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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언어로 본 한국인의 문화유전자

    기사 작성일 2023-09-27 08:54:46 최종 수정일 2023-09-27 08: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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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한국어로 배우는 세계 문화의 씨앗

     

    "우리말은 감정표현이 발달한 언어입니다. 감정표현이 발달하였다는 것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고 변화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음을 의미합니다. (중략) 말은 마음이고 감정이고 힘입니다."(173쪽)

     

    이 책은 다양한 한국어를 통해 한국문화의 핵심과 깊은 지혜를 전하고 있다.

     

    1장 '문화의 씨앗, 언어'에서 저자는 물질문명과 구별되는 문화의 정신적 속성에 대하여 논하고, 철학·종교·평화와 연결한다. 그중에서 성취문화보다는 소통을 위한 생활문화에 주목하고, 대부분은 주위 나라와 교류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 공통의 문화임을 전제한다.

     

    2장 '언어의 시작, 말과 놀이'에서는 '도리도리, 죔죔, 곤지곤지, 곤두곤두, 부라부라'를 자세히 소개한다. 아기에게 말과 듣기, 건강한 동작을 동시에 가르친 것으로서 대대로 이어온 놀라운 지혜임을 강조한다.

     

    3장부터 이어지는 한국인의 언어관, 인사, 감정, 자연, 의식주와 아리랑, 비유 표현 등에서 저자는 깊이 있는 연구로 정리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준다. 반짝, 번쩍, 번개, 반딧불이의 '반'은 '빛'과 관련된다. 그래서 '반갑다'는 서로 만날 때 얼굴에 빛이 난다는 뜻이고, 밝은 웃음과 미소로 더 환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가운 사람, 그리운 사람을 만나면 나도 빛이 나고 그도 빛이 납니다."(133쪽)

     

    '아름답다'의 의미는 '나답다'라고 한다. 아름답다의 옛말인 '아ㄹㆍㅁ'의 뜻이 '나'이기 때문이다. 나답게 자신의 가치를 빛나게 하는 삶이 아름다운 삶이기에 이렇게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다 보면 남도 아름답고 귀하게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쁘다'에는 보호하고 싶은 감정이 담겨있다. 훈민정음에 나오는 '어엿비'가 가엽고 불쌍하다는 의미로 쓰인 것과 연관된다. '아이고 가엾어라' 하며 애틋하게 지켜보는 할머니의 참사랑을 보여준다.
      
    '기쁘다'는 '기꺼이' 한다는 의미가 있다. '기꺼이'의 옛말인 '깃다'에 '-브-'가 합쳐진 말로 개인적인 마음의 상태이다. 이에 비해 '즐겁다'는 벗과 함께 여럿이 느끼는 감정이다. 논어(論語)에 나온 '배우고 익히는 것이 기쁘고(說=悅) 벗과 함께하는 것이 즐겁다(樂)'는 구절이 '기쁘다'와 '즐겁다'를 잘 나누어 보여준다. "우리말의 감정을 살피면서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하루하루 자라는 기쁜 삶이기를 바랍니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도 바랍니다. 그것이 '기쁘다'와 '즐겁다'의 구별 방법입니다."(164쪽)

     

    변치 않고 푸르른 소나무의 절개는 사실 늘 새롭게 변화하기에 가능하다는 역설도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다. "늘 새로워지는 나무가 바로 상록수인 셈입니다. 한국인에게 '소나무'는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로운 것이죠."(201쪽)

     

    잣나무에 대한 놀라운 사실도 밝혀져 있다. 홍송(紅松)이 잣나무를 가리키는 말이고, 학명도 '한국 소나무(Korean Pine)'로서 원산지를 보여준다. 신라 향가인 <찬기파랑가>에 '잣 가지 높아 서리 모르실 님이시여'가 나오듯 순우리말 기록으로 가장 오랜 나무 이름이고, 중국과 일본에서도 '신라송(新羅松)', '조선송(朝鮮松)'으로 나와 있다. 한국의 잣나무는 건축, 가구, 열매, 치유의 숲으로도 우리와 매우 가까이 있다. 소나무 중에서도 가장 한국인다운 잣나무로 계속 함께할 것이다.

     

    '다르다'의 중심 의미도 이 책은 '특별하다'로 새긴다. 부부유별(夫婦有別), 남녀유별(男女有別)의 별(別)을 특별한 관계로 본 것이다. 다름에 대하여 차별이나 배척이 아니라 서로 더 귀하게 존중하고 공존해 온 전통을 보여준다.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서로 이어져 있는 사람들입니다. '나'와 '너'와 '누(3인칭)'가 보여주는 인간관계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어진 사람이고 서로에게 특별한 사람이라는 점입니다."(215쪽)

     

    이외에도 아리랑의 의미, '미운 정 고운 정'의 순서, 북두칠성, 해, 달, 다르다와 닮다, 어울리다 등 다양한 어휘와 문장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우선 다가서는 책이다. 동시에 독자 모두에게 우리말을 새롭게 깊이 사유하며 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국어에 담긴 문화 유전자이지만 전 세계인이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인류문화의 씨앗이다. "본래 이 세상은 좋은 세상이고, 본래 인간은 아름다운 존재"라는 생각으로 쓴 이 책의 저자는 "문화가 평화가 되고, 문화가 즐거움이 되길" 바라며 마무리한다. 책으로 다가온 한국어 스승과 반갑게 만난 독자들이 치유의 숲을 거닐며 정답게 이야기 나눌 것이다.

     

    저자: 조현용(경희대학교 한국어교육 전공 교수)
    출판사: 夏雨
    출판일: 2023. 3.
    쪽수: 325
    서평자: 윤미연(서울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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