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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소식

국회에서 흘린 미군 위안부의 눈물…국회·경기도 입법지원 모색

  • 기사 작성일 2019-04-15 18:04:53
  • 최종 수정일 2019-04-15 18:08:24

유승희 의원·경기도 '미군 위안부 진상규명·지원 입법 토론회' 개최
정부의 암묵적 지원 아래 600~700개 위안소 운영됐을 것으로 추정
서울고법, 기지촌 위안부에 대한 국가의 성매매 정당화·조장행위 인정

 

"우리는 태어난 내 나라에서 버려졌습니다. 우리는 직업소개소에 속아 기지촌에 빚을 지고 가게 됐습니다. 10대였지만 아무도 도와주는 어른은 없었습니다. 너무 무섭고 싫어 도망을 가도 다시 잡아와 때리고 더 큰 빚을 지고 팔려갔습니다. 나오려고 해도 나올 수 없게 만든 국가로부터 사과 받고 싶습니다." 

 

15일(월)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경기도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지촌 미군 위안부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입법 토론회'에서 1970년대 초 의정부 기지촌에서 위안부로 피해를 입은 박영자 씨는 이같이 진술하며 눈물을 흘렸다. 박 씨는 미군 위안부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 진술에 참여해 재판을 승소로 이끈 인물이다. 그는 이날 토론회에서 "우리는 평범한 여자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며 "이렇게 살아온 것은 우리가 원해서 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절규했다.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미군 위안부의
15일(월)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유승희 의원과 경기도 공동주최로 '기지촌 미군 위안부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입법 토론회'가 개최됐다.(사진=박병탁 기자)

 

◆미군 위안부, 정부 묵인 하에 불법 조직·운영

 

1950년대 국내 미군 주둔지에는 미 장병들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위안소'가 설치·운영됐다. 한국전쟁 이후 국가는 기지촌 조성 등에 개입하고, 위안부의 성병 방지책을 조직적으로 마련·운영하는 등 성매매를 조장하고 정당화했다. 1950년대 비공식적으로 운영되던 위안소만 600~700개소에 이르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57년 유엔군 사령부가 도쿄에서 서울로 이전할 당시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내무부(현 행정안전부)·법무부 등은 위안부를 일정지역으로 집결시키고, 미군과 함께 '성병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이들을 관리했다. 이후 성매매영업이 가능한 104개 특정지역이 설치·관리됐고, 위안부에 대한 정기적 성병검진도 의무화됐다. 정부는 성매매 가능지역을 설치한 이유에 대해 '윤락지역을 일반인 거주지역으로부터 격리시켜 사회 풍속·교육의 악영향 희석' 등의 이유를 들었지만, 그 과정에는 위법성이 다수 발견됐다.

 

단속 과정에서 성병에 걸린 미군이 자신과 성매매한 상대여성을 지목하기만 해도 지목된 위안부는 검진증 소지 여부와 관계없이 낙검자 수용소로 보내져 강제수용상태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치료과정에서는 부작용의 우려가 높은 페니실린을 강제투여 받기도 했다.

 

위안부 교육을 담당한 공무원들은 행정재량을 벗어난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들은 위안부를 '외화를 벌어들이는 애국자'라고 치켜세우기도 했고, 군수나 군청 관계 공무원들은 위안부들을 격려하며 취업보장이나 전용아파트 건립을 약속하기도 했다. 1971년 용산경찰서장 등이 위안부에 고지한 공문에는 "여러분이 미군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믿지만 불쾌감을 조장한 일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한 과거의 일은 반성하고 시정해야 한다. 사소한 사건도 여러분의 적에게 유리하게 이용된다"고 적혀있다.

 

1970년대 의정부 기지촌에서 피해를 입었다는 박영자(왼쪽)씨가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토론회 관계자는 박 씨의 정면사진 촬영에 대해 자제를 요청해 뒷모습을 촬영했다(사진=박병탁 기자)
1970년대 의정부 기지촌에서 피해를 입었다는 박영자(왼쪽) 씨가 토론회에 참석한 모습. 토론회 관계자는 박 씨의 정면사진 촬영 자제를 요청해 뒷모습을 찍었다.(사진=박병탁 기자)

 

◆법원, 국가의 성매매 조장·정당화 인정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기지촌을 거쳐 간 여성이 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울려 퍼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 기지촌 피해여성들이 '기지촌여성인권연대'를 결성해 소송을 제기하면서부터다.

 

기지촌여성인권연대는 ▲국가의 기지촌 조성·관리·운영 행위 ▲불법행위 단속 면제 및 방치 ▲조직적·폭력적 성병 관리 ▲성매매 정당화·조장 등의 위법행위를 지적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가 보호의무를 위반했거나, 성매매 중간매개 및 방조 등을 했다는 것이다.

 

소송 제기 2년여 만인 지난해 2월 서울고등법원 제22민사부는 국가의 기지촌·운영·관리 과정에서 기지촌 위안부에 대한 성매매 정당화·조장행위와 위법한 격리 수용행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성매매 조장·정당화 행위는 구 윤락행위등방지법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인권존중 의무를 위반하고 객관적 정당성을 현저히 결여한 행위"라고 적시했다.

 

강제 치료행위에 대해서는 "의사 등 의료전문가의 진단 없이 성병 의심자에 불과한 위안부들을 곧바로 낙검자 수용소 등에 격리수용한 경우는 법령상 근거 없이 행해진 강제수용 내지 사실상의 구금행위로서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구 전염병 예방법에 따르면 "전염병 환자와 라병(한센병)환자는 지정한 장소에 격리수용 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성병 감염인의 격리수용에 대한 법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았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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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를 주최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뉴시스)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법률안 마련 절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군 위안부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법률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발제자로 참여한 하주희 변호사는 "특정지역으로 설정된 기지촌이 32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고들은 일부 지역에 국한된 사람들이어서 피해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에 부족하다"며 "전국 차원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법적인 토대가 있을 때 가능하다"고 입법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승희 의원은 2017년 7월 주한미군기지촌에서 성매매 피해 가혹행위를 당한 이들의 진상을 규명하고, 위안부 및 유가족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여성가족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여성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인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토론회에 참석해 "(법률안 심사) 진행이 빠르고 원만하지는 않다. (법안처리가) 조금 난망한 상황"이라며 "올해 8월까지 법안소위원장을 맡게 되는데, (법안 심사가) 빠르게 진행되도록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위안부 문제는 국가 폭력이었다. 국가가 기지촌 운영하고 피해자 관리했다면 명백한 폭력이다"며 "정부는 시시비비 가려서 사과하고, 피해자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 미군 부대의 60%가 위치한 경기도는 조례를 통해서라도 미군 위안부에 대한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지난 1월 28일 이재명 지사가 이 문제에 관해 도(道)가 성심성의껏 지원하도록 하라는 지침을 지시를 했다"며 "국회 입법화 전이라도 경기도가 당사자 관점에서라도 조례 제정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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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뉴스ON 박병탁 기자 ppt@assembl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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