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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바링허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

  • 기사 작성일 2017-11-15 13:48:59
  • 최종 수정일 2017-11-15 13:52:29
바링허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양칭샹).jpg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바링허우의 고단한 삶이 시진핑의 강한 리더십 불렀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가 시작됐다. 1기와 비교해 가장 큰 특징은 그의 절대 권력이 대폭 강화됐다는 점이다. 우선 자신의 이름이 명기된 국정이념을 당헌에 삽입했다. 장쩌민이나 후진타오가 누리지 못했던 호사다. 마오쩌둥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시진핑은 20년 이상된 관례를 깨고 2기 집단지도부에 후계자를 포함하지 않았다.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는 말을 듣는다. 한동안 시진핑 천하가 지속될 것이란 데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시진핑 1인 체제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는 중국이 처한 시대적 요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외부에서 들여다보기 힘든 중국 청년 세대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강한 카리스마의 시진핑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중국의 사회적 환경, 그리고 시진핑이 현재 추구하는 정책이 출현할 수밖에 없는 중국의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크게 높여주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가 다루는 '바링허우'는 무엇인가. '팔영후(八零後)'의 중국식 발음이다. 중국에선 흔히 '80后'라고 쓴다. 1980년대 태어난 세대를 가리키는 말로, 28~37세의 청춘들이다. 이 세대엔 크게 두 가지의 시대적 낙인이 찍혀있다. 하나는 중국의 개혁개방과 함께 성장한 세대란 점이다. 따라서 '혁명'이나 '계급투쟁' 등의 용어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 덩샤오핑이 도입한 시장경제에 익숙하다.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의 논리를 몸으로 부닥치고 있는 세대다. 다른 하나는 중국 정부가 인구폭발을 막기 위해 실시한 '계획생육' 시대의 세대란 점이다. '한 자녀 정책'에 따라 이들은 '소황제(小皇帝)'로 키워졌다. 따라서 중국의 전통적 집단의식보다 개인의식이 강하다. 

 

그런 바링허우가 성년이 된 세상이 21세기다. 무엇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나. 80년생으로 바링허우인 저자의 체험이 인상적이다. "오래 살다간 병이 안 날 수 없는" 월세방을 전전하는 냉혹한 현실이다. 베이징에서 집 한 채 사려면 농부는 당(唐)나라 때부터, 노동자는 아편전쟁 시절부터 쉼 없이 일해야 한다는 블랙 코미디가 중국 인터넷에 떠돌게 된 배경이다. 그래도 방 타령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현재 중국엔 80년대생 농촌 출신 노동자, 즉 바링허우 농민공(農民工)이 1억명이나 된다. 교육수준이 높지 않은 이들 중 상당수가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이들에게 꿈 이야기는 사치다. 나라는 G2로 올라섰다는데 인민의 삶은 왜 이렇게 고단한 것일까. 

 

저자는 주요한 이유로 개혁개방의 성과를 독식한 권귀(權貴) 계층을 꼽는다. 권력을 바탕으로 사회 상층부를 장악한 신흥 귀족 계층이 지난 30여 년 동안 진행된 시장자본주의의 발전을 토대로 탄생했다는 것이다. 바링허우 성장과 동시에 권귀 계층이 형성돼 발전이 이뤄졌고 그 결과 노동자, 농민의 지위는 중국 건국의 주역에서 변두리로 밀리고 말았다는 분석이다. "한 세대 전체가 실패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 우리는 실패자로서 어떤 자각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저자의 외침은 중국이 비상 상황에 처해 있음을 시사한다. 자연히 중국은 개혁을 추진할 강력한 리더십의 출현을 고대하는 시기를 맞았다. 그리고 이 같은 시대적 부름 속에 등장한 시진핑이 집권 1기 동안 가장 역점을 둬 시행한 정책이 부패 척결이었고, 그 타깃이 권귀 계층이었어야 함을 이 책은 잘 일깨워주고 있다. 문제는 권귀 계층이 정치, 경제, 사회 곳곳의 권력을 틀어쥐고 또 서로 연결돼 있어 어지간한 힘으론 깨기 어렵다는 점이다.

 

시진핑이 권력을 집중시킬 필요성은 여기서 나온다. "반부패를 위해 내 몸 하나쯤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결기가 있었기에 시진핑은 후진타오 정권에서 서열 7위의 정치국 상무위원이었던 저우융캉 같은 특대형 부패 호랑이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시진핑의 19차 당 대회 정치보고에는 저자가 말하는 바링허우의 바람이 담겨 있기도 하다. 바링허우의 꿈은 샤오즈(小資)가 되는 것이다. 주말이면 승용차에 가족을 태우고 외식한 뒤 영화 한 편 보는 정도의 삶이다. 그래서인가. 시진핑은 정치보고에서 현재 중국 사회가 처한 주요 모순을 "인민의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수요와 불균형, 불충분 간의 모순"이라고 진단했다. 바링허우의 욕구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의 중국이 무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는가와 관련해 이 책이 좋은 안내서 역할을 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겠다.

 

원제 : 80后, 怎么办? (80년대생,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 : 양칭샹(楊慶祥)(중국인민대학 부교수)
역자 : 김태성
출판사 : 미래의 창
출판일 : 2017. 8.
쪽수 : 311
서평자 : 유상철 중앙일보 논설위원(국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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