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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권력의 미래

    기사 작성일 2022-06-22 10:27:58 최종 수정일 2022-06-22 10: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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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국제정치에서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변화하는 환경을 이해하고 추세를 활용하는 능력인 상황 지능(contextural intelligence)은 리더들에게 권력 자원을 성공적인 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이끄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그것이 바로 스마트 파워일 것이다."(24∼25쪽)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 교수가 2011년에 쓴 『권력의 미래(The Future of Power)』가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이 책은 나이 교수가 평생 연구해온 국제정치와 리더십에 관한 지혜가 집약된 역작인데, 이 책을 알기 위해서는 나이 교수의 학문적 여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나이 교수는 하버드대의 로버트 커헤인(Robert Keohane) 교수와 공동으로 1977년 『권력과 상호의존(Power and Interdependence)』을 출판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다. 이 책은 국제정치에서 자유주의 이론의 선구적 연구로, 자유주의 이론은 현실주의 이론과 대조된다. 현실주의 이론은 국제정치가 무정부 상태에서 강대국들이 각자도생하고 경쟁·충돌하는 불안한 세계라고 가정하고, 국가는 군사안보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나이와 커헤인 교수는 1970년대 초반 아랍과 페르시아만 국가들이 석유생산을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촉발된 위기를 국제기구들과 민간 기업들이 긴밀히 소통하면서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는 현실주의 이론이 그리는 세계와 다르다는 점을 포착하여 자유주의 국제정치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나이 교수의 평생에 걸친 주장은 이 책에서 요약·반복된다. 국제정치에서도 힘과 권력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그런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힘과 권력은 늘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힘과 권력은 그 자체로 영원하지도 무한하지도 않고, 다른 행위자들의 힘과 권력에 의해서 제약받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가 힘과 권력만 믿고 행동했을 경우 그 국가는 큰 목표는커녕 작은 목표도 이루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들이 질투하고 견제하기 시작하면 일이 계속 꼬이고, 결국 힘과 권력만 남을 뿐 국가는 얻을 수 없다. 영화 마블의 사례를 보자면, 그와 같은 국가는 외로운 헐크에 불과하다. 힘은 있으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게 된다.

     

    이 책에서 나이 교수는 하드 파워(군사력과 경제적 자원)와 소프트 파워(국가가 가진 무형의 매력)를 구분한다. 소프트 파워는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의제구성, 설득, 긍정적 유인과 같은 포섭 수단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하드 파워는 밀어내는 것이고 소프트 파워는 끌어당기는 것"이라고 구분한다. 즉 같은 규모의 기업이라도 악덕으로 소문난 기업과, 명성과 품격을 갖춘 기업이 문제를 만났을 때 그 해결 가능성은 다를 것이다. 마찬가지로 패권 국가가 품격과 보편 가치에 충실하다면 그 국가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이 교수는 국가가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만으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여전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양자를 결합할 리더십, 즉 스마트 파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제정치의 문제가 다중복합적이기 때문에 그에 대응할 정치적 리더십도 세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상식적으로 보이지만, 실제 국제정치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은 2003년 오사마 빈 라덴과 관련이 없고 화학무기도 없는 이라크를 침공하였다. 문제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집중하면서 중국은 동아시아 패권국가로 등장해 버렸고 미국의 리더십은 추락했다는 것이다. 이제 일부 학자들은 중국과 미국 간 세계사적 충돌을 우려하고, 한국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그러면 나이 교수가 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미국의 독주가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2차 세계대전의 승리로 미국이 국제 패권국가로 등장할 당시 미국의 경제생산력은 세계 50%였고, 군사력은 그 이상이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경제력은 24%에 불과하고, 중국은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이 되어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군사력에서 미국은 여전히 세계 군사비의 40%를 차지하고 있지만,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이후 그 위상이 과거와 같지 않다. 나이 교수의 결론은 미국이 21세기에 초반의 과오를 극복하고, 앞으로도 번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지도자들이 하드 파워의 제한성을 인식하고 소프트 파워를 결합하는 스마트 파워 리더십을 동맹국가들과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의 영광을 지속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나이 교수는 미국의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미국이 나이 교수의 진언을 들을 것인가? 전직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였고, 2024년 대선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국제정치의 위기는 각국의 민주주의 위기와 연계되어 있고, 여러 나라들은 국내적으로 독재자들에 의해 도전받고 있다. 나이 교수는 국내정치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고 있는데, 국제정치의 미래를 실현해 줄 열쇠는 국내정치에 있지 않을까?

     

    저자: 조지프 나이(국제정치학자)
    역자: 윤영호
    출판사: 세종서적
    출판일: 2021. 12.
    쪽수: 402
    서평자: 조영호(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함께 읽으면 좋은 책

     

    583.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jpg
          조지프 S. 나이 지음 / 이기동 옮김 / 프리뷰, 2015 / 255쪽

     

    583. 예정된 전쟁.jpg
        그레이엄 앨리슨 지음 / 정혜윤 옮김 / 세종서적, 2018 / 5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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