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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성착취 근절 국회 토론회…"온라인 그루밍 처벌·잠입수사 도입해야"

    기사 작성일 2020-06-19 17:50:22 최종 수정일 2020-06-19 18: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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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완주·진선미·임종성 의원 등 '디지털 성착취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 개최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수 범죄 발생 경로, 메신저·SNS·스마트폰 앱이 75.1%
    성착취 당하기 전 성적 목적의 유인 과정 및 행위를 처벌 대상에 포함해야
    잠입수사 도입은 선택 아닌 필수…신분 위장 위한 위법행위에서 수사관 보호 필요 

     

    박완주·진선미·임종성·정춘숙·권인숙·한준호 의원이 19일(금)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주최한 '디지털 성착취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는 성착취를 위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친분을 쌓는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처벌을 입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루밍 과정에서 일어나는 성적 대화와 성적인 영상물·사진 요구 행위는 물론, 단순히 만남을 요구하고 약속하는 행위까지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가해자를 효과적으로 단속하려면 수사관이 아동·청소년 가짜 계정을 만들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잠입수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9일(월)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개최한 ‘디지털 성착취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19일(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성착취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이상미 기자)

     

    발제에 나선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에 제정됐고 이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필요한 조항들이 조금씩 개정됐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서 "온라인 그루밍을 통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그루밍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 온라인 그루밍은 과정 자체가 가해이며, 아동과 만남의도를 가진 온라인 그루밍을 범죄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만남의도와 무관한 온라인 그루밍도 범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그루밍은 통상 성적인 관계를 갖도록 설득할 목적으로 특히 인터넷 상에서 아동과 친구가 되는 행위를 뜻한다. 가해자는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게임 등에서 아동과 친분관계를 쌓은 뒤 성적 행위에 대한 권유나 강요, 협박을 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첫 대면부터 상대 아동·청소년을 협박하지 않고 피해자의 각종 개인정보를 수집해 협박 수단과 접근 방법을 마련하며 성착취를 준비하는 것이다. 아동·청소년과의 관계에 수개월 공을 들이는 가해자도 존재, 피해자들은 대부분 스스로 학대당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가해자를 좋아한다고 느끼기도 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 및 추세'를 분석한 결과,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수 범죄가 발생한 경로는 메신저·SNS·스마트폰 앱을 통한 경우가 75.1%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일반 인터넷 커뮤니티 3.8%, 애인대행사이트·음란물제작·음란물게시 또는 배포 등이 목적인 사이트가 1.8% 순이었다. 오프라인 경로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성착취물제작 방법은 채팅앱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에게 직접 촬영해 전송하라고 요구한 비율이 71.4%로 가장 높았다. 연인·데이트 등의 관계를 악용해 아동·청소년에게 대가 없이 반강제적·묵시적으로 음란물 제작에 동의하도록 한 비율도 20.0%에 달했다. 주로 친분관계를 이용해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사진 또는 동영상을 전달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문제는 가해자가 온라인상에서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친밀감을 쌓는 행위 자체를 범죄로 규정할 수 없어 온라인 그루밍은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 대표는 "신뢰관계의 지위를 이용해 청소년의 동의를 쉽게 끌어낼 수 있다는 특성이 수사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면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입법 및 수사, 재판과정에서 그루밍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아동의 성적 권리를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ReSET
    출처=토론회 자료집 ReSET(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 토론문

     

    이 대표는 특히 온라인 그루밍 가해자가 피해자를 직접 만나지 않았거나, 피해자가 미성년자임을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이와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가해자들은 직접 만나지 않는 비접촉 범죄를 통해 성적 만족을 얻으려고 한다"면서 "아동을 만나기 위한 명확한 의도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면 이미 아동이 그루밍을 당했거나 비접촉 온라인 성학대를 당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너무 늦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경우 무죄로 보거나 가벼운 처벌로 끝나는 게 현실"이라며 "청소년에게 술, 담배, 유해약물을 판매했을 경우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업주를 청소년보호법으로 처벌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실제 청소년이었다면 상대방이 미성년자인지 알고 성범죄를 했다는 사실을 검사가 입증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성착취 동영상이나 사진을 제작해 유포한 경우에도 실제로는 강압적 관계에 의한 결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스스로 제작한'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이미지를 제작한 아동에게 암묵적으로 또는 무심코 책임을 전가할 위험성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그것은 성인이나 다른 아동과의 학대적이거나 강압적인 관계의 결과라고 가정해야 한다"면서 "아동이 유포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동의로 볼 수 있을 것인지 등의 문제에 대해 법률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정연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성보호과장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성범죄 수법이 교묘해지고 청소년들의 사이버 활동이 용이해지는 환경을 고려, '접근'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제재 수단이 예방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아동·청소년이 성착취를 당하기 이전에 성적 목적의 유인 과정 및 행위를 처벌 대상에 포섭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입법방향에 대해서는 "그루밍 과정상 포착될 수 있는 객관적 행위 중 불법성이 높은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성적인 영상물·사진을 요구·제작하거나 아동·청소년에게 송부를 요청하는 행위, 유포를 협박하는 행위, 만남을 요구하거나 약속하는 행위, 만남 등 구체적·객관적 행위를 그루밍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공개 수사를 수반해야 온라인 그루밍 관련 범죄의 포착과 처벌이 용이한 만큼, 잠입수사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근 디지털 성범죄가 내부자들만 접근이 가능한 개인 간 대화방을 사용하거나 접근자를 공범화하는 전략을 사용해 수사기관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어 잠입수사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다.

     

    최종상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은 "만약 수사관이 경찰이라고 신분을 밝히는 경우 당연히 그 사이트에 들어갈 수 없고, 신분을 밝히지 않고 일반인인 것처럼 들어가면서 개인의 휴대폰을 사용할 경우 추후 신원이 공개되면 수사관 개인이 입는 피해는 가족에게 확대될 수도 있다"면서 "정보통신망에 잠입한 후 잠입을 유지하고 신분을 지속적으로 위장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최소한의 위법행위들로부터 수사관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명시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고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도 "수사관이 구매자로 위장해 판매자에게 위장매수대금을 송금하는 경우에도 이로 인해 새로운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며 "판매자가 위장수사관에게 전송한 성착취 영상물은 범죄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고, 피해 영상물의 삭제 지원을 위한 원본 영상으로 제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진선미 의원은 "해외에서는 이미 2017년 기준 63개국에서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을 마련해 시행 중이며, 성착취 근절을 위한 잠입수사 제도 또한 미국·영국·호주·캐나다 등에서 시행 중에 있다"면서 "디지털 강국인 대한민국에서도 관련 범죄 근절을 위한 적극적인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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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뉴스ON 이상미 기자 smsan@assembl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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