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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소식

화폐단위 변경 국회 토론회 찬반 '팽팽'…"공론화과정 선행 필요"

  • 기사 작성일 2019-05-13 17:45:12
  • 최종 수정일 2019-05-13 17:51:27

국회입조처·여야 국회의원, '화폐개혁 토론회' 공동주최
찬성 측 "경기부양 및 거래편의성·대외위상제고" 기대
반대 측 "비용부담 및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부담" 우려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의 시행을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충분한 사전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정책제언이 나왔다. 화폐단위 변경의 장·단점이 분명한 만큼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화폐단위 변경의 실효성과 관련해 학계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과 비용부담으로 인한 부작용, 경기부양효과와 거래규모 축소로 인한 편의성 등을 들며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박병탁 기자)
13일(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박병탁 기자)

 

◆박승 전 한은 총재 "과거 부정적 인식…조심스런 정책추진" 당부

 

13일(월) 국회입법조사처와 이원욱·최운열·심기준(더불어민주당), 박명재·김종석(자유한국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 정책토론회에서 박승 전(前) 한국은행 총재(2002~2006)는 "(국민) 누구나 관심을 가진 사안은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국회에서 첫 번째 공론화과정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 전 총재는 취임 후 '화폐제도 개혁 추진팀'을 구성해 화폐제도 선진화 계획을 추진했다. 당시 박 전 총재는 우리 화폐에 대해 "후진적이었다"며 크기가 작고 위·변조가 어려운 신권과 5만원권 이상의 고액권의 발행, 화폐단위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었다. 정부는 신권발행에는 동의했지만, 고액권 발행은 뇌물 등 부패조장 우려를 이유로 반대했다. 이후 2006년 국회에서 '한국은행의 고액권 화폐 발행을 위한 촉구결의안'이 처리되면서 5만원권이 생겼다. 이로써 박 전 총재가 제시한 과제는 화폐단위 개혁만 남았다.

 

박 전 총재는 지난 화폐제도 개혁 과정에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정책추진 제한요소로 꼽았다. 우리나라는 지난 1953년 100원을 1환으로, 1962년 10환을 1원으로 바꾸는 화폐단위 변경을 두 차례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통화·예금을 봉쇄하거나 화폐교환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국민들의 재산권이 침해를 받았다. 박 전 총재는 "두 차례 화폐개혁을 하면서 (가진 돈의) 10%만 바꿔주고 30%는 동결했다. 장롱 속 돈을 바꾸려고 하면 30%가 나가는데 누가 하겠나"라며 "또 실명으로 진행하면서 누가 얼마나 가졌는지 알려졌다. 그래서 지난 화폐개혁에 무조건 반대하는 이미지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의 모습(사진=박병탁 기자)
13일 국회에서 열린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의 모습.(사진=박병탁 기자)

 

이러한 인식을 고려해 이번에는 조심스런 정책추진을 당부했다. 신·구 화폐를 1년 동안 동시에 통용시켜 변화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 돈을 바꿔줄 때는 금액과 기간에 관계없이 무제한·무기명으로 바꿔주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전 총재는 "화폐단위 변경은 시기의 문제"라며 "지금 안하면 5년 뒤 혹은 10년 뒤에 언제든 해야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발제자로 참여한 임동춘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장은 공론화의 필요성에 대해 "리디노미네이션은 장점도 있지만 부작용도 상당하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충분한 사전 논의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공론화 및 제도 준비기간이 4~5년, 법률공포 후 최종완료까지 약 10년이 걸리는 장기프로젝트로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집단 찬반 양론 나뉘어…정치권은 대체로 긍정론

 

전문가들의 찬반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찬성론자들은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비용부담도 투자관점에서 긍정평가했다. 반대론자들은 해외 성공사례가 드물고, 과거 화폐개혁에 따른 트라우마를 우려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리디노미네이션이 혼란스러운 이유는 화폐단위 변경과 지하자금 양성화가 하나의 단어에서 혼재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화폐에서 '0' 세 개를 떼는 것뿐이라는 목적을 밝힌다면 논의의 초점이 분명해 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최근 우리의 물가상승률은 0%대를 벗어난 적이 없다. 한은 물가상승률 목표치(2%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이는 리디노미네이션 시에 우려되는 중요한 환경적 부담이 완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비용과 관련해서는 "어떤 주체의 비용은 반대쪽의 수익"이라며 "우리 경제의 흐름을 감안하면 마이너스(-)만은 아닐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화폐단위 변경을 시작하지 않으면 원화 신뢰도가 낮아지는 부작용도 장기적으로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보니, 금이나 달러 사재기가 나타난다"며 "신·구권 교환 기간을 두지 않는 것이 (이러한 문제에) 정책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 정책토론회에서 학계와 전문가 등 토론자들이 토론준비를 하고 있다(사진=박병탁 기자)
13일(월) 국회에서 열린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 정책토론회에서 학계와 전문가 등 토론자들이 토론준비를 하고 있다.(사진=박병탁 기자)

 

반면, 홍춘욱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터키 사례를 예로 들며 "어제 기준으로 은행 금리가 25%로, 사실상 외환위기 중이다"며 "지난해 7월부터 지속적으로 환율이 급등하고 있고, 글로벌 자금이 터키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정책금리를 5%에서 25%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터키는 2000년대 초반 기존 화폐를 100만분의 1로 낮추는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한 바 있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1960년대 화폐개혁이 우리나라 경제주체들에게 상당한 트라우마를 줬다. 지하자금을 찾아내 발본색원해서 혼내겠다는 것이었다"며 "(이같은) 트라우마를 굳이 건드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반대의견을 드러냈다.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은 찬성론자의 적기론에 대해 "박승 총재가 2004년 말한 적기의 근거가 2019년에도 똑같이 나온다. 지난 15년간 물가상승률 때문에 적기라고 한다면 (그 안에) 했어야 되지 않느냐"면서 "물가가 적기의 이유는 아닌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남북한이 통일되면 양국 체제로 가더라도 단일 화폐 써야 한다. 그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가상화폐, 글로벌 화폐로 가는데 있어서 논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화폐단위 변경에 대체적으로 긍정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원욱 의원은 "리디노미네이션은 정쟁의 대상으로 한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심도있는 정책 논의가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며 "이번에야 말로 초당적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최운열 의원은 "반대여론도 귀담아 들어야 하지만 우리 경제상황에서는 문제되지 않는다"며 "인플레이션이 걱정된다면 지금이 사회적 변화를 위한 적기"라고 했다.

 

김종석 의원은 "화폐개혁이라는 말이 붙어 있어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지하자금의 양성화 등 정책적 의도가 있는 것 같은 모양이 되면 실패한다"며 "순수하게 행정적으로 '0'을 떼는 수준으로 가야 국민적 공감대 얻을 것"이라고 했다. 박명재 의원은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고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에 도입시 우리 경제에 미니치는 영향 장단점 도입시기 등에 대해 중지를 논의할 적기는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바르고 공정한 국회소식'

국회뉴스ON 박병탁 기자 ppt@assembl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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