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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헌법의 약속

  • 기사 작성일 2017-09-28 16:08:01
  • 최종 수정일 2017-09-28 16:08:01
347. 헌법의 약속(에드윈 캐머런).jpg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헌법은 어떻게 약속을 지키는가? 

 

'헌법의 약속'은 아파르트헤이트(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백 인종차별) 시대에서 입헌민주주의 시대로 이행한 남아공의 헌법 이야기다. 동시에 남아공 헌법재판소 재판관인 에드윈 캐머런의 개인사이며 캐머런이 함께한 소수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헌법의 약속은 개헌 논의가 진행 중인 한국 사회에서 뼈아픈 반성의 주제다. 인간 존엄, 평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 모든 사람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 금지, 적정임금 보장, 자주적인 단결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위험으로부터 안전,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 법관의 독립 등 헌법에 담은 많은 약속이 지켜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헌법이 무엇인지 헌법의 약속은 어떻게 만들며 헌법의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사회적 성찰이 절실하다.

 

캐머런은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모든 변호사와 판사들이 각자의 개인적 신념이나 동참한 정도와 관계없이 어떤 측면에서는 아파르트헤이트의 공모자"(87p)라고 고발한다. "대부분 판사들은 자신의 의무가 단순히 법조문에 쓰여 있는 대로 법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했다."(145-146p). "아파르트헤이트 의회가 제정한 부당한 법률에 의문을 가지는 것이 의무라고 여기지 못했으며, 정의로운 결과를 위해 자기 앞에 놓인 사건들에 법적 원칙과 가치를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146p). "법이 실제로 권력을 제한할 수 있어야 그 권력의 행사에 정당성의 외피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지 못하면 더 이상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야만적인 힘만 남을 뿐이다."(89p). 

 

반면 당시 변호사였으며 후에 남아공의 대통령이 된 넬슨 만델라의 주요 전술은 '불복종 운동'이었다. 변호사협회는 만델라의 법에 대한 불복종이 법률가의 법 준수 의무를 어긴 것이라며 변호사 등록 말소를 법원에 신청했다. 캐머런이 보기에 재판 대상은 불복종 운동의 도덕성이었고,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억압적 법에 대한 도전이 제기하는 심오한 윤리적 질문이었다. 남아공 법원은 만델라가 유죄판결을 받은 해당 범죄는 변호사로서의 활동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며 그가 변호사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했다. 캐머런은 "악랄한 법체계 속에서도 판사가 정의와 공정함에 헌신한다면 나쁜 영향보다 좋은 영향을 더 많이 미칠 수 있음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57p). 법관의 독립은 법관을 위한 특권이 아니라 '악법' 또는 정의롭지 않은 권력에 맞서 싸워야 하는 헌법적 책무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법관은 그 누구보다도 헌법의 약속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캐머런은 '게이'이면서 '에이즈 환자'다. 그가 고등법원 판사가 된 것은 게이임을 밝힌 이후였다. 고등법원에서 6년, 대법원에서 8년 판사 생활을 하고, 2008년 말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됐다. 헌재 재판관이 되기 전 그는 에이즈 양성 반응자임을 밝혔다. 만약 한국이었다면 캐머런은 판사, 대법관, 헌재 재판관이 될 수 있었을까? 특정 내용에 대한 확신을 강요하고 소수 의견을 제출했다고 트집 잡는 한국 사회다. 여성이, 장애인이, 성소수자가, 에이즈 양성 반응자가 살아가기엔 너무 힘든 사회다. 함께 외치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

 

헌법의 약속은 인권의 편에 서겠다는 약속이고, 정의롭지 못한 부당한 권력에 타협하지 않고 불복종하고 저항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래서 오히려 문제는 인간의 성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고정관념에 기반을 둔 배타성과 혐오감을 드러냈던 헌법재판소 다수 의견이다(옮긴이 후기).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하는 것은 법관의 생명이다. 그것은 법관에 대한 헌법의 명령이자 법관의 헌법에 대한 맹세다. 개헌은 헌법조문을 다듬는 일이 아니다. 인권 침해에 단호하게 맞서는 일이다.

 

"권리는 헌법이 적힌 종이 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실제로 현실을 바꾸는 힘이 있다."(335p). 그 힘은 주권자인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것이고,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법관이 인권의 주체들과 함께 할 때다. "지방의 게이와 레즈비언 청년들, 타운과 시에서 서비스 공급에 불만을 품고 시위하는 사람들, … 모두가 … 소리 높여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한다. 그리고 이들은 헌법상의 권리가 자신들이 살아 있는 동안 일상생활에서, 지금 당장 실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358p). 국회의원들이, 행정부 공무원들이, 법관들이 국민을 제대로 대변하는지 헌법의 이름으로 끊임없이 요구하고 감시할 일이다. 그렇게 헌법을 만들어갈 일이다. 남아공 헌법의 역사가 캐머런의 기록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강력하게 던지는 숙제다. 

 

원제 : Justice: A Personal Account저자 : 에드윈 캐머런(Edwin Cameron)(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재판소 재판관)
역자 : 김지혜(강릉원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출판사 : 후마니타스
출판일 : 2017. 5.
쪽수 : 415
서평자 :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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