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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오피니언

[글로벌이슈브리프]글로벌 사우스의 식량안보적 기회와 위협

  • 기사 작성일 2025-04-23 10:25:33
  • 최종 수정일 2025-04-23 10:30:19
이지선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
이지선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

오늘날 국제사회는 기아 그리고 영양부족으로 이어지는 식량부족 현상을 '식량안보'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제 식량 문제는 개인 복지나 사회 안정성 차원을 넘어, 국가안보 그리고 지역·국제안보의 핵심 이슈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기후변화 심화, 코로나19 팬데믹 확산,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러우전쟁) 발발과 장기화로 인해 전 세계 영양 부족 인구 비율이 다시 증가하고, 국제 식량 수급 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식량 및 경제 불안정성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이스트(Global East)-러시아, 중국, 이란 등이 속하며, 미·유럽 주도의 '글로벌 웨스트'에 대비되는 국가군-국가들 가운데 괄목할 만한 정책적·전략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식량 안보' 개념이 단순히 개인의 생계나 농업 정책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중대 안보 이슈이자 외교 정책의 주요 부문으로 재해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식량안보 정책 변화의 속내

 

중국의 사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최근 식량안보 정책의 변화는 해당 정책의 선진화라기보다는 강화된 '자국 우선주의'와 '중앙 통제'를 반영한다. 이는 식량 위기에 대비해 자국의 식량안보를 방어적으로 보호하려는 의도로 해석 가능하다. 중국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6억 3천만톤이던 국내 곡물 생산량은 2022년 6억 8천만톤으로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옥수수, 쌀, 밀 등 주요 곡물의 생산이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량은 이를 상회하는 속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진핑 정권이 식량 안보를 강조하게 된 지정학적 배경으로는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 경쟁의 심화와 글로벌 식량 공급망의 붕괴가 있다. 미중 간 무역 전쟁이나 전략 경쟁이 첨단 기술을 넘어 식량 분야로까지 확산되면서, 중국은 탈미국화와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중국은 러시아와의 농업 협력을 통해 식량 안보를 향상시키려는 전략적 움직임을 보였으며, 양국은 상호보완적인 농업 구조를 조성함으로써 파편화된 국제무역 구조 속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중국의 식량안보 정책 변화에는 국내 요인도 크게 작용하는데, 대표적으로 경작지 감소와 농촌 경제 악화를 들 수 있다. 파괴적인 경작 방식과 농지 용도변경 등으로 2013~2019년 사이 중국의 경작지는 약 5% 감소했다. 특히 대두 재배 면적의 급감은 중국의 식량 수입 의존도를 더욱 심화시켰다. 여기에 기후 변화로 인해 수자원 부족과 지역 간 격차 확대는 농업 생산성과 농민 소득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도, 중국 내 식품 소비 패턴 변화는 식량 수요 증가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지난 10년간 도시 중산층의 급속한 확대는 식용유, 설탕, 육류, 가공식품의 소비 급증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사우스의 식량안보 취약성과 중국발 위협

 

글로벌 식량안보라는 관점에서 글로벌 사우스는 소득 수준과 식량자급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글로벌 웨스트와 글로벌 이스트에 비해 현저히 높은 식량 불안정성에 노출되어 있다. 이들 국가들은 자국 내 생산보다는 수입에 의존하는 식량수급시스템을 선호해왔고, 이로 인해 국제 식량 공급망과 가격 변동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반면, 식량 강대국인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식량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행위자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이 향후 국내 증산에 성공하더라도 빠르게 늘어나는 국내 수요를 온전히 충족시키기 위해 외부로부터 식량을 지속적으로 수입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이는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새로운 무역 및 협력의 기회를 만드는 동시에 가중된 위협 관계를 조성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의 급증하는 수입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주변 식량 수출국들의 생산력 확대와 우호적인 무역 환경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최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의 주요 식량 수출국들은 자국 식량안보를 우선시하며, 곡물 수출 제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 식량 수입과 국제 원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저소득·빈곤국들은, 중국의 대규모 수입 확대와 그로 인한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의 간접적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와 한국의 기대역할

 

기후변화, 전쟁, 식량 수출 제한 조치의 확산 등으로 인해 전 세계 대부분 국가의 식량안보는 과거보다 악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사회, 특히 한국은 글로벌 사우스, 즉 저개발·개발도상국의 식량안보 문제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사우스의 식량안보 향상을 위해 해외 농업개발, 즉 농업 분야 ODA를 대폭 확대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강점을 지닌 스마트팜, 디지털 농업 기술의 적극 활용, 기후변화 대응형 종자 개발, 농업정책 역량 강화 등을 포함하는 통합적 지원 패키지가 병행되어야 한다. 한국은 이처럼 확대된 농업 협력과 기술 지원을 통해, 글로벌 사우스의 기후 대응력 제고와 농업 생산성 향상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아시아 지역 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신뢰 기반을 회복하고, 향후 경제적·정치적 협력 관계로의 확대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지선은 영국 킹스컬리지런던에서 개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식량안보, 북한식량난, 기근이론, 안보화이론, 공산권원조, 개발협력, 전후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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