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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오피니언

[국회보 주재관리포트]'인지증(치매)'을 극복하고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일본의 인지증기본법 제정

  • 기사 작성일 2023-12-01 13:32:33
  • 최종 수정일 2023-12-01 13:33:18

[국회보 2023년 12월호]

 

기억, 판단, 언어, 감정 등의 정신기능이 만성적으로 감퇴하여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뇌질환을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치매'라고 부르는데, 일본에서는 '인지증(認知症)'이라고 부른다. 일본도 과거 치매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나, 해당 용어 자체가 '어리석다'는 의미의 낙인 효과를 주는 모멸적인 표현이며 질병의 조기 발견을 어렵게 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어 2004년부터 이를 순화한 인지증을 사용하고 있다. "멍청하지만 마음은 살아있다"는 인지증 당사자의 호소는 인식개선의 필요성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아가 일본에서는 2023년 6월 여야 만장일치로 '함께 사는 사회 실현을 추진하기 위한 인지증기본법'(이하 인지증기본법)이 성립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기시다 총리가 직접 주관하는 '인지증과 마주하는 행복고령사회 실현회의'를 설치하는 등 인지증 극복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초고령사회와 인지증의 급증, 여전한 편견

 

일본이 인지증 극복에 힘쓰고 있는 이유는 초고령사회의 도래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일본은 2022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고령화율)이 29.0%를 기록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초고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인지증은 통계적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유병률(prevalence rate)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2014년 실시한 인지증 인구 장래추계에서도, 2025년 675만~730만명, 2030년 744만~830만명, 2040년 802만~953만명이 인지증이 있을 것으로 추계되는 등 일본의 인지증 인구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인지증 인구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일본 사회에서 인지증이 있는 사람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지증은 급속히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진행하기 때문에 초기부터 적절한 지원과 치료가 있으면 발병 후에도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2019년도 여론조사 결과, '인지증이 있으면 스스로 생활하는 것이 어려워져 요양시설에 들어가서 지원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율이 40%에 이르는 등 인지증이 있는 사람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이미지가 뿌리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증 당사자 존엄성 존중과 사회 구성원의 이해 도모

 

인지증기본법은 인지증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인지증 당사자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인지증이 있는 사람을 포함한 국민 개개인이 그 개성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서로 인격과 개성을 존중하며 의지하고 상생하는 사회인 '함께 사는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 인지증기본법이 추구하는 목표인 것이다(제1조).

 

인지증 당사자를 인지증 정책의 중심에 둔다는 생각은 이 법의 기본이념 조항에 잘 나타나고 있다. 인지증기본법은 기본이념의 많은 항목에 '인지증이 있는 사람'을 특별히 주어의 자리에 두면서 기본적 인권의 주체 및 사회의 대등한 구성원임을 확인하고(제3조제1호), 보건의료 및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도 당사자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제3조제4호). 또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인지증이 있는 사람의 의사결정 지원 및 권리이익 보호에도 힘쓰도록 규정하고(제17조), 정부가 '인지증 정책추진 기본계획'을 정할 때 인지증이 있는 사람 및 가족 등으로 구성된 관계자회의의 의견을 듣도록 의무화하는 등 당사자 의견을 존중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제27조제2항).

 

인지증이 있는 사람과 접할 기회가 없거나 가족이 갖고 있는 인지증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기회가 적으면 인지증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기 쉽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의 많은 교육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인지증이 있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한 교육 및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인지증기본법은 인지증에 대한 올바른 지식 및 인지증이 있는 사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깊게 할 수 있도록 학교 및 사회에서 인지증에 관한 교육을 추진하고, 관련 운동의 전개 등 필요한 정책을 강구하도록 해 인지증 관련 교육에 관한 근거를 명확히 했다(제14조).

 

일상생활에서의 장벽 제거 및 사람 중심의 돌봄 체계

 

인지증이 있는 사람은 대중교통, 금융기관, 일반소매점 등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인지증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소매업소에서 도움을 받으며 천천히 계산할 수 있는 계산대(slow lane)를 설치하는 등 민간 주도의 배려 사례가 늘고 있으며, 요양기관과 민간이 연계해 인지증이 있는 고령자에게 단시간 근로기회를 제공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인지증기본법은 이러한 움직임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관련 민간단체 등과 밀접하게 연계해 필요한 정책을 강구하도록 하고 있다(제15조). 아울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인지증이 있는 사람의 사회참가 기회 확보 및 고용 확대에 필요한 정책을 강구할 것도 규정한다(제16조).

 

인지증이 있는 사람에 대한 돌봄은 인지증 그 자체에 대한 치료와 아울러, 고령에 수반되는 다양한 질병의 치료 및 예방, 생활지원, 고독 및 임종준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각 관계자의 유기적인 연계가 중요하다.

 

인지증기본법은 이러한 사람 중심의 돌봄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살고 있는 지역에 관계없이 적절한 의료 및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제를 정비하고, 보건·의료 및 복지 등 관계자가 긴밀하게 연계할 수 있는 정책을 강구하도록 한다(제18조). 아울러 인지증 당사자 또는 가족의 상담에 대해 개별 상황에 대응한 종합적인 지원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제19조).

 

아직 인지증에 대한 명확한 예방 및 치료법이 확립되어 있지는 않지만, 체계적인 예방 및 치료법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인지증기본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인지증 예방 및 치료 등에 필요한 연구는 물론, 인지증이 있는 사람의 사회참여 방식 및 장애 없는 환경 등에 관한 연구의 추진도 강구하도록 규정한다. 아울러 국가가 민간과 협력하면서 전국적인 추적조사도 실시할 수 있도록 해 국가 차원의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제20조).

 

내각총리가 직접 챙기고 지자체 및 민간과 긴밀히 연계

 

인지증기본법은 내각에 내각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인지증 정책추진본부'를 설치하고, 동 본부에 인지증 정책 기본계획안 작성 및 실시추진 등의 권한을 부여해 인지증 정책의 추진력을 담보하고 있다(제26조~제36조).

 

아울러 각 지방자치단체도 정부의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인지증 정책 추진계획을 책정하도록 노력의무를 부여하여 중앙정부와 정책연계성을 강화하고 있다(제12조 및 제13조). 또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보건의료 및 복지서비스 제공자, 일상생활 기반서비스 제공자 등 다양한 주체와 상호 연계해 정책을 강구할 것을 규정한다(제23조).

 

우리나라에는 '치매관리법'이 제정되어 있으나 '암관리법'과 체계가 비슷하고 '질병 관리'라는 측면이 부각되어 있다. '치매'라는 용어 자체에 관해서도 이를 순화하기 위해 2012년 제18대국회에서 처음 개정안이 발의된 후(의안번호 1813746), 제21대국회에서도 '인지저하증', '인지흐림증', '인지증' 등으로 순화하기 위한 법률안이 6건 발의되는 등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인지증기본법은 인지증 당사자 및 가족 단체와 함께 초당파 의원연맹인 '함께 사는 사회 실현을 위한 인지증 정책추진 의원연맹'이 주도해 의원입법으로 성립한 것이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인지증 정책을 기본적 인권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논의를 이어나간 일본 시민사회 및 정치권의 노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회보 바로가기 http://assembly.go.kr/portal/cnts/cntsCont/dataA.do?cntsDivCd=NAMGZN&pdfClsCd=MGZ&menuNo=6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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