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원 입법안

    홈으로 > 의원실소식 > 의원 입법안

    [법안읽어주기]중대재해법: 산재사망 1위 오명 씻을까

    기사 작성일 2021-01-15 16:24:37 최종 수정일 2021-04-07 10:47:50

    •  
      url이 복사 되었습니다. Ctrl+V 를 눌러 붙여넣기 할 수 있습니다.
    •  

    <편집자주: 국회뉴스ON은 국민적 관심이 크고 이슈화된 법안의 처리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법안 읽어주기]를 통해 알기 쉽고 친근한 입법 소식을 전달해 드립니다>

     

    'OECD 산재사망 1위국' 오명…연간 2천명 이상 근로자 목숨 잃어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 못 막아…사망사고시 경영자에 책임 부과
    故 노회찬 의원의 이루지 못한 숙원…1월 8일(금) 국회 본회의 통과
    법률안 1건에 법안소위 6차례…백혜련 소위원장 "법사위 5년 만에 처음"
    중대재해 개념부터 처벌수위까지…조항 하나하나 꼼꼼한 심사 진행
    전주혜 위원 "미흡하지만 산업재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첫 삽 뗀 것"

     

    국회에서는 많은 법안이 논의된다. 현재까지 제21대국회에 발의된 법안만 7천243건(1월 15일 기준)에 달한다. 이 중 약 20%에 해당하는 1천448건이 처리됐다. 세 차례 임시회(회기 30일)와 한 차례 정기회(회기 100일)가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개회 기간 하루 평균 7.6건의 법안 처리가 이뤄진 셈이다.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월 2회가량 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법안 심사에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은 그만큼 압축돼야 한다.

     

    지난 8일(금)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중대재해법)은 이런 면에서 특별하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는 한 건의 법안을 논의하기 위해 총 여섯 차례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를 열었고, 공청회도 개최했다. 소위원장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가 법사위만 5년째 하는데 1개의 법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많은 시간 동안 심사한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수 많은 법안 중 손에 꼽힐 만큼 많은 정치권이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다는 의미다.

     

    KakaoTalk_20210115_130905092_01.jpg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이 지난 2017년 4월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故 노회찬 의원의 '이루지 못한 숙원'

     

    우리나라는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2019년에만 약 11만명이 산업재해를 입었고, 그 중 2천20명이 사망했다. 하루 평균 300명이 사고를 당해 6명가량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산업재해를 규율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있지만 경영책임자를 직접 처벌하지 못하는 이상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노동계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법안이다. 2018년 12월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법률안」(일명 '김용균법')이 국회를 통과됐음에도 재해가 끊이지 않자 더 효과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중대재해법의 첫 발의자는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이다. 노 전 의원은 2017년 거제 삼성 조선소에서 타워크레인이 무너져 하청 노동자 6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제20대국회 기간인 2017년 4월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개선 없이 반복되는 산업현장의 불행을 막기 위해서는 기업주와 원청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제정안은 단 한 차례 법안심사도 받지 못한 채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중대재해법은 지난해 6월 정의당의 제21대국회 '1호 법안'(강은미 의원안)으로 다시 발의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제1야당 국민의힘이 법안 처리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호응했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3건의 중대재해법(박주민·이탄희·박범계 의원 각각 발의)을 발의하며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었다. 국민의힘에서도 임이자 의원의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12월 2일 법제사법위원회의 공청회가 본격적인 논의가 출발을 알렸다. 이후 약간의 진통을 거친 뒤 성탄 전날이었던 12월 24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심사가 시작됐다. 재계와 기업단체에서는 법안 제정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적어도 정치권 내에서는 법안의 정신에 큰 틀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KakaoTalk_20210115_130905092.jpg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이자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금)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6차례 소위원회 '강행군'…여야, 구슬땀 논의

     

    세부 내용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기존 법률의 조문을 변경하는 것(개정)이 아니라 새로운 법을 만들어내는 작업(제정)은 조문 하나하나마다 둘러싼 팽팽한 긴장감이 지속됐다. 여야는 물론이고 같은 당 의원 간에도 법률적인 해석이 엇갈는 일이 많았다. 당초 발의된 각 의원의 발의 법안 원문과 비교해 최종 통과 법안의 문구가 달라진 모든 조항마다 치열한 토론 과정이 녹아들었다.

