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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 기사 작성일 2017-12-21 09:19:55
  • 최종 수정일 2017-12-21 09:19:55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jpg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산업사회와 '좋은 삶': 미국인들의 답, 북유럽인들의 답

 

우리 사회를 성찰하거나 미래의 비전을 그리면서 북유럽을 준거점으로 삼아 이야기하면 꼭 나오는 딴지가 있다. "그 나라들은 인구가 1000만명도 안 되고 지정학적으로도 특이한 위치에 있는 소국들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다"는 것이다. 나는 그러면 바로 되묻는다. 일본의 인구는 얼마인가? 미국의 인구는 얼마인가? 일본과 미국은 지정학적인 위치로 보았을 때 평범한 나라인가 아니면 대단히 특이한 나라인가? 인구 5000만명에 4대 강국에 끼어있는 우리 사회와 관련이 있는 것은 북유럽과 일본, 미국 중 어느 쪽인가? 그러면 상대방은 말문이 막혀 버린다. 나는 그 틈에 한마디를 더 얹는다. 지난 반세기의 한국 자본주의 모델은 일본과 미국을 준거점으로 설계되고 운영됐으며, 아마도 우리 사회문제의 대부분은 그렇게 얼토당토않은 모델을 이 땅에 적용하려다가 생긴 부작용일 가능성이 높다고. 따라서 대한민국의 대안적 미래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모델의 하나는 바로 북유럽이라고.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핀란드에서 탄탄한 언론인의 위치를 굳히고 살던 여성이 평범한 미국인 남성과 결혼하여 미국으로 이주한다. 그리고 미국식 모델과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 모델이 얼마나 또 어떻게 다른지를 뼈저리게 체험한다. 따분한 비교사회학자의 학문적 관점이 아니라 돈 벌고 살림하며 삶을 꾸려나가는 생활인의 관점에서 그 차이점을 포착하고 있지만, 그 분석과 설명은 충분히 지적이고 또 많은 독서와 연구를 배경으로 깔고 있어서 경박하거나 억지스럽지 않다. 생활인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가장 절실한 문제들의 배후에 이렇게 다른 제도와 문화와 사고방식의 차이가 두 모델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을 하나하나 발견하고 풀어가는 이야기들은 누구라도 흥미 있게 읽을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다. 특히 이 책에서 묘사되고 있는 미국 사회의 모습은 오늘날의 대한민국과 완전히 판박이인지라, 여기에 사는 이들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여기에 나오는 미국(모델)과 북유럽(모델)의 차이를 문화와 제도의 차이라고만 생각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이 짧은 지면에 장황히 설명할 수 없지만, 그 배후에는 200년 전부터 인류 전체가 직면하게 된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산업 사회의 효율성이 인간의 자유 및 도덕과 양립하는 사회를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그리고 지난 두 세기에 걸쳐 산업국가로서의 기반을 다지는 데에 성공한 나라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 질문에 대해 답을 내놓았다. 단순히 좁은 의미의 실용적 차원에서의 정책과 제도뿐만 아니라, 인간과 삶과 사회와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과 같이 아주 깊은 사상적 차원부터 일상에 체화된 사람들의 생활 태도와 대화의 주제 등과 같이 아주 구체적인 것까지 모두 그 사회가 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내놓은 대답과 관련이 있다. 미국(모델)의 사회와 그 속에서의 삶이 북유럽의 이토록 큰 차이를 갖는 것은, 바로 그 근본적인 큰 질문에 대해 전혀 다른 대답과 태도를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뛰어난 장점은 바로 이러한 근원적인 차이점을 대단히 쉽고 경쾌하면서도 절실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데에 있다. 

 

우리가 북유럽을 깊이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구 반대편의 전혀 다른 나라의 정책과 제도를 그대로 수입하자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위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우리 나름의 답을 찾아야 하는 순간이 우리에게 왔기 때문이다. 일본인들과 미국인들이 어떤 답을 내놓았고 그래서 어떤 제도와 사회를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살펴보고 체험해볼 기회가 있었다. 이제 북유럽인들이 내놓은 답을 검토할 때이다. 나와 공동체의 관계는 무엇인가. 교육과 의료에 있어서 개인과 사회의 책임은 어떻게 나누어지는가.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행복한 삶과 죽음 그리고 경쟁과 협동의 관계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하자면 21세기 산업사회에서의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책은 아무런 허세도 과장도 지나친 단순화도 없이 북유럽인들이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이뤄 놓았던 바를 담담히 찬찬히 설명해 주고 있다. 이는 범람하는 북유럽 관련 서적 중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미덕이다. 

 

원제 : Nordic theory of everything : in search of a better life
저자 : 아누 파르타넨(Anu Partanen)(저널리스트, 작가)
역자 : 노태복
출판사 : 원더박스
출판일 : 2017. 6.
쪽수 : 431
서평자 : 홍기빈

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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