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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철학이 묻고 과학이 답하다: AI 시대에 돌아보는 서양 근대철학, 데카르트에서 마르크스까지

    기사 작성일 2021-06-30 09:41:28 최종 수정일 2021-06-30 09: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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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철학은 끝났는가

     

    "AI시대를 전망하면서 인류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인간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탐구하는 철학을 기대한다. 인류의 진로와 시대정신에 관한 논의는 개별과학의 범위를 벗어난 마지막 남은 철학의 영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282페이지)

     

    'AI시대에 돌아보는 서양근대철학, 데카르트에서 마르크스까지'라는 긴 부제가 달린 책 『철학이 묻고 과학이 답하다』는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질문의 주체와 대답의 주체가 다르다. 묻는 이와 답하는 이가 일치하지 않으니 답이 제대로 나올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 제목 속에 필자의 지향점이 선명하게 담겨 있다. 이 책은 철학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되돌아보게 하여 새로운 길로 인도하는 확실한 미덕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무슨 책이든 필자에 주목한다. 책은 그것 자체로서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고 있어, 자체를 논의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지만, 필자에 대한 이해는 책의 내용을 파악하는 빠른 길이다. 저자 홍진표는 철학 밖의 사람이다. 홍진표의 표현에 따르면 비전문가다. 오늘날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가 흐려졌다고는 하지만, 동일한 사물이라고 할지라도 안에서 보는 것과 밖에서 보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밖에서 보면 안에서 보는 것에만 익숙한 전문가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르게 본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전문가 세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다. 그는 철학 밖에서 비전문가의 관점으로 철학자(데카르트, 칸트, 스피노자, 헤겔, 마르크스) 및 철학적 문제(마음, 정신, 감각, 경험론과 합리론, 관념론과 유물론)를 설명한다. 

     

    과학철학을 비전문가의 관점에서 보아 그 패러다임을 바꾼 사람이 쿤(Thomas Samuel Kuhn)이다. 쿤은 물리학자로 과학의 역사를 연구하다가 기존의 과학철학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과학혁명의 구조』를 발표하여 과학철학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쿤은 패러다임 이론을 통해 과학을 보는 새로운 눈을 제시함으로써 지식의 본질에 대한 혁명적인 장을 열었다. 

     

    홍진표는 쿤을 염두에 둔 것일까? 홍진표도 서양근대철학에 관심을 가진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기존의 교과서적인 철학사에 도전한다. 그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철학 공부를 바탕으로 "철학 공부 굳이 하지 마라"를 독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철학은 서양철학이고, 그는 서양철학의 여러 분야 가운데에서, 사실이 아니라 가치와 관련된 도덕철학과 정치철학은 과학이 답할 수 있는 영역에서 제외시켰다. 정치철학과 도덕철학에는 시대의 상황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시대를 넘어 통용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두 분야를 제외한 철학의 영역은 시대가 지나면 대부분 낡은 지식이 되기 때문에 지식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쓸모가 없어져버린 낡은 철학적 지식에 마음을 주는 까닭은 개연성을 추구하는 과학과 달리 철학이 갖는 절대적이고 완결적인 지식체계에 끌리기 때문이다. 홍진표는 절대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마음이 독단적인 철학에 기울어져 시간 낭비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염두에 둔 것은 회의론으로 빠질 수 있는 경험론이 아니라 독단론으로 귀착할 수 있는 합리론이다.

     

    홍진표는 '철학 유통업자들' 때문에 일반인이 잘못된 길로 빠져들어 갔다고 믿는다. '철학 유통업자들'은 서양근대철학이 나올 당시의 철학자들의 문제의식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 선전한다. '철학 유통업자'의 감언이설에 속지 말고, 이제 철학이 아니라 과학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홍진표에 따르면 이제 우리는 서양철학사가 아니라 과학사를 읽어야 한다. 도덕철학과 정치철학을 제외하면 근대 철학자들의 주장이나 이론에 오늘날에도 유익한 어떤 '지식적인 가치'도 없다. 근대철학자들이 제기한 의미 있는 질문에는 오늘날 과학자들이 답한다. 서양근대철학은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그는 과학이 답할 수 있기 때문에 철학의 고유한 영역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는 AI시대를 전망하면서 인류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인간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탐구하는 철학을 기대한다. 인류의 진로와 시대정신에 대한 논의를 철학의 고유한 영역으로 남겨둔 것이다.

     

    이 책은 철학전문가, 곧 '철학 유통업자'에게는 채찍이다. 일반 독자에게는 새로운 안목을 열어주는 조력자다. 새로운 관점으로 서양철학을 다시 읽으면 미처 보지 못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것이다. 이 책의 진가는 바로 근대철학에 대한 재해석과 재평가를 과감하고 단호하게 함으로써 철학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진표가 제시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따르는 사람이 많이 나타나면 그것이 '뉴 노멀(New Normal)'이 될 것이다. 이 책이 촉매가 되어 철학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저자: 홍진표(㈔시대정신 상임이사)
    출판사: 글통
    출판일: 2021.3.
    쪽수: 286
    서평자: 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고려대학교 철학 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브리태니커 편찬위원회 지음
이정인 옮김
AGORA, 2014
455 p.
    브리태니커 편찬위원회 지음 / 이정인 옮김 / AGORA, 2014 / 455p

     

    군나르 시르베크, 닐스 길리에 지음
윤형식 옮김
이학사, 2016
1054 p.
    군나르 시르베크, 닐스 길리에 지음 / 윤형식 옮김 / 이학사, 2016 / 10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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