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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노르트스트림의 덫: 러시아는 어떻게 유럽을 장악하려 했나

  • 기사 작성일 2025-03-26 09:16:39
  • 최종 수정일 2025-03-26 09:16:39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푸틴의 지정학과 노르트스트림이라는 덫

 

"돈에 맹목적인 슈뢰더의 사랑, 사민당의 이데올로기 사랑, 상호의존성 이론에 집착하는 경제학자들의 사랑, 계산된 시나리오에 묶인 메르켈의 사랑, 독일인들의 경쟁력 사랑, 미국인들의 헤게모니 사랑, 러시아인들의 전쟁 사랑, 유럽인들의 평화 사랑…모두가 감정에 눈이 어두워…위대한 러시아라는 종교와 절대권력을 위한 사랑으로만 움직이는 푸틴이 자신의 이익에 합리적으로 대응하리라 기대한 어린아이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292쪽)

 

프랑스 저널리스트 마리옹 반 렌테르겜(Marion van Renterghem)이 쓴 『노르트스트림의 덫』은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순진한 신화를 믿은 정치인들 덕택에 유럽, 특히 독일이 푸틴이 놓은 덫에 거의 빠질 뻔했음을 보여주려고 시도한다. 러시아의 서시베리아에서 채굴된 천연가스를 북해를 통해 독일에 직접 공급하는 노르트스트림(Nord Stream)1과 2는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푸틴의 지정학적 전략과 계산, 즉 책의 부제처럼 '러시아가 유럽을 장악'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덫이었다는 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적 주장이다.

 

학문의 세계에 사는 학자들은 특정 사건이 처음부터 그 방향으로 의도되었다는 주장을 경계하기에 이런 주장을 펼치는 저널리즘적 저술을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이 프랑스 저널리스트는 자신의 주장을 두 가지 측면에서 상당히 설득력 있게 펼침으로써 이러한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킨다. 우선 이 책은 노르트스트림이 왜 덫인가를 증명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핵심적 인물들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탐사 저널리즘의 매우 모범적인 길을 걷고 얻은 결과물인 것이다. 또 다른 장점은 이 책이 노르트스트림 프로젝트를 둘러싼 이해관계, 특히 러시아와 독일의 이해관계의 구조적 차이가 어떻게 서로 맞아떨어질 수 있었는지를 상당히 설득력 있게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지하듯이 러시아의 21세기는 푸틴이라는 인물의 권위주의적 독재체제의 구축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 다섯 차례의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푸틴은 수많은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했고, 언론자유를 폐지했으며, 시민사회를 억압했다. 푸틴의 독재체제 구축 과정은, 이 책이 보여주려는 것처럼 대외정치적으로는 새로운 러시아 제국의 건설과 함께 진행되었다. 푸틴은 소련의 해체야말로 러시아가 경험했던 최대의 역사적 굴욕이었으며, 러시아 제국의 점진적이며 단계적인 건설만이 이 굴욕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러시아의 실지(失地)를 회복하고 새로운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푸틴이 수행한 전쟁의 목록은 길다. 1999년 제2차 체첸 전쟁, 2008년 조지아와 치른 남오세티야 전쟁,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2022년 우크라이나 침략에 이르기까지 이들 전쟁의 핵심 목표는 러시아 제국의 건설이었다.

 

푸틴의 제국 건설에서 왜 노르트스트림이라는 덫이 등장하는가? 유럽으로 향하는 기존의 가스관은 우크라이나를 관통하고 있다. 이 가스관을 놓고 우크라이나와 줄곧 분쟁이 있었다.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가스관은 사용료 수입은 물론, 군사 안보적으로도 중요했다. 유럽으로 수출되는 러시아 천연가스가 우크라이나를 통과해야 하는 한, 우크라이나는 이 가스를 인질로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르트스트림이, 그것도 두 개나 만들어짐으로써 우크라이나는 자국을 보호할 인질을 잃은 셈이다. 2021년 9월 노르트스트림2의 완공과 2022년 2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이에는 일정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이 저널리스트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독일은 왜 앞장서서 노르트스트림 프로젝트를 지지하고 나섰는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은 급작스레 탈원전을 선포했다. 이후 탈석탄의 전망도 제시하면서 재생 가능 에너지 구조로의 전환에 매진하고 있다. 이 전환은 시간이 필요하고, 과도기에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값싼 에너지가 특히 독일 경제에 중요했다. 러시아 천연가스는 과도기에 생명줄이 된 것이다. 노르트스트림1이 착수될 때 연방 수상이었고 퇴임 후 러시아 에너지기업인 가스프롬의 이사장이 된 슈뢰더(Gerhard Schroder)의 역할, 노르트스트림의 지정학적 문제를 눈치챘음에도 '대안 부재'라는 이유로 이를 방치한 메르켈(Angela Merkel)의 오판 등이 푸틴의 덫에 발을 깊이 들여놓은 이유였다고 이 책의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 마리옹 반 렌테르겜(프랑스 <렉스프레스 誌> 대기자, 칼럼니스트)
출판사: 롤러코스터
출판일: 2024
쪽수: 311
서평자: 구춘권(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대릴 커닝엄 
어크로스출판그룹, 2022, 167쪽
대릴 커닝엄 지음 / 어크로스출판그룹, 2022 / 167쪽

 

캐서린 벨턴
열린책들, 2023, 874쪽
캐서린 벨턴 지음 / 열린책들, 2023 / 8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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