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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 기사 작성일 2018-02-28 10:48:10
  • 최종 수정일 2018-02-28 10:48:10
367.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jpg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유토피아의 귀환

 

1990년대까지 우리는 경제 발전과 민주화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어낸 후에도 시민들은 행복해지기는커녕 실업과 빈곤의 위협이라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민주화 이후, 특히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 이후 기업이 파산하고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돈 많이 버세요"가 인사말이 됐다. 자본주의를 피하고 싶지만,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라는 꿈에도 실망한 이들은 이제 원대한 꿈을 잃어버렸다. 꿈을 잃어버린 이들은 찰나에 만족하며 천박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이렇게 진정한 꿈을 잃어버린 대한민국의 많은 시민들이 원대한 꿈을 되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상상과 희망이 살아 있고 꿈틀거리는 세상"(33쪽)이 필요하다.

 

브레흐만이 제시하고 있는 유토피아는 전 세계 인류가 누리는 "주당 15시간 노동, 보편적 기본소득, 국경 없는 세상"(254쪽)이다. 국경 없는 세상은 존 레논도 이미 수십 년 전에 꿈꿨던 것이지만, 나머지 두 개는 존 레논도 미처 꿈꾸지 못했을 만큼 모두 정신 나간 꿈이었다. 하지만 브레흐만은 이 세 가지가 이제 미래를 열어가는 매우 현실적인 이상이라고 주장하며 그 이유를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선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력이 엄청나게 향상됐다는 것이다. 1760년경 산업혁명이 시작되기 전까지 전 세계의 인류 대부분은 가난했고, 굶주렸으며, 교육받지 못했고, 병들어 있었다. 산업혁명 이후 세계 경제는 250배 이상 성장했다. 1820년에 세계인구의 94%가 극도의 빈곤에 빠져 있었지만, 약 160년 후인 1981년에 들어서 그 비율은 44%까지 떨어졌고, 그 후 불과 20년 후인 2000년대 초반에는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소득의 증대는 사람들의 건강과 기대수명도 크게 개선했다. 1800년 당시 가장 부유한 국가였던 네덜란드와 미국의 기대수명은 40세 정도였는데, 이는 2012년 세계 최저인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보다 짧은 것이다.

 

기술의 발달과 생산력 향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사실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인력과 자본이 기술 개발에 투자되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가 2050년이면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면서 현재와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생산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는데 이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노동시간이 줄어들기는커녕 휴가 기간에도 휴대용 통신기기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불평등이 심화했다. 정보 기술의 발달로 생산에 필요한 노동자가 줄어들면, 현재의 사회·경제적 구조가 유지되는 한 대부분의 시민은 실업과 빈곤에 빠질 수밖에 없다. 브레흐만은 헨리 포드의 손자가 노조 지도자에게 자동화 공장을 자랑하며 "로봇에게 어떻게 조합비를 받을 건가"라고 묻자 그 노조 지도자가 "로봇에게 어떻게 자동차를 팔 거요"라고 되물은 일화(205쪽)를 언급한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자본가에게도 큰 재앙이다. 따라서 브레흐만은 자신이 제시하는 유토피아는 기술적으로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인류 사회의 지속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브레흐만은 기술의 발달이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게 하려면 기본소득을 통해 돈과 시간(근로시간 단축), 세금(노동이 아니라 자본에 부과하는 세금), 로봇을 재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누리는 번영 중에서 자력으로 이룩한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풍요의 땅에 사는 우리는 조상이 쌓아 올린 사회 자본과 지식과 제도 덕택에 풍요롭게 살고 있다. 이러한 부는 모두의 공동 소유이므로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소유를 공유해야 한다"(57쪽)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유는 국경을 뛰어넘어 지구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브레흐만은 에스더 듀플로가 주도했던 실험 등 다양한 빈곤퇴치 실험을 근거로 국경을 없애고 빈곤층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지구적 빈곤퇴치법이라고 주장한다. "빈곤층에게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브레흐만의 유토피아는 매우 시의적절하며 설득력이 있다. 다만 연구자로서 한두 가지 한계를 지적하고 싶다. 우선 인류가 이룩한 공동자산의 혜택을 함께 나눈다는 취지에서 보면 기본소득보다 시민배당이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한계는 변화를 위한 경로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유토피아의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예를 들어 국경 개방은 현재의 조건에서 대규모 실업 등 노동시장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국경 개방 전에 필요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 부분이 빠져 있어 국경개방은 상당히 허황돼 보인다.

 

원제 : Utopia for Realists
저자 : 뤼트허르 브레흐만(Rutger Bregman, 저널리스트)
역자 : 안기순
출판사 : 김영사
출판일 : 2017. 9.
쪽수 : 320
서평자 약력
최현,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사회학 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공유인으로 사고하라 / 데이비드 볼리어 지음 / 갈무리, 2015 / 280p
​공유인으로 사고하라 / 데이비드 볼리어 지음 / 갈무리, 2015 / 280p

 

​우리의 당연한 권리, 시민배당 / 피터 반스 지음, 하승수 해제 / 갈마바람, 2016 /
223p
​우리의 당연한 권리, 시민배당 / 피터 반스 지음, 하승수 해제 / 갈마바람, 2016 / 2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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