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닫기
국민을 지키는 국회 미래로 나아가는 국회
창닫기

국회정보나침반

관리기관
서비스명
관리기관
창닫기

발행물 및 보고서

[국회휴먼네트워크 전문가 서평]이미지와 환상

  • 기사 작성일 2017-09-29 14:57:21
  • 최종 수정일 2017-09-29 14:57:21
이미지와 환상.JPG

 

『이미지와 환상』(원제 Image)은 인물 중심의 서구 지성사인 '창조자들', '탐구자들' 시리즈로 국내에도 알려진 미국 역사학자 다니엘 부어스틴의 대표 저서 가운데 하나다. 미국에서 TV나 영화가 비로소 그 위세를 떨치기 시작할 무렵이었던 1962년에 초판이 나왔지만, 예증이나 이면 분석이 40년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탁월하고 예리하다. 책갈피마다 알알이 박힌 활자에서는 도저한 기운이 피어나고, 그것들은 마치 바로 이 순간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찍은 즉석사진처럼 생생하다. 1960년대 미국뿐만 아니라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 여전히 진행 중인 일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도 손색이 없다.

 

대학원 박사과정 재학시절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simulation)'을 개념화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을 지칭하는 것"으로서의 '시뮬라크르(simulacres)'를 이해하는 일이었다. 그리해 마침내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도 토론이 있을 적마다 헷갈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아마 행간을 흐르는 또 다른 개념, 즉 '이미지(image)'라는 단어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나는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꼈다. 왜냐하면 이미 나의 뇌리 속에는 무수한 이미지들이 선입관이라는 이름으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었으며, 그것들은 새로운 이미지의 유입을 쉽사리 허락하지 않았으므로.

 

김기태 교수
김기태 세명대 교수

2004년 번역 출판된 이 책을 읽으면서 두 번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우선 내가 그토록 개념화하기 어려워했던 '이미지'라는 단어를 도처에 널려 있는 일상의 잔해만으로도 이처럼 쉽게 설명할 수 있구나 하는 점에서, 그리고 이 책의 원전이 1962년에 출간된 것이었음에도 수십 년의 시공을 초월해서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우리가 선망의 대상이자 기꺼이 두려워해마지 않는 매스미디어의 속성을 더도 덜도 아닌 '이미지 생산공장' 정도로 간단히 해부해 버린 다니엘 부어스틴의 선견 앞에서는 오싹함마저 느껴야 했다.

 

모두 6장에 걸친 본문 내용을 일별하고 나면 이번에는 '나의 실체' 나아가 '내가 알고 있는 세계의 실체'에 대한 의심이 새록새록 피어나기 시작한다. 가짜 같은 진짜와 진짜 같은 가짜가 전혀 구별되지 않는 상황에 맞부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뉴스 모으기가 뉴스 만들기로', '이상이 이미지로' 등 장별 제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듯이 한마디로 부어스틴은 "오늘날 우리가 본말이 전도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오래 전에 한 말임에도 여전히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20세기에 이르러 실물보다 이미지가 중요하고, 진본보다 모사나 축약이 대접받는 세상이 도래했다면 21세기가 깊어가는 오늘날 그러한 이미지화 양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악화만 양화를 몰아내는 게 아니라 악인이 양인을 몰아내고, 가상공간이 현실공간을 지배하고, 우체국 위상을 이메일과 문자메시지가 위협한다. 영웅의 자리엔 어느샌가 스타 시스템이 생산해 낸 유명인들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렇기에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뜬 구름이라도 잡으려는 것처럼 겉돌고, 구체적인 삶의 실체를 돌이켜볼 때마다 온통 공허함이 배어나는지도 모른다. 

 

원저 : The Image
저자 :  다니엘 부어스틴(Daniel J. Boorstin)
서평자 : 김기태 세명대학교 교수 
서평자 추천도서 :     
김영석 외,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와 사회』, 나남, 2017
정철운, 『손석희 저널리즘』, 메디치미디어, 2017
박재영 외, 『저널리즘의 지형: 한국의 기자와 뉴스』, 도서출판 이채, 2016
강준만, 『미디어 법과 윤리』, 인물과사상사, 2016
W. James Potter,  『미디어 리터러시』, 소통, 2016
윌버 슈람, 스티븐 H. 채피 외, 『언론학의 기원』, 컬처룩, 2014

 

'바르고 공정한 국회소식' 국회뉴스ON

  • CCL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코리아 표시
    라이센스에 의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 저작자 표시 저작자 표시 : 적절한 출처와 해당 라이센스 링크를 표시하고 변경이 있을 경우 공지해야 합니다.
  • 비영리 비영리 : 이 저작물은 영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 변경금지 변경금지 : 이 저작물을 리믹스, 변형하거나 2차 저작물을 작성하였을 경우 공유할 수 없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국회소식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