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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도시논객: 우리 사회를 읽는 건축가의 시선

  • 기사 작성일 2024-08-21 10:45:24
  • 최종 수정일 2024-08-21 10:45:58
692. 도시논객.jpg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살고 싶은 도시와 행복한 건축이 가능한 사회 만들기

 

"건축가라는 직업은 대단히 사회적이다…사회적이라는 전제는 결국 건물이 사회 한계 내에서 지어진다는 뜻이다. 건축가도 우리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작업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306쪽)

 

이 책의 제목 『도시논객』은 저자 건축가 서현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논객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현상을 비판적으로 관찰하면서 그에 대한 논평을 통해 일반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공적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처방을 촉구한다. 서현은 도시와 건축을 주제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도시논객'이다. 그는 이 책에서 대한민국 도시와 건축 현상의 목격자이자 관찰자이고 증인이고 분석가이고 진단자이고 대안 제시자라는 다중의 역할을 감당한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질문은 "좋은 도시는 무엇이고 도시를 이루는 좋은 건축은 무엇인가?"이다. 도시는 공간으로 구현된 사회로서 그 사회의 모습을 일목요연하게 표현한다. 그 도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도시를 걷고 체험해야 한다. 서현은 광범위한 독서로 예리해진 시선으로 일상의 공간과 여행의 장소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꼼꼼히 글로 정리했다. 그래서 이 책은 '문장으로 번역된 관찰의 기록'이다.

 

건축 논객 서현은 자기 나름의 독특한 문체를 구사한다. 책을 읽다 보면 '~더라'라는 종결어미가 입가에 웃음을 자아낸다. "대추 한 알에도 태풍, 천둥, 번개가 몇이나 들어 있다더라. 주유소 하나에도 세계사 전개, 국제정세 변화, 소비자 행태가 다 간섭한다."(232쪽) 그의 글에는 신랄한 풍자와 야유가 가득하다. 지위재가 된 고급 아파트의 거대한 출입구가 그의 눈에는 현대판 '고인돌'로 보인다. "과시가 생존을 짓누르는 순간, 도시는 고인돌 시대로 회귀하곤 한다."(280쪽) 어린이들이 노는 공간의 불평등 앞에서는 이렇게 쓴다. "수저 색깔이 아이들 노는 데에 차별 기제로 작동한다면 그 사회는 뇌관이 즐비한 미래를 만날 수밖에 없다. 이 사회의 미래가 정글이 아니라면 아이들이 부모의 경제력과 관계없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지금 제공해야 한다."(237쪽)
 
그가 생각하는 건축가는 엔지니어나 공간 디자이너의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 그에게 "건축은 인문학으로 출발해서 공학으로 완성되며 예술작품으로 남기를 열망하는 작업이다."(203~204쪽) 예술작품 같은 도시와 건축이 가능해지려면 역사에 대한 성찰과 사회에 대한 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개발 사업을 시행하기에 욕구 과잉과 능력 부족, 의식 부재인 공룡과 도마뱀들이 마구 밟고 다닌 발자국이 이미 산하에 가득하다."(95쪽) 설계비와 시공비는 저렴하고 임대료는 많이 나오는 실용적인 건물로 가득 찬 도시에 사는 사람은 행복감을 느낄 수 없다. 건물은 콘크리트 구조체에 머무르지 않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의 기억이 추억으로 남는 건물들이 많아야 아름다운 도시가 된다.

 

엄청난 인적·물적 자원이 투입되는 도시와 건물의 건조 과정은 한 사회의 얼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그래서 건축은 시대의 거울이고 공간으로 번역된 시대정신이다."(331쪽) 한국의 건축가들이 건축 분야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건축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좋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건축가라는 직업은 대단히 사회적이다. 사회적이라는 전제는 결국 건물이 사회 한계 내에서 지어진다는 뜻이다. 건축가도 우리 사회 테두리 안에서 작업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306쪽) 인문 사회과학적 교양을 갖추고 예술가의 영혼을 지닌 창의적 건축가들이 도시에 아름다운 건물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도시는 자본가와 건설회사, 정치인과 관료들의 손에만 맡겨놓기에는 우리 삶이 이루어지는 너무나도 중요한 장소다. 좋은 도시와 건물을 만드는 일에 의식 있는 시민과 여러 이해 당사자들이 진지한 관심을 두고 참여해야 한다. 서현의 건축 칼럼은 그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속 시원한 기폭제다.

 

저자: 서현(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출판사: 효형출판
출판일: 2024. 2.
쪽수: 377
서평자: 정수복(사회학자, 작가)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임석재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023-2024
2책.
임석재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023-2024 / 1~2편

 

이관석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2022
262 p.
이관석 지음 /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2022 / 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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