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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답사의 맛!

  • 기사 작성일 2017-11-09 09:51:45
  • 최종 수정일 2017-11-09 09:51:45
답사의 맛!(홍지석).jpg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맛있는 답사'를 위한 안내, 그러나 뭔가 아쉬운 맛

 

답사는 즐겁다. 유물과 유적이 있는 현장에 가서 주변 경관과 함께 실물을 감상하면, 기분도 상쾌해지고 저절로 즐거워진다. 찾아갈 유적지와 유물에 대해 미리 조사해 두었다면 더 많이 느끼고 보게 된다. 저자도 답사를 다녀본 사람만이 알고 있는 각별한 즐거움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미술비평가인 저자가 답사 현장에서 만나는 유물을 하나의 미술 작품으로 향유하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이다. 특히 1930~1940년대의 미술사가들이 우리 미술 작품을 '눈으로 맛보았던' 태도를 따라 배우려고 했기에 「답사의 맛!」이 제목이 됐다.

 

저자는 하루 일정으로 가까이에 있는 한 두 장소를 방문해 느린 호흡으로 여유롭게 답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 예술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걸작보다는 독특하고 개성있는 작품, 변화를 추구하는 파격적인 작품에 관심을 더 기울였다. 이런 기준으로 9개의 답사 대상을 골랐다. 먼저 보신각종의 궤적을 좇으며 종이 '중후하다'고 평가하면서 지금은 들을 수 없는 종소리를 추억했고, 정선, 안중식, 김주경이 그린 그림에 보이는 서울 수성동 계곡과 광화문, 덕수궁을 걸으면서 그림 속의 풍경에 빠져보기도 했다. 한국의 전형석탑 가운데 가장 최초의 석탑이 무엇인지를 논쟁하다가 경주로 달려가 '나원리 오층석탑', '고선사지 삼층석탑',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을 잇달아 찾아다녔고, 다시 화순 운주사로 달려가 천개 탑들과 천개 불상들을 통일적으로 이해하려고 했지만 결론은 내지 못했다. 또 파격적인 구도의 불상인 논산 관촉사의 은진미륵이나 과도하게 장식적인 경천사지 십층석탑과 원각사지 십층석탑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미적 특징에 주목했다.

 

1942년 5월, 종로의 양품점인 백양당 주인 배정국과 당대 최고의 엘리트 이여성, 시인 김기림, 소설가 이태준, 화가 김원준, 언론인 양재하가 조선백자를 찾아 떠났던 경기도 광주 분원 여행길을 그대로 따라 걸으며 조선백자와 그들을 추억했다. 또 절터와 일부 유물만이 남아 있는 경기도 여주의 고달사지와 강원도 원주의 흥법사지, 거돈사지, 법천사지를 답사하여 폐사지의 허전함 속에서도 남아 있는 유물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냈다. 끝으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서 장식 가운데 패턴이 반복되거나 장식적 리듬이 보이는 것을 발견하고 장식 패턴이 가진 보편적인 질서와 원리를 탐색하고자 했다.

 

저자는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작품에서 보이는 안정·조화·균형보다는, 은진미륵이나 경천사지 십층석탑과 같이 표준에서 벗어나 독특하고 파격적인 개성에 담겨있는 변화를 더 좋아한다. 또 저자만의 독특한 비교 방법으로 문화유산을 설명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있는 백남준의 「다다익선」과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천사지 십층석탑을 비교하며 수다스럽고 장식적인 미를 설명하거나, 이탈리아 조각가 조반니 로렌초 베르니니의 「아폴로와 다프네」와 화순 운주사의 천불천탑을 비교하면서 둘 다 한눈에는 통일적인 인상을 찾아낼 수 없고 단편으로 본 것들을 하나하나 쌓아나가야 전체를 그릴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1920년대의 문학 잡지 「폐허」에서 시작하여 남한강 폐사지들을 답사하고, 1936년 최초의 근대 조각가 김복진이 제작한 「금산사 미륵전 본존불」에서 시작해 은진 미륵을 찾아가는 등 1920~1940년대 이야기를 토대로 답사의 길을 나서고 있다. 100여 년 전의 과거와 현재, 중세 이탈리아와 고려를 넘나드는 비교를 통해 저자만의 예술적 안목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본문에는 해당 주제에 대한 최근의 연구 성과와 함께 고유섭을 비롯한 일제강점기 한국 지식인·예술가들의 답사기와 미술사론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들을 떠올리면서 배정국 일행의 광주 분원 여행을 따라나서고 싶었고, 잡지 「폐허」를 들고서 남한강 폐사지들을 차례로 돌아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인용문이 너무 많아 저자의 예술적 평가에 공감하기 어렵게 만드는 점은 아쉽다. 독특한 맛을 가진 어떤 음식에 대한 저자의 평을 듣고 나도 그 맛을 느껴보려고 하는데, 유명한 맛 칼럼니스트들의 평가를 옆에서 계속 말해주는 것 같아 설명도 어렵게 느껴지고 저자가 말한 '답사의 맛'도 제대로 느끼기 힘들다. 또 본문 내용에 해당하는 그림이나 사진이 없는 경우도 종종 보이고, 답사의 마무리가 허전해 무슨 맛인지 미처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답사의 맛을 글로만 느끼기보다는 직접 현장에 가서 내 입맛에 맞는 '맛있는 답사'를 즐겨보자!

 

저자 : 홍지석(단국대학교 부설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교수)
출판사 : 모요사
출판일 : 2017. 7. 
쪽수 : 391
서평자 : 박찬흥
국회도서관 독도자료조사관(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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