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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총장동향

[政治正音] 면책특권

  • 기사 작성일 2016-07-06 18:02:48
  • 최종 수정일 2016-07-07 17:25:35
[정치정음] 면책특권.jpg

 

20대 국회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은 지금, 화두는 ‘의원특권 내려놓기’다.

일반 국민이 갖지 못하는 특별한 권한을 국회의원들이 갖고 있고, 이 ‘특별함’이 국민 대표라는 의원 신분이라 해도 ‘부당’하다는 인식이 논의의 출발이다.

 

그 중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응천 의원이 지난 6월 30일 대법원 업무보고를 받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추행 전력이 있는 인물이 대법원 양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발언했는데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조 의원은 뒤늦게 허위사실임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했지만,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한 발언은 국회 밖에서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특권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지지 않는 권한
국회 내 발언 표결을 밖에서 면책해 외부 권력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운 의사 보장

 

면책특권(免責特權)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권한을 말한다. 헌법 제45조가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과 달리 지방의회 의원에게는 면책특권이 없다. 지방자치법 제83조 제1항은 “지방의회의 의원은 본회의나 위원회에서 타인을 모욕하거나 타인의 사생활에 대하여 발언하여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 의회 안에서의 발언을 밖에서 책임지지 않는다는 규정은 없다.

 

국회의원은 유권자인 국민이 선출해 권력을 위임한 정치 주체다. 주어진 권한과 소신에 따라 발언 표결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면 될 일인데 왜 헌법이라는 최고규범에 이런 특권 규정을 명시해 놓은 걸까.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국회 내에서 한 발언과 표결의 내용을 국회 밖에서 책임지는 않도록 함으로써 의회에서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행정부, 사법부 등 다른 권력의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대의하라고 둔 제도다. 국회 본회의장은 물론 상임위원회에서의 발언도 면책특권 대상에 포함된다. 

 

면책특권이 ‘내려놓을 권한’인지 국민의 뜻을 대의하는 헌법기관으로서 ‘가져야 할 권한’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면책특권이 헌법적 규정으로까지 들어온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 헌법에 면책특권을 규정해 놓았다고 해서 국회의원의 모든 발언과 표결행위에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님을 아는 것도 필요하다.

 

영국 명예혁명(Glorious Revolution) 후 선언한 권리장전(Bill of Rights)에서 유래

 

면책특권은 의회민주주의 선진국이라 불리는 영국의 명예혁명에서 그 유래를 찾는다.


1642년 올리버 크롬웰을 중심으로 한 의회파가 일으킨 청교도 혁명 이후에도 찰스 2세의 왕정복고, 제임스 2세의 전제정치 등 영국 국왕과 의회파 사이에는 권력 투쟁이 이어졌다.

 

1688년 명예혁명이 일어났다. 영국 의회와 네덜란드 오렌지공 빌렘(윌리엄)이 연합해 국왕 제임스 2세를 몰아내고 빌렘은 윌리엄 3세가 되어 아내 메리(제임스 2세의 딸)와 함께 공동 즉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희생자가 매우 적었으므로 ‘무혈혁명’ 또는 ‘명예혁명’(Glorious Revolution)이라 부른다. 

 

명예혁명으로 왕권은 제한되고 국민의 대표인 의회가 국가권력의 중심에 놓이게 됐다. 새 권력으로 등장한 의회 세력은 국왕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1689년 권리선언서를 만들어 윌리엄 3세의 승인을 받았는데 이것이 바로 권리장전(Bill of Rights)이다. 

 

권리장전은 13개조의 선언을 담고 있는데 그 내용 중 아홉 번째가 바로 ‘면책특권’이다.

 

그것은 '의회에서의 발언과 토론의 자유 또는 의사절차는 의회 이외의 재판소나 어떠한 장소에서도 소추되거나 심문될 수 없다(That the freedom of speech and debates or proceedings in parliament ought not to be impeached or questioned in any court place out of parliament).'는 것이었다.

이는 의원 개인들이 누리라고 주어진 권한이 아니었다. 국정을 다루는 의회 내에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국왕 등 외부권력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게 발언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방어 장치였다.

