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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건강 격차

  • 기사 작성일 2018-01-24 11:35:42
  • 최종 수정일 2018-01-24 11: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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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평등한 사회에서는 가난해도 병들지 않는다

 

보건의료제도는 국민의 '건강 수준 향상'을 목표로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00년 밀레니엄판 연차보고서는 건강의 '평균 수준'만이 아니라 '분배 정도'를 강조했다. 저자 마이클 마멋이 학자로서의 명성에 더해, 활동가로서 명성을 더하게 된 WHO CSDH(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위원회)도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졌다. 

 

마멋의 역작 「건강 격차」는 보건의료제도를 넘어선 전 사회를 국민의 건강에 연결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건강 불평등은 기저의 '사회적 결정요인(나고 자라고 살아가고 일하고 나이 들어가는 환경)'에 의해서 주로 결정된다. 둘째,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원인의 원인(distal cause)'인 권력·돈·자원의 불평등을 다루어야 한다. 셋째, 건강에 좋은 선택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사람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실현 가능하다. 아니, 실현하도록 해야 한다. 

 

저자 마멋은 '피할 수 있는데도 존재하는 건강 격차는 사회적 불의'라는 것이 본인의 이데올로기임을 강조하며, 이를 뒷받침할 양질의 실증근거를 이 책에서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다만, 좌파·우파 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배격한다. 진영 논리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바리케이드 위에 올라가 이데올로기 깃발을 흔들기'보다는 실증근거들을 조사하는데 몰두한다.

 

건강이 '개인적, 생물학적, 유전적' 요인만이 아니고, 사회적, 경제적 요인에 더 지배된다고 하는 점은 사실 보건학 분야에서는 일반화된 얘기다. 마멋의 얘기가 설득력이 있고 부가가치를 갖는 것은 이를 '불평등'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분석하고 입증하며, 더 나아가 현장의 개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개선이 가능하다는 '근거기반 낙관주의'가 깔려있다.

 

이 책은 건강 불평등은 빈곤한 계층만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한다. 중산계층을 포함한 전체 계층의 문제다. '건강의 사회 계층적 경사면(social gradient in health)'이 존재하는 한 그렇다. 핵심은 빈곤이 아니라 불평등이다. 빈곤은 완화 할 수 있지만, 불평등은 모든 이의 건강을 꼭대기 수준으로 높이지 않는 한 완전한 해결은 없다. 그럼에도 마멋은 이를 목표로 한다. '몽상'주의자로 불릴 각오를 하고서도 '이상'을 버리지 않는다. 사회를 전체적으로 향상시키되, 빈곤층일수록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비례적 보편주의'가 그의 지향점인 것이다.

 

각 개인은 스스로 건강에 대해 통제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소득의 절대 수준이 높아져도, 상대적 불평등이 있는 한 개개인의 역량이나 통제력의 차이는 존재한다. 직급이 높으면 업무 부담이 과중해도 '통제력'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이 실증적 경험이다. 부유한 나라에서도 사회적 처지에 따라 건강 격차가 생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의 평균수명이 70세로 높아졌다는 사실보다는, 평균수명이 가장 짧은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46세)과 가장 긴 일본(84세)의 격차가 38년이라는 점이 문제다. 세계화 시대에서 건강 불평등은 한 국가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의사 출신임에도 광범위한 사회적 이슈를 넘나든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공중보건에 가져오는 재앙을 비판하면서, 이를 거부하고 주민의 건강을 지킨 아이슬란드의 사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국제무역과 무역자유화, 해외 원조와 부채 상환, 환경 이슈 등에 대해서도 거침이 없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녹색' 세금의 역진성이나 탄소거래제가 저소득 국가에 줄 폐해도 과감하게 비판한다. 게리 베커의 '합리적 선택이론'과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를 못마땅해한다. 지불의사결정론은 생명에 가격을 매기고 고소득자에 우호적으로 자원을 배분하게 돼 부당하다고 본다. 기회의 평등만이 아니라 결과의 평등도 강조된다. 배분 절차와 빈곤층에 대한 우호적 '차등'을 강조하는 롤즈의 정의론도 비판한다.

 

이 책에서 한국은 경제성장의 성과가 비교적 공평하게 분배됐고, 경제성장의 이득이 교육과 기타 삶의 여건을 향상시키는 분야에 쓰인 나라로 평가된다. 최근 한 좌담회에서 마멋은 한국의 경제, 사회 발전은 기적이며, 건강수명의 증가 역시 경탄할 만하다고 했다. 하지만 미래에는 경제발전보다는 사회적 필요의 충족 여부나 삶의 질 수준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을 것을 권하고 있다. 마멋의 이러한 비전을 염두에 두면서 이 책을 읽으면 앞으로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길이 보일 것이라 확신한다.

 

원제 : The Health Gap
저자 : 마이클 마멋(Michael Marmot)(ULC 공중보건학 교수)
역자 : 김승진
출판사 : 동녘
출판일 : 2017. 9.
쪽수 : 487
서평자 :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보건관리학 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 / 김승섭 저 / 동아시아 /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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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고통 / 캐런 메싱 저 / 동녘 /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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