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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재위 조세소위, '변호사 세무업무 범위' 격론

  • 기사 작성일 2020-11-24 18:36:35
  • 최종 수정일 2020-11-24 18:40:16

기재위 조세소위원회, 제382회국회(정기회) 제7차 회의 개최
「세무사법」, 「관세사법」 등 228개 소관 법률안 심의 이어가
변호사의 세무업무 허용 범위 어디까지…의원들 의견 제각각
"핵심업무 제한하면 위헌 소지", "제20대국회 합의 존중해야"
고용진 소위원장 "당장 결론내기 어려워…의견 모아 추후 결정"
관세사·세무사 '전관예우' 방지법 논의…'직종간 형평성' 지적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소위원장 고용진)은 24일(화) 제382회국회(정기회) 제7차 회의를 열고 상정된 세법 개정안 228건에 대한 심의를 이어갔다. 소위원회는 양경숙·양정숙·전주혜 의원이 각각 발의한 3건의 「세무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활발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들 법안은 세무사 자격을 자동 취득한 변호사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규정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세무사와 변호사 협회 간 '입법전쟁'으로 비화되면서 관련 업계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법안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소위원장 고용진)가 24일(화) 제382회국회(정기회) 제7차 회의를 열고 법률안을 심의하고 있다.(사진=유충현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소위원장 고용진)가 24일(화) 제382회국회(정기회) 제7차 회의를 열고 법률안을 심의하고 있다.(사진=유충현 기자)

 

논쟁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개정된 「세무사법」이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세무사만 세무대리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다. 이전까지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갖게 돼 세무대리업무를 할 수 있었지만, 이때부터 세무대리업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후 변호사들이 위헌소송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는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2018년 해당 법률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3건의 개정안은 업무 허용 범위가 각각 다르다. 양경숙 의원안은 '장부작성(기장)'과 '성실신고 확인' 업무를 제외한 세무대리 직무를 허용하도록 했다. 지난해 기획재정위원회가 위원회 대안으로 의결한 내용과 거의 비슷한 내용이다. 당시 위원회 대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된 끝에 제20대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양정숙 의원안과 전주혜 의원안은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가 모든 세무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양경숙 의원안은 세무사 측의 입장이, 다른 법률안은 변호사 측 입장이 각각 반영돼 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합의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양경숙 의원안에 동의 입장을 밝혔다. 김용범 제1차관은 "장부작성과 성실신고 확인 업무에는 전문적 회계지식과 경험이 요구된다는 점, 그리고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에 회계 관련 과목이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해 이들 업무는 (허용 범위에서)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소위원회 위원들의 논의도 '사실상의 정부안'인 양경숙 의원안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정부는 양경숙 의원안이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문제점을 해소했다고 봤다. 반면 일부 의원들은 개정안도 논란의 소지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봤다. 일부라도 세무사 업무의 본질적 내용을 제한하게 되면 다시 위헌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헌법재판소 판결의 본질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며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면 위헌이 된다. 장부작성과 성실신고 확인 업무가 세무사 업무의 본질적 내용이라고 판단하게 되면 그것을 못하게 하는 것은 위헌이 된다"고 말했다.

 

이미 헌법재판소가 정한 개선입법 시한(2019년 말)을 넘긴 데다 제20대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친 만큼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싸움은 이론과 현실의 문제다. 국회라는 곳이 이론도 중시하고 원칙도 중시해야 하지만 현실과 예외를 적절히 고민해야 한다"며 "일단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해 보고 불만이나 위헌 소지가 있다면 다시 헌법재판소에 가서 판단받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변호사 신분을 가진 의원이 소위원회에서 이 사안을 다루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무사회와 변호사회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법안과 직접 이해충돌 당사자를 될 수 있으면 제척하도록 돼 있다. 그런 원칙들이 좀 지켜져야 한다"며 "이해가 충돌하는 문제를 좀 더 합리적으로 중립적으로 조율해 낼 수 있는 국회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반론을 제기했다. 윤 의원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척 기준으로 '국회에 들어오기 전 직업이 무엇이었는지' 따지는 것은 좋지 않다"며 "기업 계셨던 분은 기업에 대해 이야기하면 안 되고, 할 수 있는 것은 학자나 제대로 된 직업 가져보지 못한 사람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논의가 길어지자 고용진 소위원장은 개정안을 계속심사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고 소위원장은 "법안과 관련해 여러 역사와 위헌성 부분을 짚어본 것 같다. 현재 의견이 의원님들 사이에 있으니 당장 결론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여야 간 입장차이가 아닌 것 같으니 의원들의 여러 의견을 야당 간사와 함께 모아보고 (처리 여부를)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 출신 세무사·관세사의 '전관예우'를 막기 위한 「관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정부안), 「세무사법 일부개정법률안」(추경호·양경숙 의원안, 정부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5급 이상 공무원 출신 세무사·관세사에 대해 근무했던 기관과 관련성이 있는 수임을 퇴직 후 1년 간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들에 대한 '전관예우'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세무·관세 행정의 신뢰도를 크게 낮추고 있는 만큼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여야 의원들은 대체로 법안의 목적에 공감했다. 다만 다만 일부 의원은 처벌규정(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과 적용범위(5급 이상 퇴직 공무원)가 다른 전문직종과의 형평형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법무사·변리사·노무사 등은 공직 퇴직자의 수임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고, 행정사에 대해서도 별도의 직급규정이 없다는 점에서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 분위기로 보면 (전관예우 제한을)확대해야 하겠지만 여러 규정을 통일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국무조정실과 협의해 연구해 달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소위원회는 ▲관세사·세무사 자격증 대여 알선행위 금지 ▲관세사 유사명칭 사용 시 벌칙 강화 ▲세무대리업부 소개·알선 금지 ▲관세사·세무사 징계내용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 공고 ▲세무사 명의대여를 통한 금품수수시 몰수·추징 등의 내용을 심도있게 살폈다.

 

'바르고 공정한 국회소식'
국회뉴스ON 유충현 기자 babybug@assembl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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