 

헌법 명시는 1787년 미국연방헌법이 최초
우리나라도 제헌헌법 이후 줄곧 명문 규정

 

면책특권이 헌법에 명시된 것은 1787년 미국 연방헌법이 최초다. 프랑스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 후 1791년 제헌헌법에 면책특권을 명시했다. 이후 1849년 프랑크푸르트 헌법초안, 1919년 바이마르 공화국의 헌법에 규정됐고, 이후 여러 민주국가 헌법에 명문화됐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제헌헌법 제50조가 ‘국회의원은 국회 내에서 발표한 의견과 표결에 관하여 외부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 한다’고 하였고, 1962년 제5차 개정헌법에서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 한다’고 문구를 일부 수정한 이래 현행 헌법까지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성환 통일 국시 사건, 노회찬 안기부 X파일 사건 등에서 면책특권 쟁점

 

의원 면책특권이 문제된 헌정사상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86년의 이른바 ‘통일 국시(國是) 발언’ 사건이다. 12대 국회 신민당 유성환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대한민국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라는 내용의 원고를 보도자료로 배포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동의안이 의결되고 구속됐다. 유 의원의 행위에 대해 1992년 대법원은 “국회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한정적으로 이뤄진 보도자료 배포는 직무와 관련된 행위로 면책특권 범위에 포함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달리 보도자료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한 행위에는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결도 있었다.
지난 2013년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 실명을 공개했다 기소된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사건’에서 대법원은 “불법 도청 녹취록을 인용한 보도자료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배포한 행위는 면책특권이 적용되지만, 해당 보도자료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행위는 면책특권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면책특권이 국회 내에서의 발언, 기자회견에는 인정돼도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홈페이지 게시는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이라고 볼 수 없다는 논리였다. 노 의원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유죄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국회의원의 직무와 관련 없거나 허위임을 알면서 적시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발언은 면책특권이 아니라고 한 판결도 있다.
대법원은 2007년 “발언 내용이 직무와 아무 관련이 없음이 분명하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등까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이호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썬앤문 95억 원 제공설’을 주장한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한 판결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발언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몰랐을 경우 발언 내용에 근거가 다소 부족하거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직무 수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면책특권의 대상이 된다"고 하여 허 의원의 면책특권을 인정했다.


다른 나라는 면책특권을 어떻게 정하고 있을까.

 

미국 연방헌법 제1조 6항은 ‘양원의 의원은 원내에서의 발언 혹은 토의에 대하여 원외의 어떠한 장소에서도 심문을 받지 아니한다(for any speech or debate in either house they shall not be questioned in any other place)’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연방법원 판결 중에는 입법적 행위와 정치적 행위를 구별하여 명백히 입법과정의 일부를 구성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특권 보호를 인정하지만 정치적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특권 보호를 부인한 예가 있다. 의회 밖에서 행해진 명예훼손적 발언에 대한 민사책임까지 절대적으로 면책되지는 않지만, 위원회의 청문회장, 의원석 등 회의장내에서 행해진 일체의 발언은 비록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도 전적으로 면책되나, 다만 대외적인 출판행위는 면책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도 있다.

 

현행 프랑스 제5공화국헌법 제26조 제1항은 ‘어느 의회의원도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서 표명한 의견 또는 표결에 대하여 소추·수색·체포 또는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면책특권을 인정하고 있다.

 

일본헌법 제51조도 ‘양의원의 의원은 원내에서 행한 연설, 토론 또는 표결에 대하여 원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 한다‘고 규정해 면책특권을 인정하고 있다.

 

독일기본법 제46조 1항은 ‘연방의회의원은 연방의회 또는 위원회에서 행한 발언 또는 표결을 이유로 하여 어떠한 시기에도 재판상 또는 직무상 소추되지 아니하며 원외에서 책임을 추궁당하지 아니한다’고 하면서도 ‘이 규정은 비방적 모욕행위(verleumderische Beleidigungen)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헌법 조문에서 이미 예외를 두고 있다.

 

면책특권을 처음 명문화한 영국도 토론을 방해하는 중상 비방은 의회에서 제재 받는다. 

 

면책특권 폐지하려면 개헌 절차 필요, 결단은 헌법개정권력 '국민'의 몫

 

면책특권은 국회 내에서의 발언 표결에 대해 국회 밖에서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원의 행위를 이유로 국회 내에서 징계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가능하다.
국회법 제146조는 본회의나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는 발언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했을 때는 윤리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의결로써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이 명문으로 정하고 있는 면책특권을 폐지하려면 개헌 절차가 필요하다. 
면책특권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특권 뒤에 숨어 정적이나 상대 당에게 근거 없는 정치공세나 명예훼손을 하는 행태를 비판한다.
폐지를 반대하는 쪽은 검찰 등 수사권을 가진 행정 권력이 의원들의 국회 내 발언을 이른바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헌법에 명문화한 면책특권을 없애고 국회의원의 발언으로 발생한 분쟁은 일반 민・형사 절차에 따를 것인가, 대통령과 행정부라는 외부의 막강한 권력으로부터 의회의 발언 표결권을 지키기 위해 면책특권을 사수할 것인가. 

 

결단은 헌법개정권력인 국민의 몫이다.

 

정형기 선임기자 kaf2002@n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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