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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휴먼네트워크 전문가 서평] 인체특허 표류기 

  • 기사 작성일 2017-08-16 17:52:52
  • 최종 수정일 2017-08-16 17:52:52
인체특허표류기.jpg

 

생명과학·인문학·특허법의 맞닿음
  
’인체 특허’ 묘하게 위화감을 주는 말이다. 굳이 단순화하자면 정신과 물질, 물과 기름처럼 한 그릇에 담을 수 없을 듯한 이질적인 두 단어, 인체와 특허가 하나의 단어가 되면서 풍기는 위화감이 아닐까. 마치 ‘장기 매매’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같은. 이 위화감은 책을 보는 내내 마음 한 구석에 똬리를 뜬 채 점점 구체성을 띠어갔다. 그리고 위화감은 경악으로, 경악은 스모그에 뒤덮인 베이징 거리처럼 불길한 미래상으로 변해갔다. 장기를 매매하는 세상이 됐듯 인체도,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염색체도, DNA도 특허의 대상이 된 것이다.

 

물질이 정신을, 사람을 지배하는 세상이 됐다. 일본의 공영방송 프로듀서였던 저자가 본문 내내 우려하는 것도 이 점이었다. 과연 인간에게 신이 준 운명을 멋대로 뒤바꿀, 멋대로 물질로 치환할 자격이 있느냐고. 무엇이든 될 가능성을 지닌 어린이를 유전자 검사, 또는 조작으로 특정 지을 자격이 있느냐고 말이다. 고작 99달러의 검사료만 받고 말이다. 

 

김창헌 번역가
김창헌 번역가

물론 우리나라는 사정이 좀 다르지만 인체 특허에 대한 단초는 몇 년 전 황우석이라는 비정상적이리만치 예외적인 개인에 의해 싹트기 시작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분명 인체는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그것이 언제 상용화되고 일상화될 것인가 시기의 문제라면, 저자는 차라리 적극적으로 특허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점점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질병에 대한 두려움, 안젤리나 졸리처럼 유방암에 걸리느니 차라리 유방을 절제해 버리고 마는 젊은이들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부를 추적해 가는 유전자 특허 기업들에 대항하지 않으면 빈부 격차와 똑같은 의료 격차 사회가 되기 때문이다. 만능세포라고 불리는 다능성 줄기세포를 만들어낸 야마나카 신야 박사의 경우가 좋은 사례이다. 그들 연구팀은 다른 누구보다 먼저 특허를 취득하여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공유했다. 그들에게는 적어도 인체가 누군가 개인의 것이 아닌 인류 공통의 재산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런 만큼 일부 사기업이 특허라는 제도를 이용하여 부와 지식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했다.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물화된 사회는 아닌 것이다. 

 

이 책은 다소 딱딱한 용어의 나열, 생명공학과 관련된 전문적인 말들이 나오지만 사실 그것은 지엽적인 문제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좀 더 본질에 가까운, 인문학적 접근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런 만큼 이 책의 내용이 주는 낯섦에 금방 실망해서는 결코 바람직한 독서 행위가 될 수 없다. 최소한 십 년 이상의 취재로 얻은 방대한 자료는 차치하더라도, 우리의 미래에 대한 고민 한 조각이라도 마음속에 품게 된다면 그것이 저자가 원하던 바일 것이다. 

 

원저 : 人体特許: 狙われる遺伝子情報
저자 : 이가라시 쿄우헤이(五十嵐享平)
서평자 : 김창헌 번역가 (필명 김해용)
서평자 추천도서 :     
구스도 후토시,『무의식을 지배하는 사람 무의식에 지배당하는 사람』, 동양북스, 2017
엘리 골드렛, 제프 콕스,『만화 더 골』, 동양북스, 2015
오카다 다카시,『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동양북스, 2015
오카다 다카시,『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동양북스, 2016
이시하라 가즈코,『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 동양북스, 2016
사이토 다카시,『내가 조바심 내지 않는 이유』, 위즈덤하우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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