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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소식

'체육지도자 여성할당제' 입법화 놓고 국회서 난상토론

  • 기사 작성일 2019-02-12 17:38:42
  • 최종 수정일 2019-02-12 17:43:40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주재한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입법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이상미 기자)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입법공청회'서 여성할당제 입법화 놓고 갑론을박
"여성할당제 입법화해 유리천장 깨고 양성 평등한 체육계 만들어야" 주장
"사실상 여성지도자 채용비율 낮지 않아…입법화하면 부작용 발생" 반박도


12일(화)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재로 열린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입법공청회–체육지도자 여성할당제가 답이다!'에서는 체육계 성폭력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한 방안을 놓고 참석자들이 공방을 벌였다. 체육지도자 여성할당제와 체육회 여성임원 할당제를 입법화해 양성이 평등한 체육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체육지도자 여성할당제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아니라는 주장이 부딪쳤다.

 

박지영 대한수영연맹부회장(한국여성스포츠회부회장)은 "2007년 여자프로농구 A감독의 성폭력 사건 발생 이후 2008년 교육부와 문체부, 대한체육회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11년이 지난 지금도 제자리걸음"이라며 "2019년의 체육계 성폭력 근절 대책은 10여년 전 대책의 데자뷰와 같은 내용의 반복으로, 오히려 여성체육인들에게 더욱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2019년 대한체육회의 대책 중 성폭력이 있는 해당 연맹의 해체 및 재편, 전문체육선수들의 합숙 금지, 진천선수촌의 일반인 개방 등은 유효적절한 대책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인상을 떨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부회장은 체육계 성폭력을 근절하려면 체육지도자 여성할당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자선수들이 대부분 남자 코치의 지도를 받는 환경에서 여자선수는 성희롱과 성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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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에 따르면 2018년 등록된 체육지도자 총인원(감독과 코치 포함) 1만 9965명 가운데 여성지도자는 3500명으로 17.9%에 불과하다. 선수 총인원 중 여성 선수 비율은 23%로, 선수 대비 비율에 있어서도 여성지도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여성지도자의 비율은 성인선수로 갈수록 줄어들었다. 초등부 선수에 대한 지도자는 총 5509명으로 이 가운데 여성지도자는 1377명(25%)이었지만, 중등부와 고등부, 대학부에서 여성지도자 비율은 각각 19%, 18%, 10%로 점점 감소했다. 종목별 편차도 커 배구의 경우 남자대학부 지도자는 50명인데 비해 여성지도자는 0명이었고 펜싱 여성지도자는 20명 중 1명이었다.

 

박 부회장은 "과거 대한체육회는 여성지도자 인력 풀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성체육지도자 할당제의 실시를 2008년 이후 현재까지 미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해 이제는 체육지도자 여성할당제나 여성 체육회 임원 할당제의 입법화가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입법화하기 위해서는 남녀지원자가 자격이 동등할 경우 반드시 여성지도자를 채용하는 것과 같은 '적극적 우대조치'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13.7%(51명 가운데 7명)에 불과한 대한체육회의 여성 임원 비율도 최소한 30%가 되도록 의무화하는 입법도 필요할 것으로 봤다.

 

공청회를 주최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도자와 선수간의 주종관계와 고질적인 성폭력, 가해자 영구제명 규정이 좀처럼 적용되지 않는 현실과 가해자에게 손쉽게 주어지는 면죄부까지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대한체육회는 여성지도자 인력풀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성할당제 도입을 거부했다. 과연 여성지도자가 부족한 것인지, 체육계에 강고한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연대와 체육시민연대 등 시민단체가 15일 오전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앞에서 열린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성폭력을 방관한 대한체육회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사퇴 촉구 발언을 하고 있다.
문화연대와 체육시민연대 등 시민단체가 지난달 15일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앞에서 열린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성폭력을 방관한 대한체육회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사퇴 촉구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반면 체육지도자 여성할당제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실적으로 여성선수가 남성선수보다 적은 만큼 여성지도자 채용을 강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김재원 대한체육회 학교생활체육본부장은 "적합한 지도자 자격을 가진 여성 지도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서 "현재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여성지도자의 비율은 18% 정도인데 이는 현재 배치되어 있는 전체지도자의 비율 18%와 일치한다. 사실상 통계적으로는 여성체육지도자 채용비율이 낮다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성할당제가 입법화되더라도 실제 적용하는 데 여러 부작용이 생길 것으로 봤다. 최근 이슈화된 사건들이 현직 전문체육선수에 대한 일이었던 만큼 대한체육회 및 경기 단체 전문 체육지도자에게만 여성할당제를 적용할 것인지, 성비 불균형이 가장 심한 국가대표 지도자의 경우에만 여성할당제를 적용할 것인지 결론을 내리기 쉽지 것이다. 법으로 여성할당제를 강제하면, 선수 전원이 남자인 경우에도 여성지도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도 있다.

 

김 본부장은 "전문가들 중에서도 체육지도자 여성할당제를 정치권의 여성할당제 및 일반 분야의 여성채용할당제와 혼동하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면서 "그들의 주장은 전체 인구의 절반이 여성인 현실적인 상황을 민주적으로 고려하라는 말인데, 사실 전체 선수의 23%인 여성선수를 생각하면 민주적으로 생각해서도, 부족한 지도자 인력 풀을 따져봐도 체육지도자 채용에 여성지도자를 반드시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체육지도자 여성할당제가 진정 체육계 폭력 및 성폭력의 해결점이 될 수 있느냐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다시 한 번 묻고 싶은 심정"이라며 "체육지도자라는 광범위한 인력에 대한 원활한 관리를 위해 더 많은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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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뉴스ON 이상미 기자 smsan@assembl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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