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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생일을 모르는 아이: 학대 그 후, 지켜진 삶의 이야기

    기사 작성일 2022-07-13 09:32:06 최종 수정일 2022-07-13 09: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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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살기 위해서 '자신'을 버리는 아이들

     

    "일반적으로 아이를 향한 부모의 사랑은 무조건적이라 말하지만 학대를 보고 있으면 그 반대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를 향한 아이의 사랑이야말로 무조건적이라고."(226쪽)

     

    아동학대 뉴스는 우리 사회를 깜짝 놀라게 하고 제도적으로 부족한 면을 비판적으로 살펴보며 개선안을 촉구한다. 그러나 학대를 경험한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뉴스 속에 등장한 수많은 학대피해 아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 책은 학대경험으로 인해 부모와 분리되어 혼자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의 짧은 생애사라고 볼 수 있는데, 처음 읽은 순간 가슴 속에서 조용히 '탁'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는 아이들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부끄러움의 울림이다. 이 아이들은 학대로부터 벗어났지만, 여전히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환경에서 자신의 안전과 삶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이 정말 살기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버리고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저자는 학대를 경험한 아이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을 버리고 때로는 파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위탁모의 시선과 관찰자적 관점에서 담담하지만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은 학대를 경험한 아이들이 너무 고통스런 현실 속에서 살기 위해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거나 왜곡시켜야 하는 상황을 다양한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 자신들이 경험한 학대상황이 너무 끔찍해서 현실과 상반된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살아갈 힘이 없는 '미유', 스스로 만든 공간 안에서만 안전을 느끼며 밖으로 나오기를 두려워하는 '마사토', 폭력적 상호작용이 일상화되어서 폭력을 폭력으로 느끼지 않는 '타쿠미', 지속적으로 학대를 하는 부모의 비정상적 애정을 끊임없이 갈구하면서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는 '아스카'. 이 책에 소개된 아이들 모두 태어나면서부터 온전한 보호와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고통을 외부에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 그저 살기 위해서 '자신'을 왜곡하고 파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자는 학대 행위자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아이를 잘 키우려고 노력하는 부모일 수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개입의 방향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촉구하고 있다. 놀랍게도 평범한 작가의 시선으로 아동학대 문제를 바라보면서도 학대피해를 경험한 아동들을 어떻게 우리사회가 보듬고 잘 양육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해주고 있다. 학대피해를 경험한 아이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그냥 보통아이가 될 수 있도록 보통의 '가정'과 보통의 '가족' 안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아동학대에 대해 국내외 많은 연구논문들을 수없이 읽었지만, 이 책만큼 사회적 울림이 큰 책은 거의 없었다. 저자는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의 결과와 부끄러운 어른의 모습까지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아동학대 문제를 외면해왔던 우리 사회의 모든 어른들은 반성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그러나 묵직하게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 숨을 멈추고 책장을 덮었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읽었던 '사오리' 이야기는 절망감과 무력감으로 인한 고통 속에서 결국 다시 도전하게 만드는 희망의 불빛을 느끼게 해주었다. '사오리' 사례는 아동학대는 아동기 동안 일시적으로 경험하는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의 평생 동안 끈질기게 괴롭히면서 대물림 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지속적인 사회적 서비스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학대피해 아이들을 만나면서 특별하게 뭔가를 하지 않고 그저 엄마처럼 따뜻하게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렇다. 살기 위해 '자신'을 버린 아이들은 그 누구라도 단 한 명의 무조건적 사랑을 받게 되면 스스로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아올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아동학대 문제에 관여하는 다양한 분야의 모든 어른들은 자신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을 통해서 많은 해답을 얻을 수 있음을 확신한다. 또한 아이를 양육하는 모든 부모와 예비 부모들이 이 책을 통해 어떻게 아이를 보살펴야 하는지 깊이 있게 숙고해보길 기대한다. 

     

    저자: 구로카와 쇼코(작가)
    역자: 양지연
    출판사: 사계절출판사
    출판일: 2022. 02.
    쪽수: 346
    서평자: 이은주(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함께 읽으면 좋은 책

     

    586. 태어나서 죄송합니다.jpg
                        전안나 지음 / 가디언, 2022 / 239쪽

     

    586. 그래도 나는 살아야겠어.jpg
                    임연 지음 / 둥근걸음, 2020 / 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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