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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밀림의 귀환: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붕괴하는가

    기사 작성일 2022-07-06 10:20:26 최종 수정일 2022-07-06 10: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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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자유주의 국제질서: 질서와 무질서의 기로에서

     

    "세계질서는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대상이다."(44쪽)

     

    "자유주의, 번영, 안정은 습관과 역사와 인간의 본성이라는 쉽게 변하지 않는 요소들이 끊임없이 잠식하고 훼손한다."(106쪽)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소중한 만큼이나 위태롭기도 하다. 밀림이 다시 울창해져서 우리를 모두 집어삼키지 않도록 하려면 자유주의 세계질서라는 정원을 끊임없이 가꾸고 돌보아야 한다."(207쪽)

     

    최근처럼 '국제질서'라는 용어가 국제관계에서 자주 사용된 때도 없을 것이다. 국제질서는 주권국가들의 상호작용에 적용되는 원칙과 제도로 정의되고, 역사적으로 볼 때 강대국 사이의 전쟁과 같은 대형 사건의 결과로 수립되어 왔다. 국제질서 관념은 17세기 중반 근대 국제관계가 성립된 후부터 존재해 왔지만,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한 국제질서가 다시 자주 언급되는 것은 그만큼 국제질서가 불안정해졌다는 방증이다.

     

    현대인이 의식하지 못한 채 의존해 온 국제질서는 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인 미국이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반영한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우월한 국력을 결합시켜서 수립한 자유주의 국제질서이다.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1980년대까지는 지역적으로 서유럽과 북미대륙에 한정되어 작동하다가 1990년대부터는 전 세계로 확장되었다.

     

    저자는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정원에 비유한다. 잘 가꿔진 정원에서 꽃과 나무가 자라고, 버려지면 잡초가 자라서 밀림이 되듯이, 자유주의 국제질서도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을 때 작동하고, 그렇지 못할 때에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행동하고 국제관계가 혼란해진다. 저자는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작동했던 세계는 완벽하지는 않았더라도 인류 전체의 역사, 또는 최소한 1930년대와 비교하여 훨씬 나았다고 주장한다. 사실 1945년 이후에 강대국 간의 대규모 전쟁은 발생하지 않았고, 국가들은 자유, 평등, 민주주의, 경제적 번영, 문화와 같은 인간 삶의 향상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았다. 국가들이 생존을 위해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미국이 막강한 군사력을 이용하여 세계에 안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평화롭고 번영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작동한 기간은 고작 70년이다. 인류 역사에서 전쟁, 독재, 그리고 빈곤이 난무했던 기간이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작동했던 기간보다 훨씬 길었지만, 현대인들이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역사를 잊고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작동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저자는 경고한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1945년에 미국이 세계에 안정과 번영을 제공하는 국제적 책임을 맡기로 선택했기 때문에 존재한 예외적인 상황이지 필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책임을 선택한 배경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국익으로 받아들이고 질서 유지에 필요한 희생과 비용에 동의한 미국 국민들의 존재, 그리고 다른 국가들은 미국이 제시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권위와 혜택을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그러한 조건들 중의 하나라도 사라지면 자유주의 국제질서라는 정원은 1930년대와 같은 밀림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국가들이 자유주의 국제질서 이전의 행태로 회귀하는 징후가 이미 감지된다고 말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력의 상대적 쇠퇴와 국론 분열로 인해 자유주의 국제질서 수호의 의지가 약해진 미국,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혜택을 많이 받고 성장했으면서도 19세기 말에 겪은 '100년의 수치'를 씻으려는 중국의 부상, 체제 내부의 원인으로 붕괴한 제국을 회복하려는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다른 형태의 국제질서가 작동하는 세계보다는 바람직하므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포기는 옵션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가치를 인정한다면 국가들이, 특히 미국이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정원을 가꾸기 위해 다시 나설 때라고 말한다.

     

    『밀림의 귀환』이 저술된 후에 2020년 코로나 팬데믹,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추가된 현재,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더욱 위태해진 것은 분명하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반드시 미국 중심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한국도 자유주의 국제질서 속에서 성장하였기에, 밀림의 귀환은 곧 위기를 의미하며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다. 한 가지 다행은 한국이 과거의 나약한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전환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보다 나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 것인지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저자: 로버트 케이건(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역자: 홍지수
    출판사: 김앤김북스
    출판일: 2021. 12.
    쪽수: 223
    서평자: 강선주(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 교수)

     

    ◆함께 읽으면 좋은 책

     

    585. 민주주의가 안전한 세상.jpg
    G. 존 아이켄베리 지음 / 홍지수 옮김 / 경희대 출판문화원, 2021
    / 535쪽

     

    585.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jpg
      존 J. 미어샤이머 지음 / 이춘근 옮김 / 김앤김북스, 2020 / 4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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