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닫기
국민을 지키는 국회 미래로 나아가는 국회
창닫기

국회정보나침반

관리기관
서비스명
관리기관
창닫기

정책 오피니언

[국회보 주재관리포트]영국의 자율주행자동차법 제정의 의미

  • 기사 작성일 2025-01-04 14:43:14
  • 최종 수정일 2025-01-04 14:43:14
김경원 국회 영국 주재관
김경원 국회 영국 주재관

[국회보 2025년 1월호]

 

2024년 가을은 자율주행차 관련 분야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은 시기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율주행차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며,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2026년 로보택시 양산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본격적인 시장 조성을 앞두고 영국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국의 관련 산업 현황을 보면, 기존 자동차 제조 기업들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병행 개발하는 것과 달리, 영국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더 큰 중점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영국 기업으로는 AI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는 웨이브(Wayve)와 범용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선도하는 옥스보티카(Oxbotica)가 있다. 특히, 웨이브는 2024년 5월 영국 투자 사상 최고액인 10.5억 달러를 유치했으며, 같은 해 8월 차량 공유 업체 우버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아 이목을 끌고 있다.

 

다음으로 영국의 법체계를 살펴보면, 2018년에 주요국과 유사하게 '2018 자율주행 및 전기자동차법(Automated and Electric Vehicles Act 2018)'을 제정해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후 2022년 1월, 자율주행차 기술 발전에 맞춰 영국 법률위원회(Law Commission)는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대비해 75개의 권고 개정안을 담은 '자율주행차 공동보고서(Automated Vehicles: Joint Report)'를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영국 정부는 2022년 8월 정책 보고서 'The Connected and Automated Mobility(CAM) 2025 Roadmap to Market'을 발표했고, 2023년 11월에는 이를 보수당 정부의 입법 계획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 5월 20일 '2024 자율주행자동차법(Automated Vehicles Act 2024)'을 제정하며, 2026년 완전 자율주행차(레벨 3~4)의 도로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2024 자율주행자동차법: 주요 내용과 기대효과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필요한 안전 원칙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영국 정부는 의회의 동의를 전제로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 원칙을 규정해야 하며(Section 2), 사고 발생 전후의 데이터 기록 및 시스템 업데이트를 책임질 '승인된 자율주행 법인(Authorized Self-Driving Entity, ASDE)'을 도입했다.

 

ASDE는 자동차 제조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제공 기업, 로보택시 운영사 등으로 구성되며,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성과 법적 준수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Section 6). 또한, ASDE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필요 시 정부 요청에 따라 이를 공유해야 한다(Section 14).

 

특히 로보택시와 같은 완전 자율주행차(레벨 4~5)를 대비해 운전자 비필요 차량(No-User-in-Charge)의 개념을 도입했으며(Section 12), 운전자와 운행 관리자(User-in-Charge)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했다. 운전자 비필요 차량과 운행 관리자 개념을 통해 운전석에 앉아 있더라도 운전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차량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자율주행 시스템이 작동하는 운행 가능 영역(Operational Design Domain, ODD) 내에서는 운행 관리자가 법적 책임에서 면제된다(Section 47).

 

그 외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정부의 허가 없이 자율주행차량을 홍보 및 공급하는 경우 제재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고(Section 78), ASDE가 타 도로이용자에게 손해를 끼칠 경우 정부가 이를 보상하도록 지시할 수 있게 함으로써(Section 34~36) 사실상 영국 정부에서 인정하는 자율주행차량에 대해서는 이용자가 책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을 통해 영국은 기존 입법례에서 자동차 제조사가 중심이었던 책임 구조를 변경해, 소프트웨어 제공 기업도 제조사와 동일한 위치에서 ASDE로 지정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영국 소프트웨어 제조사가 개발 중인 기술이 기존 자동차에서 범용 소프트웨어(구글의 안드로이드와 같은 개념)를 통해 자율주행차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향후 영국에서 ASDE로 인증받은 소프트웨어 업체는 해외 시장에서도 높은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ASDE가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기술 개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영국 입법의 국제적 맥락과 미래 전망

 

자율주행 기술 연구를 선도하는 임페리얼대학의 모하메드 쿠두스(Mohammed Quddus) 교수와 면담한 결과 현재 자율주행차량의 기술은 자동차 센서의 자체 기술 발전을 넘어 차량간 상호작용과 도로와 연계해 발전 중이었다. 특히 쿠두스 교수는 현재 자율주행 기술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각국의 상이한 안전 규제와 불명확한 책임 소재 문제를 지적했다. 생명과 직결되는 운송 수단의 특성상, 안전성과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매우 중요한데, 각국이 이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고 통일한다면 기술 발전 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율주행차 산업은 과거 항공업계처럼 기술 개발 후 국제 기준이 마련되고, 이를 기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자율주행차 관련 국제 기준인 ISO 5083을 표결 중이며, 각국은 자국 기술과 안전 기준을 고려해 대응 중에 있다.

 

한편, 영국이 동 법률 제정 당시 목표한 바와 같이 2026년 완전 자율주행차 도로 운행 목표를 달성하려면, 노동당 내각이 이끄는 새로운 정부가 공청회와 같은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기술 발전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변화 가능성을 묻자, 쿠두스 교수는 노동당이 법 제정 당시 큰 반대 없이 협력했던 점을 근거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결론: 미래를 대비한 체계적 입법

 

영국의 자율주행자동차법은 미래 성장 산업을 대비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방향성 있는 입법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기술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독립적인 법률위원회가 보고서를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 정책과 입법을 추진한 점이 돋보인다.

 

또한, 안전 원칙과 같은 중요한 사항은 정부에서 확정하기 전에 의회의 동의를 받도록 해 국민의 대표 기관인 의회의 민주적 통제를 확립한 점에서 영국 입법 시스템의 강점이 드러난다.

 

이 법률은 로보택시 등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본격화를 대비하는 영국의 핵심 조치로, 향후 국제 기준 채택과 글로벌 표준화 논의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미래 산업에 대응함에 있어 자국의 강점이 있는 산업을 위해 적기에 입법을 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체계적인 입법 시스템을 통해 영국 특유의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국회보 바로가기

http://www.assembly.go.kr/portal/cnts/cntsCont/dataA.do?cntsDivCd=NAMGZN&pdfClsCd=MGZ&menuNo=601022

 

'생생한 국회소식' 국회뉴스ON

  • CCL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코리아 표시
    라이센스에 의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 저작자 표시 저작자 표시 : 적절한 출처와 해당 라이센스 링크를 표시하고 변경이 있을 경우 공지해야 합니다.
  • 비영리 비영리 : 이 저작물은 영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 변경금지 변경금지 : 이 저작물을 리믹스, 변형하거나 2차 저작물을 작성하였을 경우 공유할 수 없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국회소식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