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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슬픔은 원샷, 매일이 맑음: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의 유쾌한 반전 라이프

    기사 작성일 2023-03-08 09:42:30 최종 수정일 2023-03-08 09: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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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장벽에 길을 내는 웃음과 역동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힘든 순간보다 즐겁고 재미있는 순간이 더 많았다. 특별한 어려움으로 다가왔던 일도 나만의 방법을 찾고 나면 더 이상 고생으로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나만의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234쪽)

     

    이 책의 저자 김한솔은 시각장애인이자 구독자 수 50만 이상의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을 운영하는 파워 유튜버이다. 재치 있는 콘텐츠가 가득한 한솔의 채널에서도, 그가 유튜브로부터 실버버튼을 세 차례나 받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남다른 유튜버라서 여러 번 상을 받은 것은 아니다. 전부 유튜브의 미비로 일어난 일이었다.

     

    유튜브에서는 실버버튼에 프린트된 글씨를 읽을 수 없는 한솔에게 점자 실버버튼을 보내주기로 했다. 처음 받은 실버버튼에는 점자가 없었다. 당황한 한솔이 유튜브 측에 상황을 설명하자 점자 실버버튼이 배송되기는 했는데 오자투성이였다. 결국 한솔은 험난하기 그지없는 반송 과정을 거쳐 세 번째에야 제대로 된 실버버튼을 받을 수 있었다.

     

    책에도 실린 이 에피소드는 비장애인 중심의 세상을 살아가는 한솔이 전하는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다. 영국의 장애학자이자 사회운동가 마이크 올리버는 신체적, 개인적 차원의 손상(impairment)과 사회적 억압인 장애(disability)의 개념적 분리에 기초한 사회모델을 주창하였다. 손상을 가진 사람을 주류에서 배제하고 2등 시민으로 만드는 것은 실명이나 절단 같은 손상이 아닌 인간이 만든 제도와 인프라, 비장애인 중심의 환경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만도 수천 명의 파워 유튜버가 아무 문제 없이 실버버튼을 받았다. 하지만 한솔은 그에게 의미 있는 실버버튼을 받기 위해 많은 불편을 겪고 시간을 소모해야 했다. 한솔의 걸림돌은 시각의 손실이 아니라 점자 실버버튼을 만드는 데 실패한 체계였다. 올리버는 이같이 장애인을 배제하는 환경의 장벽은 제거될 수 있으며, 장벽의 해소와 장애인의 주류화를 장애인 운동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슬픔은 원샷, 매일이 맑음』은 한솔이 경험하는 세상을 솔직하고 경쾌한 터치로 보여주며 그 길을 제시한다.

     

    한솔은 18살 때 레베르 시신경병증 진단을 받고 실명을 선고받았다. 시력이 떨어지고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며 집에 틀어박혀만 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점자라는 소통의 도구와 만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맹학교에 입학하여 학업을 계속하고 경영학과로 대학에 들어갔다. 학내에서 장애인권 동아리를 만들고, 장애인의 직업 다양성을 찾기 위한 뉴욕 연수를 기획했다. 유튜버에 도전했고, 많은 이에게 알려진 유튜버가 되었다. 지금 그는 쾌활하고 솔직한 콘텐츠로 가득한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을 운영하며 많은 이들에게 재미와 활력, 교훈을 함께 선사하고 있다.

     

    이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십대 때 실명한 한솔은 처음에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장애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점자 습득을 거부하기도 했다. 점자를 깨치고 세상에 나아간 뒤에는 수많은 장벽을 만나야 했다. 대입 과정에서 경영학과를 지원하자 주변 사람들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장애인에게는 경영학과 학업이 어렵다며 그를 밀어내려 했다. 대입 면접 시 시각장애에만 초점을 맞춘 면접관의 질문, 학업 지원을 위한 도우미 배정의 험난함,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정안인(正眼人)과 동일한 시험시간을 부여한 교수, 안내견 출입을 제한한 식당 주인 등 한솔이 일상에서 마주한 배제와 차별은 사회모델에서 언급한 환경에 놓인 장벽이다.

     

    수많은 장벽과 싸우며 원하는 길로 나아가는 한솔의 삶은 자신뿐 아니라 세상에도 장애를 수용하게 하는 과정이다. 이 책은 이러한 장벽들을 ‘집합적 개입을 통해’ 제거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공하며, 우리 사회가 어디에 와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이야기한다.

     

    대한민국국회는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2008년 UN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했다.(선택의정서는 2022년 12월 비준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이후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사회는 실천에 무디다. 한솔은 이곳에 서 있다. 한솔의 유쾌하나 진지한 문제 제기는 제도와 환경이, 우리의 인식이 마땅히 닿아야 할 곳으로 사회를 조금씩 끌어당기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앞으로 계속될 한솔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십수 년 뒤, 어쩌면 그의 영향으로 조금은 바뀌었을 세상에서의 한솔의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한다.

     

    저자: 김한솔(시각장애인 유튜버)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22. 9.
    쪽수: 241
    서평자: 이한나(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장애인정책연구센터 부연구위원)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김지우
휴머니스트출판그룹, 2022
247 p.
    김지우 지음 / 휴머니스트출판그룹, 2022 / 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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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현 지음 / 그린비출판사, 2009 / 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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