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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식사에 대한 생각: 세계는 점점 더 부유해지는데 우리의 식탁은 왜 갈수록 가난해지는가

    기사 작성일 2020-07-01 17:02:13 최종 수정일 2020-07-06 08: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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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오늘은 어떻게 먹어볼까?

     

    "너무 부유해서 아무렇지 않게 온갖 종류의 음식을 자전거로 배달받을 수 있는 사람과, 너무 가난해서 공짜 토마토 통조림에도 감사해야 하는 사람이 어떻게 한 도시 안에 공존할 수 있단 말인가." (331페이지)

     

    '뭘 먹을까?'는 아마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말하게 되는 문장 중 하나가 아닐까.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역시 영양학에 발을 담근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하루 세끼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고 실행하는 일은 여전히 삶에서 어려운 일과 중 하나다. 그렇지만 『식사에 대한 생각』의 저자 비 윌슨은 '우리에게 무엇을 먹을까'가 아닌 '어떻게 먹을까'를 고민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한글 번역본의 제목은 『식사에 대한 생각』으로 정했지만 원서 제목은 『우리는 현재 어떻게 먹고 있는가(The way we eat now)』이기 때문이다.

     

    역사학 박사이면서 다양한 대중 매체를 통해 음식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저자인 만큼 이 책은 매우 학문적인 심각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독자를 웃게 하는 유머 코드가 들어가 있다. 책에는 본인이 과체중이던 청소년 시절과 정상체중인 현재 음식과 맺은 관계에서부터 자신이 자녀들에게 음식과 맺게 해준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좀 더 친근하게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한다. 책은 전체 9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우리가 현재 어떻게 먹고 있는지, 왜 그렇게 먹게 되었는지를 다방면으로 분석한다. 가장 마지막의 에필로그 부분에서 실제로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전략들이 소개된다. (전체적인 사회의 문제가 골치 아프고 일단 나부터 잘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독자라면-이것도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을 먼저 읽고 실천해 보자.)

     

    이 책은 음식과 관련이 있는 거의 모든 분야와 이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저자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자료조사를 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그 방식이 매우 '융복합'적이다. 현재 우리의 식탁이 된 역사적 배경, 시간과 경제력이라는 자원이 식사의 질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가족과 문화가 식생활에 미치는 영향, 특히 미디어(그 안에는 한국의 '먹방'도 등장한다), 인스타그램, 특정 식품의 광적인 유행 등이 다뤄진다. (내가 속한 그룹이기도 한, 그래서 송구스러운)소위 '영양학자',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하나의 영양소에 꽂혀 한 식품의 건강유용성을 광고할 때, 그리고 그것에 추종하는 대중들이 갑자기 많아질 때 나타나는 환경 문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생기는 가짜 건강식품, 식품 제조 농부들의 안전 문제 등을 언급하고 있다. '퀴노아', '아보카도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그저 영양소가 풍부한 수퍼푸드라는 생각이 드는가? 아니면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아보카도 수요로 인해 멕시코의 숲이 파괴되고 물 부족이 심해진다는 것, 아보카도 농부들이 마약 카르텔에게 협박을 받는다는 것, 퀴노아를 주식으로 섭취했던 볼리비아 농부들은 높아진 가격 때문에 더 이상 그렇게 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현재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는 레스토랑 음식 배달 앱, 레시피 카드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밀키트(Meal kit), 요리의 가치, 배양육과 같이 현재 대두되고 있는 음식과 관련된 뜨거운 이슈에 대해서 빠짐없이 서술하면서 우리에게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진다. 사회적 계층에 따른 식품 환경의 차이, 식품 선택의 차이가 궁극적으로 건강불평등을 야기한다. 너무나 원론적이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는다. 필자가 지난 20년간 식품정책, 보건영양과 관련하여 고민했던 그간의 과정에서 생각했던 거의 모든 이슈들을 다루며,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잠정적 결론이 필자의 생각과 너무나 일치해 늦은 밤 마지막 챕터를 덮으며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비판적으로 생각해야할 점들이 있다. 저자는 한국을 비교적 식품의 건강한 식생활이 남아있는 바람직한 나라로 많이 묘사하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어떤 점은 맞고 어떤 점은 틀리다. 전 국민의 야채 섭취량이 높게 유지된다는 점은 소득수준이 비슷한 나라와 비교해서는 사실이지만 세부 인구집단으로 들어가면 우리나라의 영양취약계층의 식생활은 눈물 날 정도로 열악하다. 다양한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가 영양분야에서 빗겨갈 리가 없다. 특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같은 외부 재앙은 사회적으로 가장 약한 끈을 끊어버린다. 저자는 우리의 식생활에서 함께하는 식사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조금의 반박도 할 수 없는 진리지만,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전염병 시기에 가장 조심해야하는 부분이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친밀하게 함께 식사하는 가치는 어떻게 타협해야 하는가? 잠시 지나가는 바람이면 모르겠지만 많은 언론에서 이야기 하듯 이러한 시기가 뉴 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는다면 우리의 함께 나누는 식사의 가치는 무엇으로 대체해야하는가? 

     

    저자는 단순히 하나의 식단이 아닌 전체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바로 '무엇을 먹을까' 보다 '어떻게 먹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총알(magic bullet) 한 발이 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어떤 사회든 그런 것은 없기에 미래의 식생활을 이끌어야하는 많은 학생들, 학자들, 정책 입안자들, 사회운동가들이 모여 함께 토론하고 이 어려운 삶의 방식과 문화를 바꾸는 문제에 첫 돌다리라도 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저자가 마지막에 희망을 말한 것처럼 실제 그런 희망적인 일들이 일어나기를 바라본다.

     

    원제: Way we eat now : strategies for eating in a world of change
    저자: 비 윌슨(<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역자: 김하현 
    출판사: 어크로스출판그룹
    출판일: 2020. 2.
    쪽수: 515
    서평자: 박소현 한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Johns Hopkins University, School of Public Health, Department of Internatonal Health(Human Nutrition 전공))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댄 바버 지음 / 임현경 옮김 / 글항아리, 2016 / 669p.
    댄 바버 지음 / 임현경 옮김 / 글항아리, 2016 / 669p

     

    제인 구달, 게리 매커보이, 게일 허드슨 지음 / 김은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2006 / 445p.
    제인 구달, 게리 매커보이, 게일 허드슨 지음 / 김은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2006 / 4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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