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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우리는 왜 극단에 서는가: 우리와 그들을 갈라놓는 양극화의 기묘한 작동 방식

  • 기사 작성일 2025-03-19 09:04:32
  • 최종 수정일 2025-03-19 09:06:13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심각한 양극화! 미래가 더 심각하다

 

"중간 지점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검은색과 흰색 사이에서 회색 영역이 더 나아서만은 아니다. 그저 양극단의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만도 아니다. 그 지점으로 인해 사회가 통합되고 문명적으로 공존할 기회가 생겨서다. 중도에서 활동하는 것은 어렵지만 '중재 언어'와 '중재 행동'이라는 예술적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나는 지도자로 일하는 사람들이 이 방법을 시도하고 성공과 걸림돌에 대해 얘기해주었으면 한다. 우리에게는 당장 함께 맞서 싸워야 하는 문제가 있으니 말이다."(11쪽)

 

양극화는 중간층이 사라지고 사회계층이 양극단으로 몰리는 현상을 말하며, 계층 구조 모양으로 치면 가운데가 오목한 모래시계형으로 변하는 것이다. 양극화라는 주제에 대해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됐지만, 대다수는 정치·이념 양극화에 집중해 왔으며 감정적 대립을 의미하는 정서적 양극화에 관한 연구는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양극화가 심해지면 기성 정치체제에 불만을 가지게 되고, 기존에 있는 정당들이 아무리 상황을 타개해도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정치적 극단주의(political extremism)에 열광하고, 정치적 극단주의는 이 세력들을 포섭해 세를 불리게 되는 막장 상황이 펼치게 된다.

 

우리나라의 양극화는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 이후 날로 심각해져 오다가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는 느낌이다. 소득이나 재산 등 경제적 측면의 양극화는 총체적인 사회적 지위에서의 양극화로 연결되고 있다. 양극화는 산업구조의 발전에 따라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으나, 국가의 법 제도나 정책 및 정치권의 방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이념 갈등이 심화하는 주요 이유는 일반 국민들 사이에 이념 대립과 양극화가 커졌기 때문이 아니라, 정당의 지도부를 구성하는 정당 소속 의원들 사이의 이념적 거리가 커져 왔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정치적 양극화와 극단주의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주장과 주장이 부딪히고 갈등은 증폭되며 이로 인해 중간의 자리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이 책은 현재 사회에서 나타나는 양극화 현상에 대한 10년간의 깊이 있는 연구와 분석의 결과물이다. 우리가 왜 극단에 서게 되고 그것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그 실천적 방법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이 책은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양극화 해결을 위한 다양한 이론과 실제적인 도구를 제공한다. 표피적인 현상 분석에 그치지 않고 실용적인 해법을 제시한다는 점이 이 책이 지닌 최고의 장점일 것이다. 갈등과 양극화, 극단과 중립에 대한 1부는 양극화가 보여주는 복잡한 상호 작용을 설명한다. 2부는 갈등이라는 흥미로운 현상과 이런 갈등이 어떻게 양극화와 상호 작용하는지 보여준다. 이 둘은 형과 동생 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족이다. 3부는 저자의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양극화에 대한 전략적 해결책과 해결책에 쓰는 구체적인 도구들을 소개한다. 특히 중도(中道)에서 '버티기' 전략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중도는 불교에서 '치우치지 아니하는 바른 도리'와도 상통한다. 고타마 붓다는 29세에 출가하여 35세에 깨달음을 얻어 붓다가 될 때까지의 6년간 대부분을 가혹한 고행의 길에 정진하였다. 그러나 그 고행도 고타마 붓다에 있어서는 몸을 괴롭게 하는 것일 뿐 참된 인생 문제의 해결은 되지 않았다. 출가 전의 고타마 붓다는 왕자로서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여 즐거움에 찬 생활을 보내고 있었으나 그러한 물질적인 풍족함만으로는 인간은 구원받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고타마 붓다는 출가 전의 쾌락도 출가 후의 고행도 모두 한편에 치우친 극단이라고 하며 이것을 버리고 고락 양면을 떠난 심신의 조화를 얻은 중도(中道)에 비로소 진실한 깨달음의 길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의 체험에 의해서 자각하였다.

 

이 책의 최종 목표는 '양극화 전략'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vs. 그들'이라는 사고방식과 직면했을 때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효과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일은 많은 전문가에게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독자에게 문제 해결에 관해 새롭고 신선한 접근 방법을 찾게 도와주고, 양극화에 대한 충분한 해결책을 제공할 것이다.

 

정치인과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은 정치적 양극화를 한탄한다. 양극화된 정치 상황에 좌절한 시민들은 각기 다른 쪽에 더 많은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다. 양극화를 비난하는 것은 적을 문제 삼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그런 한편으로 양극화가 만들어낸 정치적 교착상태와 분노는 다루기 매우 어렵다. 정당은 양극화로 이어지고 유권자들은 이를 따른다. 디지털 미디어는 정파적 정렬을 통해 정서적 양극화를 촉진한다.? 심각한 양극화! 미래가 더 심각하다.

 

저자: 바르트 브란트스마(철학자, 지역 및 국가 문제 컨설턴트)
출판사: 한스미디어
출판일: 2024
쪽수: 221
서평자: 김병록(조선대학교 법학과 교수)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로버트 B. 탈리스 
Bunny on the Moon, 2024, 200쪽
로버트 B. 탈리스 지음 / Bunny on the Moon, 2024 / 200쪽

 

미국정치연구회 지음 / 오름, 2020 / 259쪽
미국정치연구회 지음 / 오름, 2020 / 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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