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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창의성: 혁신의 시대에 던져진 인간의 뇌

  • 기사 작성일 2019-12-24 17:30:07
  • 최종 수정일 2019-12-24 17:30:07
459. 창의성.jpg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창의성은 문제를 풀려는 평범하지만 집요한 사고과정의 산물이다

 

"창의성은 파생적 현상, 즉 함께 작동하는 많은 뇌 체계에 의존하는 많은 인지적 속성의 산물이다. 그것은 많은 형태를 띨 수 있고, 창의적 산물로 가는 경로는 많다. 그것은 단 하나의 뇌 구조 또는 단순한 유전적 통제 수단으로의 연대를 불허하는, 신경생물학과 문화 간 복잡한 상호작용의 산물이다."(303페이지)

 

창의성을 오랫동안 연구한 전문가의 어떤 책 마지막 문장이 오래 기억에 남아있다. '누군가 자신에게 중요한 어떤 문제를 풀려고 오랫동안 몸부림치다가 우연히 해결책을 찾아내는 경우 우리는 그 과정을 보지 못하고 놀라운 결과만을 보게 돼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라 생각한다.'

 

감동적인 예술작품이 창조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작품으로 표현된 결과만 볼 수 있지 그 작품이 가능해진 긴 과정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창의성은 오랜 훈련을 통해 서서히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뀌어서 생겨나는 문제 해결능력이라는 것이다. 인간 뇌의 학습에는 지각학습·운동학습·관계학습이 있으며, 훈련을 통해 섬세한 감각으로 관련 분야의 통합적 기억이 축적되고, 그런 양질의 기억들이 바탕이 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즉, 창의성의 재료가 있다면 바로 기억이라는 것이다.

 

예술과 과학 분야에서 창의적 결과물이 생산되려면 기억의 축적, 활용, 편집과정을 훈련해야 한다. 분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10년간의 집요한 기억축적이 먼저 형성돼야 한다. 검증되고 수준 높은 양질의 해당분야에 관한 정보를 10년 정도 지속적으로 축적하면 그 정보를 활용하게 된다. 기억의 활용단계에서는 기억을 3초 이내에 회상하고 인출할 수 있어야 한다. 기억이 즉각적으로 인출되지 않으면 다른 기억과의 연결은 더 어려워져 논리적이고 복합적인 사고가 힘들어진다. 이러한 기억 활용이 수년간 지속되면 뇌 속에 저장된 정보 사이에는 독특하고 새로운 연결이 가능해진다. 기억된 정보들의 독특하고 새로운 결합과정이 바로 창의적 사고다.

 

골드버그는 핵심 개념인 동적 연결성을 전전두엽이 감각연합피질에 저장된 기억을 인출해 현재 진행중인 문제를 해결하는 신경회로의 장거리 연결이라고 하고, 감각연합피질의 장기기억 복사본이 전전두피질에 일시적으로 복제되는 현상을 전두엽 공명이라 한다. 전전두피질과 기억저장 피질 사이의 상호 공명으로 생성되는 새롭고 독특한 기억 조합에 의해 현재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답 즉 창의성이 발현된다고 한다. 

 

그는 우반구 뇌가 새로운 정보처리에 민감하고 좌반구 뇌는 옛 정보 저장에 더 특화돼 좌측 전전두엽이 손상되면 사고의 융통성이 저하되는 보속증(保續症)이 나타나고 우측 전전두엽이 손상되면 상황에 종속되는 충동조절이 어렵게 된다고 한다. 창의성은 기억패턴의 연결이 다양해져 사고의 융통성이 높아지고 상상의 힘으로 상황에 종속되지 않는 상태라고 한다. 즉 상상된 현실에서 행동을 주도하는 능력이 창의성의 핵심이며 기억의 독특한 연결로 생성된 상상들이 물리적 현실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창의성이라고 한다.

 

언어를 통해 생성하는 공유된 상상이 인간을 함께 생각하고 행동하게 해 문화와 역사를 만들고 그런 문화적 토양에서 개인의 창의성이 발현된다. 창의성은 개인, 창의적 활동영역, 사회적 평가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하거나 정체되거나 심지어 퇴보할 수 있는 사회적 현상이다. 경직된 사회문화 속에서는 창의적 인간이 나올 확률이 줄어든다. 새로운 관점이 기억의 독특하고 새로운 연결을 촉발해 이전에 드러나지 않은 사물과 사건의 다른 측면을 드러나게 해준다. 

 

현대사회는 복합도가 높아져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특성이 있어 이전의 관점으로는 사건의 다양한 측면을 탐색하기 어렵다. 그래서 전체를 보는 관점과 신속히 전환되는 시선이 필요하다. 관찰하는 시선의 방향과 높이가 중요하다. 어려운 문제들을 새로운 관점과 원거리를 통합해 관찰하려는 노력이 기억을 새롭게 연결해 창의적 결과로 이어진다. 연결하려는 기억이 빈약하면 연결패턴은 단순해지고 표현은 지루하고 완고해진다.

 

창의적 뇌는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는 능력이며, 이는 세부와 전체 상황에 대한 정보처리 과정의 동적 균형이 핵심이다. 정보처리의 동적 균형은 유도된 정신적 방랑이다. 기억을 무작위적으로 연결하면 정신이 분산돼 상황종속적이 되지만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기억연결의 방향성을 알려주도록 유도하는 정신적 방랑은 바로 창의성이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전전두엽이 집요하게 풀어야 할 문제에 집중하면서 기억피질에 문제해결의 방향을 유도된 방향으로 안내해 생겨나는 새롭고 독특한 기억연결이 창의적 결과물을 만든다고 한다.

 

창의성은 문제가 먼저 존재해야 하고 그 문제에 대해 답을 생성할 만한 양질의 기억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서 창의성은 오랜 기억을 축적해온 전문가 집단과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 새롭고 독특한 개성들이 넘쳐나서 다양성이 표준이 되는 사회 분위기가 창의성의 산실이다. 결국 창의성도 개인을 넘어선 사회적 현상이다. 

 

원제: Creativity: the human brain in the age of innovation
저자: 엘코논 골드버그 (뉴욕의대 임상신경과 교수, 루리야 신경과학연구소 소장)
역자: 김미선
출판사: 시그마북스
출판일: 2019. 8.
쪽수: 373
서평자: 박문호
자연과학세상 이사장, 미국 Texas A&M 대학 전자공학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셸 루트번스타인 지음 / 박종성 옮김 / 에코의서재, 2007 / 455p.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셸 루트번스타인 지음 / 박종성 옮김 / 에코의서재, 2007 / 455p.

 

로버트 W. 와이스버그 지음 / 김미선 옮김 / 시그마프레스, 2009 / 653p.
로버트 W. 와이스버그 지음 / 김미선 옮김 / 시그마프레스, 2009 / 6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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