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물 및 보고서

    홈으로 > 국회소식 > 발행물 및 보고서

    [서평]식물학자의 노트: 식물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

    기사 작성일 2021-11-03 09:58:46 최종 수정일 2021-11-03 09:58:46

    •  
      url이 복사 되었습니다. Ctrl+V 를 눌러 붙여넣기 할 수 있습니다.
    •  
    551.식물학자의 노트.jpg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아름다운 식물이 전해주는 삶의 이야기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면 우리는 떨어지는 낙엽을 마주합니다. 지나간 한 해를 돌아보고, 올 한 해도 다 지나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식물에게 필요한 양분을 만들고 숨쉬게 하던 잎은 결국 떨어지지만,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새로운 잎을 키우는 또 다른 소임의 시작이죠."(63쪽)
      
    흔히 식물은 정적인 생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어느 다큐멘터리의 제목에서 '녹색 동물'이라고 칭할 정도로 매우 동적인 생물이기도 하다. 특히 식물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이 '녹색 생물'은 그 어떤 생명체보다도 역동적이고, 복잡한 연구 대상이다. 하나의 씨앗이 어미 개체로부터 벗어나 적당한 장소에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려 성체가 되고, 또 다시 후손을 만들기까지 수많은 위협요인으로부터 살아남아야 한다. 그 뿐이랴.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결과로 지구상에는 35만여 종의 식물들이 진화의 산물로 존재하고 있으며, 현재도 진화 중에 있다.

     

    사실 식물학이라는 학문은 매우 방대하여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어떤 시선으로 『식물학자의 노트』를 작성했을지 궁금했다. 노란색 바탕 위에 화려하게 핀 산수국 세밀화가 눈길을 끄는 이 책의 표지는 식물 세밀화 도록(圖錄)을 떠올리게 했다. 책을 읽기 전에 본문을 훑어보던 중, 각 챕터별로 수록된 우리나라 자생식물 세밀화는 책장을 넘기는 내 손을 한참을 멈추게 했다. 서평자인 내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조사하고, 채집하면서 만났던 식물들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직접 그린 아름다운 세밀화와 함께 식물의 다양한 모습들을 소개하면서 본인이 직접 조사하고, 연구했던 식물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형태부터 생장, 번식까지 식물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를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록하였고, 그런 식물의 모습에서 우리의 삶을 투영해 보고, 살아가야할 방향을 담담한 어조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시각적인 즐거움과 힐링도 기대할 수 있다.

     

    책은 크게 다섯 개의 챕터로 나눠져 있으며, 각 챕터는 다섯에서 여덟 개 정도의 공통 주제가 있는 노트(스토리)들을 묶어 구성하였다. 각 노트는 매우 쉬운 문장으로 쓰여 있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어 내려갈 수 있도록 표현한 저자의 노력이 보인다. 전체적인 흐름은 식물이 번식을 위해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지혜로운 전략부터 생태계 일원으로서의 기능과 역할까지 식물을 단순히 인간이 이용하는 자원 혹은 액세서리가 아니라 지구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의 모습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식물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면서 저자는 우리가 친숙하게 알고 있는 은행나무, 소나무 등 대중적인 식물부터 다른 나라에 자생하는 특이한 식물까지 다양한 대상을 활용하였다.

     

    특히 이 책의 챕터 2와 챕터 3은 다양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식물의 생존법과 진화의 결과로 나타난 독특한 형태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어 가장 흥미롭다. 물에 떠서 자라는 수생식물인 '개구리밥', 바닷가의 소금기 있는 모래땅에서도 강인한 생존력을 보여주는 '번행초', 척박한 바위섬 독도를 지키는 '섬기린초'까지 모두 어찌 보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도 자리를 잡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식물들의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사막과 극지방의 식물 이야기에서는 과연 지구상에 식물이 정복하지 못한 곳은 어디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주어진 환경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놀랍도록 정교하게 진화된 식물 형태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있자면 감탄을 넘어 경외심마저 든다.

     

    우리는 이 땅 위의 모든 식물을 자원으로 파악하고, 분류하고,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직 우리는 주변의 식물들에 대해서 아는 바가 그리 많지 않다. 저자는 식물에 대해 그림을 그리거나 연구하기 위해 얼마나 오랜 기간의 조사와 연구가 필요한지 잘 설명하고 있다. 식물학자가 한 종의 식물을 연구하기까지는 평균 수년에서 십수년의 시간을 쏟게 되며 이렇게 완성된 연구도 그 식물의 한 단면을 겨우 밝혀낼 뿐이다. 한반도에만 대략 4천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으니 우리가 지구상의 자연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영원히 이루기 힘든 꿈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 식물학자들은 식물에 대한 '호기심'을 원동력으로 오늘도 '꿈'을 향해 조금씩 발을 내딛고 있다.

     

    어쩌면 저자는 식물의 삶이 인간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그에 맞게 적응하고,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 서로 닮아있기 때문이다. 식물의 이야기를 빌어 우리가 살면서 지녀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 전달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기나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우리 모두의 마음이 지쳐가고, 숲의 푸르름이 스러져가는 이 시기에 한 번쯤 흥미로운 식물 이야기와 아름다운 세밀화를 즐기며 잠시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하는 것은 어떨까.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고 피워내는 새싹과 꽃들처럼, 우리도 다시 꽃피울 그 날을 기대해 본다.

     

    저자: 신혜우(식물학자, 화가)
    출판사: 김영사
    출판일: 2021.4.
    쪽수: 279
    서평자: 길희영 국립수목원 임업연구사(식물계통분류학 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호프 자런 지음
김희정 옮김alma(알마 출판사), 2017
410 p.
    호프 자런 지음 / 김희정 옮김 / alma(알마 출판사), 2017 / 410쪽

     

    지은이: 마르 장송, 샤를로트 포브
옮긴이: 박태신
가지, 2021
317 p.
    마르 장송, 샤를로트 포브 지음 / 박태신 옮김 / 가지, 2021 / 317쪽


    '바르고 공정한 국회소식' 국회뉴스ON

     

    • CCL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코리아 표시
      라이센스에 의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 저작자 표시저작자 표시 : 적절한 출처와 해당 라이센스 링크를 표시하고 변경이 있을 경우 공지해야 합니다.
    • 비영리비영리 : 이 저작물은 영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 저작권 표시 조건변경금지 : 이 저작물을 리믹스, 변형하거나 2차 저작물을 작성하였을 경우 공유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