 이것을 깨뜨리는 힘은 바로 '내면의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정직하게 반응함으로써 스스로 '자존'하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토드 로즈는 자신의 경험을 설명할 수 있는 선현들의 가르침을 찾기 위해 벤자민 프랭클린과 장 자크 루소를 살펴보다 공자가 가르친 '성(誠)' 개념에까지 이른다. 공자는 우리에게 나와 이웃을 향한 선한 본성이 있고, 이를 발전시키고 완성하는 것이 온전한 사람이 되는 길이라고 가르쳤는데 이것이 자신이 경험한 바로 그것이라는 것이다.

     

    토드 로즈가 본인의 핵심 주장을 공자의 가르침과 연결하였는데 흥미롭게도 '집단 착각'의 내용은 공자의 '논어'에도 등장한다. 논어에는 '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군자 화이부동, 소인 동이불화 : 군자는 서로 조화를 이루지만 반드시 같기를 요구하지 않고, 소인은 같기만을 요구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어울리지 못한다.) 구절이 나온다. '同而不和'가 사회적 압력에 굴복하여 쉽게 동화하는 일반인의 특성을 설명한 '집단 착각'의 1부와 2부 내용이라면, '和而不同'은 내적 자존을 이루어 사회적 압력에 굴하지 않지만 모든 것과 조화하는 3부의 내용이다. 이 책 '집단 착각'은 공자의 가르침에 대한 훌륭한 주석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 토드 로즈(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발달심리학 전문가)
    역자: 노정태
    출판사: 21세기북스
    출판일: 2023. 5.
    쪽수: 419
    서평자: 김호인(포스코경영연구원 친환경인프라연구실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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