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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진격의 사피엔스: 결핍과의 전쟁, 그 놀라운 역사

    기사 작성일 2021-07-21 09:53:11 최종 수정일 2021-07-21 09:5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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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우리를 만든 결핍, 우리가 만든 결핍

     

    "나는 국가박물관에서 몇 년간 일하면서, 인류 역사에 나타난 모든 문화 행위에는 자연과학의 논리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323페이지)
      
    인류가 이룬 위대한 업적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바쁘게 지내다가 자연 앞에 맨몸으로 덩그러니 버려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 미처 자각하지도 못했던 평소의 오만함을 잃고 우리가 더없이 약한 존재라는 냉정한 진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 순간 이토록 터무니없이 나약한 존재가 어쩌다 38억년 생명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단 1퍼센트에 속하는 종이자,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는지 누구나 궁금해할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진격의 사피엔스』는 우리 인류의 진화와 역사는 결핍과의 전쟁의 과정이자 결과였다고 답하고 있다.

     

    저자 허센바오는 중국국가박물관 해설사로 칼럼과 강연을 통해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그의 본명은 Yuan Shao이고 허센바오는 그가 평소에 존경하는 독일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의 이름을 따서 온라인 용으로 만든 이름이다. 광범위한 지식과 생생한 이야기 전달로 수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2017년 웨이보에서 공식 선정한 영향력 있는 '10대 과학 웨이보 스타'이기도 하다. 

     

    이 책은 파트(Part) I과 파트(Part) II로 구성되어 있다. Part I은 최초의 인류 탄생에서부터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출현,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기점으로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을 정복하기까지 선사시대 인류의 출현, 진화, 확산과정을 다루고 있다. Part II는 중국을 중심으로 농업의 시작과 문자의 탄생, 특수한 환경에 기반한 고유의 문화 형성, 극한 기후가 불러온 결핍의 잔혹사 등을 기술하고 있다.

     

    허센바오는 박물관의 관람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본문을 시작한다. "인간과 다른 종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그는 관람객들이 말한 다양한 대답에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반박한 후, 인간을 '습관성 직립 보행을 하는 영장류'로 묘사하는 관점을 소개한다. 급작스러운 기후 변화로 아프리카에 열대 우림이 사라지고 초원지대가 늘어나자, 빽빽한 숲에 적응하도록 진화된 영장류 중 일부는 멸종되고 일부는 초원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입담 좋은 이야기꾼답게 인류가 나무 위에서 내려와 초원으로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을 인류사에서 절정의 장면으로 연출하여, 루시(현생 인류를 포함한 호모속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여겨지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가 약 300만 년 전에 나무에서 내려와 초원에 서서 걷는 순간을 상상하도록 한다. 뒤이어 우리 조상이 직립 보행처럼 복잡한 행동을 택하게 된 다양한 요소의 기저에는 식량 결핍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섭식 범위는 이동 반경의 제곱과 비례한다는 간단한 수학 공식을 제시하고, 사지를 모두 사용하는 이동 방식이 직립 보행보다 4배의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인간진화생물학자의 연구 결과를 들어 우리 조상들이 초원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기에 적합한 직립 보행을 선택하여 식량 결핍에 대응하게 되었다는 이론을 뒷받침한다. 직립 보행 외에 인간의 대표적인 특징인 뇌 용적의 증가와 도구의 사용이나 정밀한 언어, 협력, 공감, 예술적 능력의 획득에 대해서도 고고학, 인류학, 분자생물학, 생화학, 해부학, 물리학 등 역사학과 과학의 방대한 분야를 아우르며 근거를 찾아 생존과 번식을 위협하는 결핍의 극복과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의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는 무대가 중국으로 옮겨지면서 극도의 결핍에 몰린 인간의 흉악한 면모를 부각한다. 베이징 원인(호모에렉투스)이 한정된 자원을 쟁탈하기 위해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했다는 증거를 대고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폭력의 역할을 등장시킨다. 고대 문명의 발생지이자 아시아 문화를 주도해왔던 중국에서 대 자연재해로 인한 결핍으로 식인이 반복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충격을 준다.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2~6세기경에는 빈번한 화산 폭발로 일조량이 감소하여 기온이 하강했고 17세기에는 소빙하기를 맞아 기근이 심했다. 이 결핍의 파장은 전쟁과 전염병으로 이어져 전 세계는 이 시기에 치명적인 위기를 겪어야 했다. 17세기 조선 역시 왜란과 호란에 이어 전염병의 창궐과 경신·을병 대기근의 재앙을 맞아 그 참상이 심각했다.

     

    허센바오는 중국이 역사 속에서 겪었던 생지옥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는 언젠가는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실현하는 좋은 날이 결국 올 것이라고 맺고 있다. 안타깝게도 인류는 과거에 비해 풍족하고 편리한 삶을 살면서 세계의 지배자가 된 오만함에 사로잡혀 그 좋은 날의 도래를 막고 있지는 않은지 염려된다. 인류 스스로 초래한 기후 위기와 코로나 위기가 그 증거다. 지금 우리의 결핍은 겸허와 절제 그리고 이 위기를 거시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닌가 싶다. 인간의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 이 결핍을 극복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저자: 허센바오(중국국가박물관 해설사)
    역자: 한민영
    출판사: Pygmalion(피그말리온)
    출판일: 2021.1.
    쪽수: 380
    서평자: 강순이 강원대학교 수학과 교수(일리노이대학교 수학 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데이비드 콰먼
옮긴이: 강병철
꿈꿀자유, 2017
579 p.
    데이비드 콰먼 지음 / 강병철 옮김 / 꿈꿀자유, 2017 / 579p

     

    조천호 지음
동아시아, 2019
292 p.
    조천호 지음 / 동아시아, 2019 / 2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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