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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일할 사람이 사라진다: 새로 쓰는 대한민국 인구와 노동의 미래

  • 기사 작성일 2024-11-13 09:07:35
  • 최종 수정일 2024-11-13 09:07:35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인구 감소 시대의 노동시장 정책 방향

 

"다른 위기와 대비되는 특성들은 인구변화를 더 심각한 위기로 키울 가능성이 있다. 비교적 느린 속도는 역설적으로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284쪽)

 

한국의 인구 감소 추이가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의하면, 앞으로 50년 내 인구의 30%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년 인구는 그보다 더 빠르게, 25년 내 절반 이하로 감소한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사라지고 있다거나, 한국이 망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공포 분위기를 확산하고 있다. 이 책은 저 멀리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거대한 파도와 같은 인구변화의 실체를 검토하고, 정책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인구변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노동인구의 감소인데, 저자는 두 가지 차원에서 인구 감소에 대한 공포가 과장되었다고 진단한다. 첫째, 노동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생산성 향상이나 일하는 방식 변화 등의 정책 대응으로 그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인구 감소의 미래는 바꾸기 어렵지만, 노동시장의 변화는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둘째, 생산연령인구가 아니라 경제활동인구를 기준으로 보면, 향후 20~25년 내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인구 규모가 감소하지 않는다. 경제활동인구는 20년 뒤에도 현재의 약 90% 수준을 유지하며, 적극적인 정책 대응으로 여성과 고령층의 노동 참여를 확대하면, 노동인구의 감소 추이는 더 완화될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인구변화의 충격은 노동력 부족이 아니라 부문별 수급 불균형이다. 대표적으로, 청년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IT·자동차·보건 등의 청년 근로자 비중이 높은 분야의 노동력 부족을 가져오지만, 다른 집단으로는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하기 어렵다. 이 업종은 우리 사회의 혁신을 선도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저하와 경제성장 둔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인구 및 가구 구조 변화로 의료와 돌봄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나지만, 현재의 인력수급 전망에 의하면 해당 분야의 인력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의대 정원 조정에서 볼 수 있듯, 특정 분야의 인력 조정은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정이며, 저자는 지금 당장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구 감소의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 대응으로 고령층의 생산성 향상이 중요하게 거론된다. 일반적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신체 능력과 인지 능력이 저하되고, 생산성이 낮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나이 효과라고 한다. 그런데 과거 압축적인 성장을 경험한 한국 사회에서는 출생 코호트에 따라 고령자의 특성이 상이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 고령기에 진입한 코호트는 과거의 고령자에 비해 더 건강하고, 학력 수준이 높은데, 저자는 이 집단을 '파워 시니어'로 지칭한다. 시기별 파워 시니어의 확대는 고령자의 평균적인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며, 이를 코호트 효과라고 한다. 이 책의 분석에 의하면, 적어도 당분간은 코호트 효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나이 효과로 인한 생산성 감소보다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노동인구가 고령화되더라도 생산성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직 우리 사회는 고령자가 보유한 인적자본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내용상으로 보면 인적자본이 우수한 집단일수록 노동시장에서 먼저 은퇴하고, 그 외의 집단은 생계유지를 위해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경향을 보인다. 주요 선진국에서 고학력 집단의 고용률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것과는 상반된다. 인구변화로 인한 노동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파워 시니어로 지칭되는 집단의 인적자본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고령 인력의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연령을 기준으로 채용과 처우를 결정하는 노동시장 관행과 차별, 편견을 줄이고, 개인의 능력과 경력, 잠재력 등을 새로운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또한, 노동시장 내 고령 친화적인 일자리 비중을 늘리고, 고령층이 점진적으로 은퇴하면서 노동 생애를 늘려갈 수 있도록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인구변화는 위기가 다가오는 속도가 느리고, 변화의 내용과 그로 인한 영향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위기와는 차이가 있다. 인구변화의 대응은 단거리 달리기보다 마라톤에 가깝다는 저자의 제언을 유념하면서, 위기의 내용을 직시하고 가용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서 준비해야 한다.

 

저자: 이철희(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24
쪽수: 310
서평자: 이승호(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앨런 말라흐
사이, 2024, 455쪽
앨런 말라흐 지음 / 사이, 2024 / 455쪽

 

찰스 굿하트, 마노즈 프라단 지음 / 생각의힘, 2021 / 374쪽
찰스 굿하트, 마노즈 프라단 지음 / 생각의힘, 2021 / 3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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