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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휴먼네트워크 전문가 서평]중앙은행 별곡

  • 기사 작성일 2018-03-28 15:51:12
  • 최종 수정일 2018-03-30 09:50:35
중앙은행 별곡.jpg

 

「중앙은행 별곡」은 1897년 대한제국 선포에서부터 해방 후 1950년 한국은행 설립까지의 우리나라 중앙은행의 역사를 소개한 책이다. 비트코인(Bitcoin)과 같은 암호화폐, 블록체인(block chain), 인터넷전문은행,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등으로 대변되는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100년이나 지난 중앙은행 제도의 역사는 다소 흥미가 떨어지거나, 시류에서 벗어난 주제로 치부될 수 있다. 그렇지만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란 말이 대변하듯이, 변화의 시기에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또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힌트는 항상 우리가 걸어왔던 과거에서 찾을 수 있다.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어떤 제도의 미래를 예견하거나 현행 제도를 미래지향적으로 제대로 개선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중앙은행제도는 일국(一國)의 통화금융제도의 핵심이다. 중앙은행은 독점적 발권력을 행사하고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이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은 금융기관을 감독하고 금융위기가 발생할 조짐이 보이면 이를 초기에 진화하기 위한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기능을 수행하는 등 금융안정의 수호자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중앙은행은 금융제도의 정점에 위치함과 동시에 중앙은행이 제공하는 지급결제제도 및 은행의 은행 기능은 금융제도의 토대를 이룬다. 중앙은행이 제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소위 핀테크혁명과 같은 새로운 금융기법의 정착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중앙은행 제도의 태동과 발전과정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이유이다.

 

차현진 교수
현정환 광운대 교수

이 책은 우리나라 중앙은행의 역사에 관한 에피소드 31가지를 시대순으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구한말 일본이 주권을 침탈해가는 와중에 신식화폐제도를 도입하고 구한국은행을 설립하는 과정,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제국주의 팽창과정에서 만주국 건설에 일조하고 조선총독부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일본 제국주의의 도구로 전락한 식민지 중앙은행의 슬픈 역사, 해방 후 조선은행이 현대적 중앙은행으로 변신하는 험난했던 과정 등이 「중앙은행 별곡」의 주요 내용이다. 

 

또한 이 책은 상당히 폭넓고 깊은 근현대사 자료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구 한국은행 본관)의 부지에 얽힌 사연,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동남쪽 모퉁이에 위치한 머릿돌에 이토 히로부미가 쓴 정초(定礎)라는 휘호가 남아있다는 사실, 명동에 은행 거리가 형성된 배경, 독립군인 북로군정서에 조선은행권 수송사실을 알려 이를 탈취하도록 도운 조선은행원의 이야기, 한국은행법의 산파역할을 한 아서 블룸필드(Arthur Bloomfield) 박사 초청에 관한 일화 등 저자가 중앙은행제도의 역사를 전개하면서 곁들이는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는 독자들의 지적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한국은행은 정부의 남대문출장소라는 오명을 벗고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립해오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미흡한 측면이 많다. 소국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국내 경제 및 금융시장 상황이 외부충격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운명을 지녔다. 이러한 여건에서 한국은행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사명을 보다 효과적이고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에 보다 강한 독립성과 책임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중앙은행제도가 진일보하기를 기대해본다. 

 

저자 : 차현진
서평자 : 현정환 광운대학교 교수
서평자 추천도서 :     
마이클 케이시, 폴 비냐,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 미래의 창, 2017
어빙 피셔, 『화폐착각(money illusion)』, 부글북스, 2016
김이한 외, 『화폐이야기』, 부키, 2013
이종수 외, 『보노보은행』, 부키, 2013
정신동, 『바젤Ⅲ와 글로벌 금융규제의 개혁』, 도서출판 선, 2011
로버트 쉴러, 『버블 경제학』, 랜덤하우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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