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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법의 균형: 이해의 충돌을 조율하는 균형적 합의

    기사 작성일 2021-05-18 09:21:02 최종 수정일 2021-05-18 09: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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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갈등과 이익에 대한 시민의 자율적 해결 도구로서의 법

     

    "법은 진실과 왜곡되지 않은 시민의 의지를 통해 형성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법은 나쁜 법이다."(7페이지)

     

    이 책은 법학자로서 담을 수 있는 시대의 이슈를 법학이 추구하는 정신을 바탕으로 폭넓게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그간의 법을 다룬 책들이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에는 부담스럽고 어려웠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우 놀랄 만한 시도를 한다. 다양한 인문, 사회, 역사 때로는 과학적 지식을 들어 법을 딱딱하지 않게 이야기한다.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이 시대의 사회적 이슈들을 법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2부에서는 법의 본질과 법이 지켜야할 원칙들을 말한다.

     

    저자가 글의 초반에서 "법으로 정해진 것들이 항상 옳고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악법도 법이지만 그 전제는 합리적 논의를 통해 법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법은 무거운 짐이나 무서운 칼이 될 수도 있다"고 밝힌 부분은 법과 민주주의의 본질에 관한 저자의 깊은 이해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첨예한 갈등은 대부분 심의 민주주의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만 받아들인 결과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장에서 다루고 있는 인공지능(AI)과 인간의 미래에 관한 부분은 법학자가 다루기에 쉽지 않은 주제임에도 핵심을 놓치지 않는 저자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흔히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있어 무슨 정의의 문제가 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 저자는 여러 사례의 분석을 통해 해결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알고리즘은 중립적일 것이라는 세간의 과도한 믿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AI가 잘못되고 편향된 정보를 학습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3장에서는 공법학자 특유의 객관적인 시각에 근거해 최근에 문제가 된 민감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재정 건전성, 가짜 뉴스, 소비자보호와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이슈 등은 논쟁의 정도와 대립이 심각하여 논의가 점점 축소되어 가는 와중에 법학과 경제학을 연구한 저자의 차가운 분석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그의 말처럼 위기는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이 가슴 깊이 와 닿는 때이다.

     

    4장에서 저자는 법은 시민의 것이지 전문가들의 것이 아니라고 일갈한다. 그리고 좋은 입법은 각기 다른 다양한 이익을 모두 고려해야 하고 이익 간 조율의 과정을 거쳐야 하며, 그 과정에서의 노력은 우리가 치러야 할 당연한 비용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어느 한 쪽의 이익을 대변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며 중요한 것은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5장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바로 '느린 전진'이라는 제목 때문이다. 저자는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느리다"고 지적하였다. 효율과 속도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것이 민주주의의 정신이다. 국민들은 민주주의라는 제도와 과정을 통해 교육 받으며 그 교육을 통해 또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간다. 그 과정은 비록 더디고 답답해 보일지 모르지만 결코 소중한 가치들을 놓치지 않는다.

     

    6장은 절대적 믿음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낙태죄나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이 시대가 바뀌면서 법적 판단이 변화하는 것을 예로 들어 활자화된 법이 해석을 통해 살아있음을 알려준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법이라는 사실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면 "책임의 공유와 사회적 연대"는 법이 시민들의 합의에 의한 산물이면서 아울러 시민들이 정의와 공정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해야 함을 의미한다. 개인의 권리는 절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과 함께 존재해야 한다.

     

    근래에 한국 사회에 나타난 갈등의 표출은 '다수에 의한 합의가 민주주의'라는 믿음에서 개인의 다양한 의식의 반영을 요구하는 시대적 과정으로 변화되는 필연적인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일방적 합의의 강요가 사라졌다고 해서 합의에 이르는 과정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와 법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절차로서의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디까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은 어느 한 개인이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법과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통해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법과 얽혀 있는 세상의 문제를 쉽게 풀어내고 있다. 아는 지식을 어렵게 쓰는 것은 본인만을 위한 글이지만 쉽게 풀어내는 것은 타인을 위한 글이다. 이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시민들이 법이 자신들의 것이었음을 그리고 자신들이 법을 변화시키는 주체이며 원동력임을 알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저자: 최승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판사: 헤이북스
    출판일: 2020. 4.
    쪽수: 396
    서평자: 이현정 엘랑엔-뉘른베르크대학교 강사(엘랑엔-뉘른베르크대학교 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샌드라 프레드먼 지음
조효제 옮김
교양인, 2009
551 p.
    샌드라 프레드먼 지음 / 조효제 옮김 / 교양인, 2009 / 551p

     

    아마르티아 센 지음
이규원 옮김
지식의날개, 2019
519 p.
    아마르티아 센 지음 / 이규원 옮김 / 지식의날개, 2019 / 5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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