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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미국의 핵전략: 전략적 억제와 안정의 딜레마

  • 기사 작성일 2024-11-27 09:17:59
  • 최종 수정일 2024-11-27 09:18:41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욕망과 두려움을 타고 진화한 미국의 핵전략

 

"욕망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현실 속에서 미국의 핵전략과 억제 개념은 계속해서 진화했다."(221쪽)

 

우리는 종종 전쟁을 통해 국가의 흥망에 대한 역사를 배운다. 전쟁의 승패에 따라 한 국가의 생존이 갈리기 때문이다. 전쟁의 양상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특히 기존 무기체계를 대체하는 새로운 무기체계의 개발은 전쟁의 수행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한편, 전쟁 양상은 시기별 전략의 변화를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중세 시기 기병의 등장과 근대 시기 소총으로 무장한 보병의 능력 강화, 1·2차 세계대전 중 항공기, 항공모함, 탱크 등 육·해·공에 걸쳐 입체적인 화력을 집결할 수 있었던 기동 전력의 발전이 그 주요 예다.

 

1945년 8월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한 이후부터 전쟁 수단으로서 핵무기의 위상은 기존 무기체계를 압도하게 된다. 핵무기의 위력을 목격한 주요 국가들은 핵전력을 보유하는 것을 안보 전략의 핵심 요소로 여기게 되었다. 핵무기는 기존 무기체계가 가진 위력과는 비교가 불가한 차별성을 보여주었으며, 미국과 소련 등 주요 국가들은 핵무기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핵무기 보유 여부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의 지위가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귀결로 주요 국가들은 국가안보 전략 수립 시 억제전략을 완성하는 데 있어 핵무기 보유를 필수 조건으로 인식하게 된다.

 

냉전 시기 주요 강대국이 잇달아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전쟁하지 않고도 국가안보를 보장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는 또 다른 측면에서 전쟁 수행 방식의 진화로 볼 수 있다. 즉, 전쟁 양상의 진화는 무기체계의 발달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교훈은 새로운 전쟁 기술을 도입한 국가가 효과적인 전략에 기반하여 과거의 전투 방식을 획기적으로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주요 강대국이 보유한 핵무기의 전략적 가치를 잘 대변한다. 『미국의 핵전략』은 미국이 개발한 핵무기의 탄생과 함께 핵무기를 사용하기 위한 전략의 변천 과정을 잘 정리한 교과서로 볼 수 있다.
  
실제 핵무기의 위력은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그 이상의 수준이고, 핵무기를 사용하기 위해 수립하는 전략 체계 또한 일반적인 생각을 뛰어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핵무기 및 핵전략의 실제를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핵무기에 대한 풍부한 기술적 지식을 바탕으로 미국의 핵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도했다. 미국의 핵전략에 대해 방대한 자료를 알기 쉽게 풀어 쓰면서도 수준 높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특히 저자들이 주목한 점은 크게 세 가지로 위협 환경의 변화, 과학기술의 발전, 그리고 경제적 자원의 제한 측면에서 미국의 핵전략을 설명한다. 
  
미국은 압도적인 능력으로 적의 위협과 공격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핵무기의 발전을 도모해 왔다. 핵무기의 위력 향상은 물론이며 3축 체계(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현대화를 위해 정밀유도탄, 우주 기반 통신·항법 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강국다운 면모를 유지하고자 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트럼프 행정부로 이어지는 시기에 미국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과 북한 등 새로운 위협에도 대비해야 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인식하는 위협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핵무기의 확산 가능성이 고조된 위협에 대응해야 했다. 한편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는 비용이 막대하게 증가하면서 예산·인력 운영 등 미국이 풀어야 할 도전 과제 또한 만만치 않은 현실이다.

 

2024년 현재 미국이 당면한 안보 상황이 녹록지 않다. 미국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두 개의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또한 중국과 북한 등 미국에 적대적인 정책을 유지하는 국가의 핵무기 위력은 점점 더 공세적으로 발전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긴요하게 전략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잠재적인 적과의 경쟁에서 핵전략에 대해 상대적인 우위를 갖는 것이 곧 국가의 흥망을 좌우한다는 경험적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미국의 핵전략』은 가장 최신 자료까지 반영하여 욕망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현실 속에서 진화하는 미국의 핵전략을 다룬다. 궁금한 독자들은 이 책을 펼쳐 보기 바란다.

 

저자: 이만석(육군사관학교 정치사회학과 조교수), 함형필(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북한군사연구실 책임연구위원)
출판사: 플래닛미디어
출판일: 2024
쪽수: 326
서평자: 임경한(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 교수)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케네스 왈츠, 스콧 세이건
박영사, 2022, 311쪽
케네스 왈츠, 스콧 세이건 지음 / 박영사, 2022 / 311쪽

 

안준호 지음 / 열린책들, 2018 / 355쪽
안준호 지음 / 열린책들, 2018 / 3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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