     

    첫 번째 난관은 '중대시민재해'를 새로 도입하는 부분이었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전통적인 산업재해 외에도 성수대교 붕괴나 찜질방 화재와 같은 사회적 참사를 막으려는 취지로 만든 개념이다. 중대재해의 개념을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눠 각각 관리하자는 취지다. 도입 목적 자체에 대한 반론은 없었지만, 명확한 법률적 언어를 통해 정확한 개념을 포섭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적용 대상의 범위가 너무 넓어지면 일반 국민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최종 문구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로 정리됐다. 개념을 정의하기 위해 법원행정처와 법무부 등 관계기관 외에도 국토교통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소방청 등의 검토를 거쳤다. 다소 복잡한 서술처럼 보이는 이 문장에는 법사위원들과 여러 정부부처의 고민이 배어들어 있다

     

    중대산업재해의 처벌범위를 규정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기업의 안전관리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봐야 할 것인지, 경영책임자와 함께 소유주에게도 책임을 지울 것인지 등 모든 논의 과정이 진통의 연속이었다. 자칫 의무가 없는 사람에게 책임을 요구(책임성의 원칙)하거나 의무에 비해 과중한 처벌을 하는 경우(과잉금지의 원칙) 위헌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어서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불명확한 부분을 입법과정에서 최대한 걸러내는 것이 입법부의 책무"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

     

    법안소위 심사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구체적으로 ▲처벌 수위 ▲5인 미만 사업장 등 법 적용 예외 대상 ▲시행시기 ▲공무원에 대한 처벌 여부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 ▲피해규모에 따라 형량을 가중하는 문제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담 등이 논의됐다. 여야는 판례와 입법례 참고하며 사소한 문구가 바뀌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꼼꼼하게 검토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차츰 법안이 촘촘해졌다.

     

    KakaoTalk_20210115_130905092_02.jpg
    지난 8일(금)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망재해 없는 사회' 향한 의미있는 이정표

     

    치열한 토론를 거쳐 소위원회에서 완성된 법안은 전체회의를 거쳐 지난 8일(금)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투표에 참여한 266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164명이 찬성표를, 44인이 반대표를, 58명이 기권표를 각각 던졌다.

     

    중대재해법이 통과되자 노동계와 경제계는 중대재해법 제정에 대한 저마다의 아쉬움을 나타냈다. 노동계에서는 법의 처벌수위가 원안에서 후퇴했다고 지적했고, 기업들은 반대로 처벌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논의와 절충을 통해 만들어진 만큼 어느 한 쪽의 의견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안전 사회'로 나아가는 이정표를 마련했다는 점에는 대체로 큰 이견이 없다.

     

    소위원회에 참여한 여야 위원 또한 법안 논의과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양극의 갈등에서 어느 정도 중간 지점을 맞추기 위해서 우리가 이 법안을 열심히 심사를 해왔다"며 "다들 미흡한 생각들을 가지실 수밖에 없겠지만 첫 단추를 꿴 만큼 이 법의 제정 취지가 잘 발현돼서 우리나라에 이러한 큰 시민재해나 산업재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첫 삽을 떴다"고 말했다.

     

    백혜련 의원은 "제정법이라 양도 많고 비교대상도 없고 논쟁 지점이 많아 접점을 찾는 것이 어려웠지만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으로 논의해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이 법은 어느 한 계층에 특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이 대상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이해당사자 모두가 100% 만족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부분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바르고 공정한 국회소식'
    국회뉴스ON 유충현 기자 babybug@assembly.go.kr

     

    • CCL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코리아 표시
      라이센스에 의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 저작자 표시저작자 표시 : 적절한 출처와 해당 라이센스 링크를 표시하고 변경이 있을 경우 공지해야 합니다.
    • 비영리비영리 : 이 저작물은 영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 저작권 표시 조건변경금지 : 이 저작물을 리믹스, 변형하거나 2차 저작물을 작성하였을 경우 공유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