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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여권의 발명: 감시, 시민권 그리고 국가

    기사 작성일 2021-07-07 10:36:01 최종 수정일 2021-07-07 10: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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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여권은 이동의 자유를 주는가, 아니면 이동을 제한하는 것인가?

     

    "여권과 같은 신원 확인 문서가 개인들을 '장악'하고, 이를 통해 합법적인 '이동 수단'을 전유하기 위한 근대국가의 노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299페이지)

     

    요즘 세대들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1989년까지는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다. 자유로운 해외여행은 여권의 발급을 전제로 한다. 여권을 통해 그 소지자의 국적이 증명되고 해당 국가에서의 안전과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받게 된다.

     

    『여권의 발명(원제: The invention of the passport : surveillance, citizenship and the state)』은 여권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지 않았던 여권의 다른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즉, 국가가 여권을 통해 국민을 통제하게 된 역사와 그 과정에서의 논의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여권의 발명'이라는 제목보다는 오히려 부제인 '감시, 시민권 그리고 국가'가 이 책의 주제를 더 적절히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제1장은 근대 국가의 형성 과정에서 국가 구성원의 통제와 자유로운 이동 규제가 필요했으며, 더불어 위협이 되는 외부인의 입국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권이나 각종 신분증과 같이 신원을 구별할 수 있는 문서의 사용은 필연적이었다.

     

    제2장에서는 18세기 중후반 프랑스에서 왕정시대의 여권을 통한 시민 통제와 시민혁명을 통한 여권의 폐지, 그리고 이후 입법위원회에서 여권의 재도입을 둘러싼 논쟁을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최초의 여권은 국내에서 이동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시민혁명 이후 여권 폐지와 재도입을 통해 자국민과 외국인을 구별하여 국외로부터의 이동 통제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여권은 망명자나 반체제 단체 등 외부의 위험한 자들을 통제하기 위한 역할을 하였는데, 2장의 소제목 그대로 여권은 '조국의 아르고스' 즉, 파수꾼 역할을 하였다.

     

    제3장에서는 19세기 영국, 독일, 스위스 등 유럽 각국에서의 이동의 자유의 증가 및 여권 통제의 완화를 설명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1850년 통행증 조약'이나 '1865년 여권조약' 등을 통해 여권소지의무의 폐지나 사증을 받아야 할 의무를 폐지하였던 예들을 통해 당시 유럽에서 만연했었던 이동의 자유에 관한 자유주의를 설명하고 있다.

     

    제4장에서는 19세기 후반부터 제1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미국 및 유럽을 중심으로 여권의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이민국가인 미국에서도 여권 관련 정책은 미합중국에 도움이 될 외국인과 그렇지 않은 외국인을 구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유럽에서 당시 만연되었던 자유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이후, 원치 않는 입국자를 막기 위한 국경 통제의 필요에 의해 종언을 고하게 되었고, 여권은 국경 통제를 위해 국적을 확인하기 위한 문서로서의 역할이 증대되었다.

     

    제5장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국가들이 엄격한 출입국심사를 통해 입국 통제를 강화함으로써, 국가가 합법적인 이동 수단을 독점하게 되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한편 1차 세계대전 이후 제국주의의 붕괴와 제정 러시아의 붕괴에서 보듯 내전과 국가체제의 변화는 합법적 이동을 위한 문서를 갖지 못한 난민의 문제를 발생시키기 시작했으며, 국제적으로 난센 여권과 같이 난민을 위한 신분증과 여행문서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난민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자, 난민의 이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과 자유주의의 복귀 움직임이 있었으나 국가의 합법적 이동 수단의 독점은 거의 변화되지 않았다.

     

    제6장에서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구국가들에서 국가안보와 테러방지를 이유로 입국과 여행에 관한 통제를 강화하고 위험도가 낮은 여행자를 식별하도록 하는 각종 조치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다.

    제7장은 이 책의 결론으로서 여권 또는 기타 신분증이 국가가 개인을 장악하고 합법적 이동 수단을 독점하기 위한 핵심적 수단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편하게 다가오는 제목과는 달리, 역사서이고 사회과학서이면서 읽기에 편하지만은 않다.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2장에서 제6장까지는 역사적 사건의 나열로서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이 없이 읽어내기에 다소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사회학자이면서 역사학자인 저자가 근대국가의 형성에 따라 여권을 통해 국가가 합법적 이동 수단을 독점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시각은 충분히 흥미로웠다. 여권제도는 실정법에서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는데, 저자는 오히려 역사적으로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하여 시작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국가론에 대한 이론서나 헌법 교과서의 거주·이전의 자유에 관한 내용과 함께 읽어보면 동일한 주제에 관한 다른 관점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존 토피(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 교수)
    역자: 이충훈, 임금희, 강정인
    출판사: 후마니타스
    출판일: 2021.2.
    쪽수: 383
    서평자: 박지원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조교수(법학 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김준석 지음
책세상, 2011
148 p.
    김준석 지음 / 책세상, 2011 / 148p

     

    양건 지음
사계절출판사, 2018
619 p.
    양건 지음 / 사계절출판사, 2018 / 6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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